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대구시 투자유치과장
투자유치를 담당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무엇보다도 대구에 투자한 기업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때이다.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한 이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있는 반면, 여러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사례 속에서도 꾸준히 업무협약(MOU)를 거듭하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지역의 협력 기반 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기업들이 튀어나온다. 이는 단순한 투자유치 이상의 값진 성과이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대표적인 예로는 2차전지 양극재 분야의 핵심기업인 <주>엘앤에프, 워렌버핏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전 세계에 대구의 이름을 알린 대구텍, 국내 임플란트 시장 2위 기업으로 성장한 <주>메가젠임플란트 등이 있다.
엘앤에프는 2014년 대구공장 첫 MOU 당시 매출 약 2천4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에 불과했지만, 전기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지난해 약 1조9천억원 매출을 자랑하는 지역 대표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대규모 양극재 생산시설 투자를 위해 무려 4차례 MOU를 추가로 체결했고, 그 배경에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있었다. 2021년 구지2공장 MOU 당시 최수안 대표이사가 투자유치과장을 포함한 실무진 6명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를 전한 일화는 대구시의 지원이 얼마나 기업에 큰 도움이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4차례 MOU를 체결하며 워렌 버핏을 두 번이나 대구로 오게 했던 대구텍, 그리고 3차례 MOU를 기반으로 임플란트 매출 기준 국내 2위 기업으로 성장한 메가젠임플란트 역시 지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기업들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지역과의 동반성장을 실현한 대표적 사례이며, 대구가 2차전지·헬스케어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앵커기업의 성장이 지역 신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정 부서의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대구시와 지역 산업계가 전략적으로 협업해온 결과물이다.
그러나 최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국가 간 충돌, 미중 패권 전쟁 등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경제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게다가 원화가치 약세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등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보류하고 현지 투자를 검토하는 등 투자유치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제2국가산단 예타 통과,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 지역거점 AX(인공지능 전환)혁신 기술개발 사업 등 다가올 2026년의 투자유치 기반을 이미 충분히 마련해뒀다. 그간 축적해온 원스톱기업지원체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을 맞이하고, 성장 기반을 지원할 준비도 돼 있다.
앞으로 미래산업의 중심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는 그동안 2차전지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내 대표기업 유치와 성장 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로봇산업에서도 핵심 기업을 유치하고 성장 생태계를 조성해 대구가 미래 신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김정원<대구시 투자유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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