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이별…전하지 못한 진심
어떤 이별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오래 함께해 온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헤어짐은 더욱 무겁고 갑작스럽다. 그리고 그런 이별 앞에서는, 길고 많은 말보다는 가벼운 고개 끄덕임 하나로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다.그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자기 몫을 했고,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배려했고, 서로를 믿으며 그렇게 함께 했다. 그들이 흘린 땀과 진심은 이곳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모든 것을 내려놓은 날, 아마 후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뒷모습엔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울컥한 마음도 함께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 순간을 놓친 채 뒤늦게 후회했고, 더 잘 보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특히,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한 사람이 있었다. 함께 보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편안하고 익숙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없이 웃어주고, 조용히 다가오는 그의 따뜻함에 마음이 열렸었다. 이별의 순간, 우리는 그분에게 끝내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영화 '인턴'이 떠오른다. 백발의 노신사가 젊은 직원들 틈에 들어온 첫날, 모두가 어색해했다. 그의 존재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다그치지도 않았다. 말보단 먼저 움직였고, 필요할 때 말했고, 누군가를 앞세우기보다 한걸음 뒤에서 힘을 보탰다. 시간이 흘러, 어색함은 사라지고 신뢰만이 남았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로 남았던 사람. 떠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그의 빈자리는 그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우리 곁을 떠난 그 사람도 그랬다. 그 역시 묵묵히, 그리고 진심으로 이곳에 머물렀다. 가끔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겼고,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한 부분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의 아버지 같았고, 때로는 오랜 친구 같았던 그 사람에게 우리가 더 솔직해지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그래서 더더욱 남은 우리가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들이 걸어간 길 위에서, 그들이 만들어놓은 흔적을 기억하며 우리도 우리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준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늦었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