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홍 기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서 실종됐던 강군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산을 찾았다가 홀로 주봉 방면으로 향한 뒤 연락이 끊겼고, 사흘간 수색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국립공원공단, 청송군, 의용소방대, 자원봉사자 등이 투입됐다. 드론과 헬기, 수색견까지 동원됐지만 모두가 바라던 구조 소식은 오지 않았다.
사고 이후 여러 말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탐방로 안전펜스 문제를 거론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어린아이를 혼자 산길로 보낸 부모를 향한 비난도 나왔다. 큰 사고 뒤 원인을 짚어보려는 목소리는 필요하다. 다만 그 과정이 누군가의 책임을 성급히 단정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산은 도시의 길과 다르다. 같은 길처럼 보여도 조금만 벗어나면 숲과 바위, 경사면이 이어진다. 사고 당시 강군이 어떤 길을 따라 이동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위험에 노출됐는지는 차분히 확인돼야 한다. 안전펜스 하나만으로 사고 원인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특정한 잘못으로 몰아가기도 조심스럽다.
부모를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가장 먼저 던져져야 할 말이 책임 추궁이어야 할까. 누구라도 "그때 왜 혼자 보냈을까"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비극은 때로 짧은 방심과 작은 엇갈림에서 시작된다. 그 순간을 평생 되묻게 될 사람은 누구보다 부모일 것이다.
현장에서 본 것은 비난보다 절박함이었다. 수색이 이어진 사흘 동안 주왕산 일대에는 긴장과 피로가 내려앉았다. 수색 인력들은 새벽부터 산길과 능선, 계곡 주변을 오르내렸다. 혹시라도 아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숲을 살피고, 길이 아닌 곳까지 발을 들였다.
끝내 아이는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순간부터 이 사고는 누구를 탓하기 위한 사건이 아니라 한 아이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 비극이 됐다.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고민은 필요하다. 탐방객 스스로도 작은 방심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그 논의가 애도와 위로를 밀어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용한 위로일지 모른다. 강군의 명복을 빌고, 아이를 잃은 부모의 참담한 마음을 헤아리는 일. 마지막까지 수색을 이어간 이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는 일. 사고 경위를 살피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향한 온기가 있어야 한다.
한 아이가 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프다. 이 비극 앞에서 우리가 먼저 꺼내야 할 말은 비난이 아니라 애도이고, 책임 추궁보다 앞서야 할 것은 위로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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