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공무원들이 금호강 고수부지 일대에 방치된 불법 점유물들을 폐기하는 모습. 영남일보DB
전국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실태에 대한 정부 재조사 지침에 따라 대구지역 각 기초지자체가 재확인한 적발 건수가 기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조사 범위가 영업 시설 중심에서 경작 및 적치물 등 하천 전반으로 확대돼 그간 행정력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사각지대가 추가로 드러난 결과다.
1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9개 구·군청은 올해 초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실태에 대한 1차 조사 이후, 최근 2차 재조사를 진행했다.
앞선 1차 조사 당시 중구·서구·남구·수성구는 위반 사항이 없었다. 나머지 지자체는 동구 131건, 북구 113건, 달성군 15건, 군위군 9건, 달서구 2건 등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준(5월8일) 2차 재조사(5월8일 기준) 결과에선 '수치 대반전'이 이뤄졌다. 달성군의 경우 2차 재조사 실적(843건)이 1차 때보다 무려 56배 늘었다. 군위군도 462건으로 51배 폭증했다. 수성구와 서구는 1차 조사에선 적발 건수가 없었으나, 재조사에서 각각 46건, 4건이 확인됐다. 달서구는 2건→9건으로 늘었다. 동구(153개)와 북구(135개)는 1차 조사 대비 각각 22건씩 증가했다. 남구와 중구는 추가적인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재조사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측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국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 적발 건수를 835건으로 보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조사한 규모보다 훨씬 적다. 전국 수치가 이것뿐이라는 게 믿어지느냐"고 반문하며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2차 재조사에 따른 중간 보고 결과 전국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 적발 건수는 총 8만5천건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행안부와 기후부·지자체 합동으로 250명 규모의 '안전감찰단'을 구성, 전국 현장을 돌며 재조사 적정성 등을 추가로 점검 중이다.
대구 기초지자체들은 한 달 만에 적발 건수가 폭증한 것에 대해 일제히 '조사 가이드라인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2차 재조사 당시 행정안전부가 경계가 모호했던 하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조사 대상에 구거(도랑)까지 포함해서다. 이번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인 군위군청의 한 실무 직원은 "기존에는 영업 목적의 시설물 위주로 봤으나, 재조사 시 소규모 불법 경작과 단순 물건 적치까지 모든 불법행위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세천과 공원 구간을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성구청 한 실무 직원 역시 "1차 때는 불법 상행위에 한정했으나, 재조사에서는 하천 전반의 경작 및 적치물을 포함하면서 수치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기반해 대구 각 기초지자체는 이달 말부터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행정대집행(강제 철거)도 예고한 상태다.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선 수년간 방치됐던 하천 사각지대가 올여름 시민들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현장 조치가 오히려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 한 기초단체 건설과 직원은 "그동안은 민원이나 저항 때문에 철거가 쉽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지시와 예산 지원이 명확해지면서 고질적인 불법 시설을 정리할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됐다. 예산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올라간 점도 실무자 입장에선 반갑다"고 전했다.
·대구 9개 구군별 하천·계곡 불법 점용 등 조사 현황. <그래픽=생성형 AI>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잖다. 강제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충돌 때문이다. 이를 대비한 경찰 및 소방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현재 대구와 달리 경북에선 하천 불법 점용 근절을 위한 시·군 합동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지정·운영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순 계도를 넘어 수사권까지 동원해 상습 위반 사례를 뿌리 뽑겠단 의중이 담긴 조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단속 위주의 행정을 넘어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청정계곡 도민 환원' 사업에 대한 전국 확대판으로 풀이되는데, 당시 경기도는 하천·계곡 내 불법 시설물 96%를 철거하는 성과와 달리 상인들의 반발과 생계 대책 마련이라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번 전국 단위 재조사 역시 단순한 불법 적발을 넘어, 철거 이후의 지역 상생 방안이 동반돼야만 지속 가능한 행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공무원들이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이상, 생계유지를 위한 불법 점용은 어떤 식으로든 눈속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강제 철거 후 빈 공간을 방치하면 불법 점용은 재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통령이 나서는 '충격요법'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불법 행위가 왜 일어나는지, 당사자들은 어떤 입장인건지 등 근본 원인을 파악해 해결해야만 행정 사각지대가 사라질 수 있다"며 "과거 불법 노점상을 없앨 때에도 거듭 실패를 반복하다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뒤에야 해결됐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유형별로 나눠 정비 계획을 마련하고, 후속 로드맵을 구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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