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장사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저조] 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오너 중심 경영에 ‘현실 벽’ 높다

  •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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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4 22:13  |  수정 2026-06-14 22:18  |  발행일 2026-06-14
대기업과 동일한 잣대 적용에 실무진 행정 부담 가중
주총 4주 전 공고 등 핵심지표 준수 현실적 한계 직면
전문가, 기업 규모·업종 고려한 맞춤형 컨설팅 필요성 강조
우측부터 대구백화점, 대성에너지, 엘엔에프, 에스엘, 한국가스공사.

우측부터 대구백화점, 대성에너지, 엘엔에프, 에스엘, 한국가스공사.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제도 취지에는 기업 현장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견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실무적 한계에 부딪혀 핵심지표 준수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수준의 엄격한 지표를 획일적으로 요구하는 현 제도 앞에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덮친 행정 부담…"인력도 시스템도 역부족"


실무 현장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어려움은 전담 인력 부재다. 김명신 삼익THK 회계부장은 "상장사 전체가 공시 의무 대상이 되면서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과 동등한 내용으로 항목을 준수해야 하는데, 지역 중견기업 수준에서는 전담 인력이 없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준수율이 가장 낮은 '주총 4주 전 소집공고'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주총 준비와 결산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실무 인력이 충분치 않은 중견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4주 전에 끝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 AI 클로드 제작

지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 AI 클로드 제작

새롭게 추가되는 각종 규제를 쫓아가는 것도 과제다. 박민균 에스엘 IR 책임은 "주석 전산화 등 상법과 감독 기관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공시 분량이 방대해지고 관련 비용도 늘고 있다"며 "적은 인력으로 매번 바뀌는 제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고충을 전했다.


◆오너 중심 경영 한계…승계 정책은 '백지'


지역 경제 근간을 이루는 전통 제조업의 오너 중심 경영 체제도 '허들'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경영권의 자율성을 이유로 내부통제 장치나 승계 규정을 성문화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도 체계적인 시스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김명신 부장은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발해 교육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알지만, 오너 중심 기업 자체적으로 이를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러한 승계 정책에 대한 컨설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명균 책임 역시 당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ESG 인증 등이 있어야 고객사 물량을 수주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도의 방향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기업 체질 개선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규제 넘어 체질 개선으로…한국형 지배구조 모델 필요"


전문가들은 공시 제도가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지역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체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승현 경북대 교수는 지배구조 보고서를 "경영 투명성을 증명하는 신뢰의 척도"라고 정의하며, "경영권 간섭이 아닌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역 기업 상당수가 2·3세 경영 전환기에 놓인 만큼, 주먹구구식 인사로 인한 리스크를 방지하려면 체계적이고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지표 미준수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해법도 제시됐다. 조 교수는 "자원이 열악한 중견기업에 대기업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획일적 강요보다는 기업 규모와 업종을 고려한 '한국형 지배구조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비재무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거버넌스 확립은 필수적"이라며, "지자체와 경제단체, 지역 대학이 연계해 기업 맞춤형 지배구조 컨설팅을 제공하고 실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지원망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지역 경제계도 지역 기업들의 ESG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는 ESG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ESG경영 지원사업 컨설팅을 지원하고, 전문가 1:1 멘토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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