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전국 307개 선거구에서 투표없이 당선이 확정된 후보가 513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 508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규모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민주당의 요새'인 광주전남에서는 각각 70명, 80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준다. 유권자의 '선택'이 실종되는 기막힌 현실이 참담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는 민주주의의 대(大)원칙이다. 국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물리적 행위가 바로 투표이다. 후보를 심판할 수 없는 선거판에서 주권자는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공론장도 실종된다. 무투표 선거구에선 후보 등록 마감 즉시 선거운동이 중단된다. 벽보도, 토론회도, 공약집도 사라진 무풍지대에서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원천 차단된다.
견제와 감시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의 70명, 광주전남의 80명이라는 수치는 지방의회가 특정 정당에 장악되었음을 의미한다. 단체장 역시 독점 구조 속에 특정 정당이 싹쓸이한다. 이런 상황에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자기 식구 챙기기 카르텔로 변질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 큰 비극은 무투표 당선자들이 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을 쥔 권력자'의 눈치만 본다는 점이다. 결국 남는 것은 주민들의 정치 혐오다. 투표하기도 전에 결과가 정해진 껍데기 선거판에서 주민들은 정치에 등을 돌리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는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생색을 낸 '중대선거구제 시범지역' 역시 면피용 꼼수에 불과했다. 3~5인을 선출해 소수 정당의 진입을 돕겠다는 제도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텃밭을 지키기 위해 소수 정당 강세 지역을 피해 선거구를 쪼개는 비겁함을 보였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0표짜리 당선증'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단독 출마 시에도 유권자 총수의 일정 비율이나 투표자 과반의 찬성을 얻게 하는 '찬반 투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네바다주(州)에선 '후보들 중 없음(None of These Candidates)'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지 후보 없음'이 1위를 차지하더라도 차점자가 당선증을 가져가지만, 정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공천하도록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형 거부권 투표제'를 도입한다면 정당의 무책임한 공천 전횡을 막는 안전밸브가 될 수 있다. 선거 절차를 줄이고 비용을 아끼는 '효율성'을 내세워 무투표 당선을 옹호하는 것은 선거 편의주의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성 없는 효율성은 자치가 아니라 지배에 불과하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김부겸·추경호 나란히 출사표…6·3 지방선거 대구 시장 후보 등록 시작](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5/5_ㅇㄹㄴㄹㄴㅇㄹㄴㅇㄹ.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