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코스피 4천, 기대와 두려움 사이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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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30 13:37  |  발행일 2025-10-30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2년 넘게 5만~7만원대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10만원 벽을 뚫었고, SK하이닉스는 50만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 초 2,400에서 출발한 지수가 4천을 찍었다는 건 전례 없는 기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 열기가 낯설지 않다. 2021년, '주식 안 하면 바보다'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 역시 그때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이후 갈 곳을 찾지 못한 돈이 시중에 넘쳐났고, 주식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수익을 냈다. 하지만 기자에게 주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벌지도 잃지도 못한 채 서서히 빠지는 장세에 부랴부랴 주식을 정리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주식을 시작했다. 이번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이 겹쳐지며 마음 한켠엔 두려움이 꿈틀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4년 전엔 초저금리와 유동성이 만든 인위적 상승이었다면, 지금은 AI와 반도체가 이끄는 실적 장세다. 돈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AI 인프라 투자가 대형주 실적을 밀어올리고 있다.


물론 과열의 그림자도 선명하다. 신용거래 잔고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단기 매매도 늘었다. 하지만 2021년의 '묻지마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스트레스 테스트, 유동성 규제, 예금보호 제도 같은 안전장치가 시장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한 곳이 흔들린다고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금리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의 제로금리는 '돈의 착시'를 불렀다. 미래 수익을 무한히 끌어당길 수 있었기에 자산이 과대평가됐다. 하지만 지금은 4% 금리 시대다. 기다리기만 해도 이자가 쌓인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감이 아니라 근거로 움직인다. 시장엔 '기다릴 줄 아는 투자자'가 늘었다. 기자도 그중 하나다. 공부하고 분석하고, 내 방식의 원칙을 세운 뒤 다시 시장에 들어왔다. 수익은 쌓였지만, 경계심도 커졌다.


코스피 4천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장의 체력, 기업의 실적, 투자자의 태도가 함께 바뀐 결과다. 2021년의 광풍이 욕망이 만든 거품이었다면, 이번 상승은 냉정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 균형에 가깝다. 그래도 마음 한켠의 불안은 여전하다. 시장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그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4천은 '고점'이 아니라 '전환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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