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률 점점 떨어지다 아예 '0%'인 곳도
집계시점·사업부지 탓이라 해명하지만
30% 이하로 추락한 지자체 계속 늘어
전문가 "집행률, 평가기준에 반영 미미"
정부는 매년 1조 원을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대구경북 22개 지자체를 포함해 전국에 배분한다. 2024년 기준 대구경북 22개 지자체의 평균 집행률은 38.2%에 불과했다. 사진은 2019년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캠퍼스 뒤편부터 성당시장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주택가. <영남일보 DB>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행정력 부재 속에서 겉돌고 있다. 인구 유입을 위한 획기적인 소프트웨어 대신 치밀한 계획 없이 부지 확보나 입찰이 지연되기 쉬운 토목·건축(하드웨어) 사업에만 열을 올리면서, 지역을 살릴 '골든타임 예산'이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반토막 난 집행률… 한 해에만 1천억 원 방치
영남일보가 '2022~2024 전국 지자체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및 집행 내역'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민선 8기 대구경북 지역의 22개 기초 및 광역 자치단체에 배분된 기금은 7천5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배분액의 19.9%를 차지하는 규모다. 하지만 2024년 기준 대구·경북 22개 지자체의 평균 집행률은 38.2%에 불과했다. 100만 원을 지원받아도 62만 원은 쓰지 못하고 방치한 셈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대구·경북에서 집행되지 못한 금액만 무려 1천84억 원에 달한다.
집행률 추락세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다. 전국 평균 집행률이 2022년 81.5%에서 2024년 40.7%로 떨어지는 동안, 대구·경북은 같은 기간 85.5%에서 38.2%로 수직 낙하하며 더욱 심각한 행정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치밀한 계획 없이 부지 확보나 입찰이 지연되기 쉬운 하드웨어 사업에만 열을 올리면서 집행률 0%를 기록한 지자체까지 등장했다.
22개 지방자치단체 지방소멸대응기금 분배액 및 집행률. <자료=나라살림연구소>
◆10년 10조 원…지방소멸 막을 '마중물'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행정안전부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한시 운영하는 재원이다. 매년 정부 출연금 1조 원이 투입되며, 총 10조 원 규모다. 지자체가 제출한 투자계획을 평가해 차등 배분하며, 단순한 행정 유지가 아닌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혁신적 대책의 '마중물'로 쓰라는 것이 도입 취지다.
서울·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에 광역지원계정 2천500억 원, 인구감소지역 89개와 관심지역 18개 등 107개 기초자치단체에 기초지원계정 7천500억 원이 매년 배분된다. 대구 남구·서구·동구·군위군을 비롯 경북 22개 시·군 다수가 인구감소지역 또는 관심지역으로 지정돼 기금 배분 대상에 포함됐다. 인구가 한 해 수백 명씩 빠져나가는 지방의 시간을 되돌릴, 사실상 마지막 공공 재원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당장 눈에 띄는 '건물 짓기'에 치중하며 집행 지연을 자초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4년간 전국에서 2천109건의 사업이 시행됐고, 대구경북 22개 지자체에서는 473건의 사업을 진행했다. 지자체 대부분은 건축 건설 등 하드웨어 사업에 열을 올렸다. 특히 문화관광 66.3%, 노인·의료 64.7%가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하드웨어 사업은 부지나 건축자재와 같은 비용과 입찰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사업자체가 늦어지며 집행도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 64억 받고 '0원' 쓴 영천시
영천시는 2024년 인구감소지역 기금으로 총 64억 원을 배분받았으나, 결산 기준 실제 집행액은 '0원(집행률 0%)'이었다. 전국 122개 인구감소 및 관심 지역 중 집행률 0%를 기록한 곳은 영천시를 포함해 단 7곳뿐이다. 그 중에서도 인구가 급격히 소멸해 가장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인구감소지역' 그룹에서 0%를 기록한 곳은 경북 영천시, 경기 연천군, 전남 고흥군 3곳이다.
영천시가 처음부터 기금을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첫해인 2022년만 해도 영천시는 72억 원을 배분받아 62억 원을 집행하며 86.1%라는 비교적 양호한 집행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3년 96억 원으로 배분액이 늘어나자 집행률은 9.3%로 폭락했고, 급기야 2024년에는 64억 원을 받고도 단 한 푼도 쓰지 않아 집행률 0%가 됐다.
이에 영천시청 측은 집계시점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천시 인구교육과 인구정책대응팀 노현정 팀장은 "2024년에 사업 부지 관련 문제가 있어 수치가 0%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24년 연말엔 집행을 늘려 11.3%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인구감소지역과 인구소멸지역에 배분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률은 은 2022년 이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지자체에도 30% 이하의 집행률을 보이거나 심지어 집행을 하나도 하지 않아 0%인 곳도 있다. 사진은 경북 지역의 한 빈집. <영남일보 DB>
◆ 과거 우등생들도 '수직 낙하'
과거 기금을 훌륭하게 집행하던 지자체들의 붕괴 현상도 뚜렷하다. 2022년 100.0%의 완벽한 집행률을 기록했던 울릉군은 2024년 0.5%로 폭락했다.
울릉군 미래전략과 인구정책팀 최효정 팀장은 "'섬청년보금자리 사업' 진행 중 부지를 이전하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해당 사업의 집행률은 27%"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봉화군(99.8% → 10.0%), 경주시(97.1% → 8.5%), 문경시(95.3% → 15.4%), 상주시(100.0% → 22.5%) 등 많은 지자체의 집행률이 2년 만에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배분 받지만 정작 제대로 쓰지 않는, 낮은 집행률에 대해 재정전문가들은 평가방식의 잘못도 한 몫을 한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송윤정 책임연구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평가과정에서 집행률을 하나의 지표로 보긴 하지만 그 비중이 미미하다"며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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