"원래는 안심역까지 와서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됐는데, 이젠 지하철을 타고 쭉 와서 학교까지 걸어가면 되니 정말 편하다."
지난 18일 오전 9시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방면 열차 안에서 만난 호산대학교(경산시 하양읍) 3학년생 전모씨는 "통학시간이 20분가량 줄어 편해졌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구간(안심~하양/ 총 연장 8.89km)이 21일 연장 개통 1주년을 맞았다. 비수도권 최초의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이 노선은 이제 지역민과 대학생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지난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열차가 하양역으로 진입 중인 모습. 최시웅기자
◆캠퍼스 셔틀 넘어 '시민의 발'로
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학생이 움직이는 젊은 노선'이다. 신설된 대구한의대병원역, 부호역(경일대·호산대), 하양역(대구가톨릭대)의 공통분모는 단연 '대학'이다. 현장에서 만난 승객 상당수도 대학생들이었다. 하양역에 내린 학생들은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귀엔 이어폰을 꽂은 채 학교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겼다.
실제 승차 데이터는 이러한 현장 분위기를 숫자로 증명한다. 올해 역별 승차현황를 보면 부호역과 하양역의 이용객 추이는 학기 스케줄과 궤를 같이한다. 방학기간인 1·2월 각각 약 1만8천명, 9만여명 수준이던 승차인원은 개강 직후인 3월이 되자 부호역 5만여명, 하양역 15만여명으로 급증했다.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하양 연장구간이 사실상 '거대한 캠퍼스 셔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양 연장을 학생들만의 전유물로 보긴 어렵다. 대구한의대병원역에서 탑승한 한 직장인은 "부호역 근처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는데, 짐이 없는 날엔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탄다. 아직 역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대중교통이 생긴 자체로 생활권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하양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하양 연장 운행을 크게 반겼다.70대 김모씨는 '우대권' 토큰을 보여주며 "대구를 오갈 때 시외버스를 타곤 했다. 이젠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이 손을 잡은 주부부터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까지, 지하철은 대학가를 넘어 지역민의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었다.
2024년 12월~2025년 11월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및 안심·대구한의대병원·부호·하양역 승차인원 추이. <대구교통공사 제공>
지난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역에서 하차한 시민들 모습. 최시웅기자
◆이젠 하양 넘어 영천(금호)으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종착지는 이제 하양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영천시는 도시철도 1호선 '영천(금호) 연장사업'을 위한 설계비(국비) 18억원(총 사업비 2천341억원 규모)을 확보한 상태다. 하양역에서 영천시 금호읍까지 선로를 더 뻗어나가는 이 사업은 지역 교통환경 개선과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배차간격 문제나 역세권 인프라 부족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하양 연장 구간에서도 가장 큰 불만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긴 배차간격(10~16분)이다. 연장노선이 길어질수록 열차 운행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영천 구간 역시 배차간격이 길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긴 배차간격으로 도시철도의 이점인 정시성과 편리함이 퇴색된다면 승객 이탈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하양 연장 구간 신설역 주변엔 아직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영천(금호) 연장 시에도 역만 건설되고 주변 상권이나 주거단지 개발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허허벌판 속 역'이 될 공산이 크다. 영천 시내버스와의 연계가 유기적이지 못하면, 영천시민들이 지하철역까지 오는 데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보다 촘촘한 연계교통망 설계 역시 필수적이다.
영천 연장의 경우 하양~영천 구간 모두 경북도에서 추진하게 된다. 대구시·대구교통공사는 구간 연장이 마무리된 이후 배차간격 등 운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조율할 예정이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1호선 하양 연장은 광역철도라는 점에서 대경선과 유사하지만, 기존 지하철을 그대로 연장했다는 점에선 차이도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동 불편을 해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제 1호선이 영천까지 연장된다. 대구경북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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