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애 경북도청팀 책임기자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일상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은 강력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의 현실적 한계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순식간에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자들의 삶에도 균열이 생겼다.
지난달 26일 대구의 한 화상병원에서 만났던 피해자 가족이 감당해야 할 짐은 가혹했다. 화상 입은 피부를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3억원에 달하는 피부 배양 비용은 시작일 뿐, 향후 장기 재활 치료비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생사를 넘나들고 있지만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의 지원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대검찰청의 '범죄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는 연 1천500만원, 총 5천만원의 한도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범죄피해구조심의회 특별 결의를 거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시민안전보험 등도 존재하지만, 이는 고액의 치료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경산시가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치료비 부족분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특별모금을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이 특정 범죄 피해자 지원에만 무한정 집중될 수는 없다. 무분별한 지원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다양한 행정·복지 수요를 충당해야 하는 지자체와 정부의 입장에서 피해자 지원 예산만을 파격적으로 증액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다른 분야 예산과의 형평성이나 정책적 우선순위 역시 행정에서는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그러나 범죄 피해자를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피해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받지 못해 경제활동 능력을 상실할 경우, 이는 한 가구의 침체를 넘어 장기적인 사회보장 재정 부담으로 전환된다. 초기 의료비 지원 절감이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는 복지 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리적 치료비뿐만 아니라 방치된 심리적 트라우마 역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강력범죄를 직접 경험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을 목격한 이웃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까지 포함한다면 그 영향은 더욱 크다. 적절한 심리 회복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는 지역사회 전반의 불안감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경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사건 발생 다음날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범죄 피해 지원은 단순한 시혜성 복지가 아닌 사회안전망 확충과 위험 관리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구나 강력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국가가 피해자의 회복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한다는 신뢰는 사회 전반의 불안감을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즉, 피해자 지원체계의 현실화는 특정 개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볼 필요가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고를 수습하고 피해자를 다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일은 제도와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임시방편만으로는 강력범죄가 남긴 상흔을 지울 수 없다. 현행 지원제도를 현실적으로 정비하는 것, 그것이 더 안전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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