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는 '보수의 심장' 대구 안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다. 2022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서구에서 81.4%를 기록했고, 비산5동에서는 85.5%까지 얻었다. 광역의원 2개 선거구는 국민의힘 후보가 무투표 당선된 데다 2024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후보를 내지 못했다. 웬만한 전국 단위 정치 이슈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재개발과 신축 아파트 공급이 이어진 평리권을 중심으로 지역 현안 해결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 표심'이 조금씩 생겨나는 양상이 포착됐다.
그래픽=염정빈 기자
◆ 평리 중심으로 '실용주의 표심' 확대
서구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 흐름이 감지되는 곳은 평리동 일대다. 재개발 사업과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젊은층과 외지 인구 유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곳이 평리5동이다. 2025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평리5동에서 23.7%(서구 평균 19.1%)를 얻어 서구 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10.6%(평균 6.6%)를 기록했다. 두 후보 득표율을 합치면 34%를 넘는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득표율은 64.2%(평균 73.0%)로 서구 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2023~2024년 서대구역 주변 입지 재개발을 통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총 3천세대 가량) 입주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2년 지방선거의 평리5동 선거인 수는 고작 1천642명이었지만, 2025년 대선에선 7천496명으로 훌쩍 뛰었다. 역세권 특성상 타지 이동이 잦은 직종 종사자들과 외부 유입 인구 비중도 높다는 분석이다. 평리2동, 평리3동, 평리4동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민주당 또는 무소속 후보가 서구 평균 득표율보다 높게 득표하며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내당권 가운데서는 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과 맞붙어 있는 내당1동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19.4%, 이준석 후보 7.4%를 기록하며 평균을 넘어섰다. 반면 내당2·3동은 김문수 후보가 78.5%를 얻었지만, 이재명 후보는 15.1% 득표하며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짙게 유지됐다.
이 지역들은 과거 보수일색이었다. 2022년 지선에선 광역의원 후보자를 내지 못했던 민주당도 이번에는 후보자를 냈다. 광역의원 선거 서구 제1선거구(내당동, 평리 2·4·5·6동, 상중이동)에 출마하는 이주한 서구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고, 젊은 세대가 입주한 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며 "2018년 정치를 시작했을 때와 다른 '변화의 조짐'이 평리·내당권에서 느껴진다. '엄지 척'을 하고 가시는 동네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평리5동에 거주하는 황모(40)씨는 "여전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두텁다"면서도 "다만, 타지에서 유입된 젊은 층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악취 문제와 교통 불편 등 일상과 직결된 생활 인프라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도심 전경. 영남일보DB
◆ 비산권·상중이동 국민의힘 초강세
비산동과 상중이동, 원대동 등 일대는 국민의힘 초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과 장기 거주 주민 비율이 높아 그 특성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산5동은 대표적인 보수 초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는 비산5동에서 85.5%를 얻어 서구 내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김상훈 후보가 74.6%, 2025년 대선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79.1%를 기록했다. 비산7동 역시 국민의힘이 견고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 득표율은 84.5%였고, 2025년 대선에서도 김문수 후보가 79.8%를 얻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14.7% 수준에 그쳤다.
상중이동도 비슷하다. 2022년 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류한국 후보는 상중이동에서 70.1%를 기록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김상훈 후보가 71.1%, 2025년 대선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74.8%를 얻었다. 이곳은 단일 동 기준 선거인이 가장 많은 지역(지난 대선 기준 1만4천351명)이기도 하다.
비산권은 서구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오래된 주거지와 노후 주택 비중이 높은 곳이다. 섬유산업 전성기 시절부터 형성된 생활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재개발 속도도 평리권보다 더딘 편이다. 외부 인구 유입이 많지 않은 만큼 지역 정서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산1동에 거주하는 박모(62)씨는 "정권을 몇 번 지나는 동안 우리 동네 표심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매우 강하다"며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 우리 만이라도 보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들에서도 기존의 문법 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 일부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2022년 구청장 선거와 2024년 총선에서 무소속 서중현 후보는 비산1동, 비산2·3동, 비산6동 등지에서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중도 성향 표심을 일정 부분 흡수했다는 평가다.
서구 제2선거구(평리1·3동, 원대동, 비산동)에 출마하는 이규근 무소속 후보(국민의힘 탈당)는 "현장에서 느끼는 지역구는 어르신이 많이 계셔서 보수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다. 아마 대구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지역을 위해 서구의원으로서 열심히 해왔고, 주민들과 함께 뛰어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지역을 위해 책임있게 일해줄 분을 선택해주시리라 믿고 무소속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김준범 국민의힘 후보는 영남일보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대구 서구 염색공단 모습. 영남일보DB
◆ 재개발·신축 아파트가 향후 최대 변수
지역 정치권에서는 향후 서구 선거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계속되는 평리권 재개발과 신축·준신축 아파트 입주를 꼽고 있다. 평리3동(9천933명)과 평리4동(1만3천7명)은 서구 내에서도 선거인 수(지난 대선 기준)가 많은 지역에 속한다. 여기에 신규 입주가 계속되면서 유권자 구성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탈 표를 전통 보수 강세 지역인 비산권이 얼마나 방어해내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인구 유입과 맞물려 생활 인프라 개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염색산단과 하폐수처리장, 매립장 등이 밀집한 서구의 복합 악취 문제는 신축아파트 입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 요인이다. 실제로 입주민들은 커뮤니티나 단체 활동 등을 통해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서구 악취 관련 한 단체대화방에선 각 정당의 지방의원 공천 현황과 시장 후보에게 직접 건의하고 난 뒤 조치 사항 등이 공유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념보다 생활밀착형 현안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것.
다만 서구는 대구 안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만큼, 평리권을 중심으로 상대적 변화 흐름이 감지되더라도 이를 동구 혁신도시나 수성구 일부 지역처럼 정치적 경쟁 구도가 뚜렷하게 형성된 지역과 동일선상에서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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