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경북 의성 석탑리 돌탑마을] 술이 솟아났다는 설화 품은 누룩바위, 이름은 술꾼이 지었을까

  • 류혜숙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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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2 12:25  |  발행일 2026-06-12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석재의 무너짐이 심해 원래 몇 층인지는 알기 어렵고 대략 5층 정도로 보인다. 돌은 화강암 종류다.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석재의 무너짐이 심해 원래 몇 층인지는 알기 어렵고 대략 5층 정도로 보인다. 돌은 화강암 종류다.

안평천을 따라간다. 천은 구불구불하고 길은 곧아 그 사이는 온통 논이고, 밭이고, 과수원이다. 밭에 줄지어 앉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수확하고 있다. 마늘은 이르니, 양파일까. 땡볕 아래지만 몸짓에서 흥이 느껴진다. 과수나무에는 아직 붉은 기운이 보이지 않는다. 복숭아 같기도 하고, 자두 같기도 한데, '안평자두'라는 커다란 입간판을 지나치며 오오, 자두구나 한다. 유명한 의성 옥자두의 주산지가 안평면이라 한다. 안평(安平)은 평안과 같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초기 정착 때부터 지역이 평온하고 사람들이 착해서 안평이라 했다한다. 온갖 초록이 하나의 거대한 초록으로 변해가는 시간, 이따금 길 섶에서 선명한 노랑과 보랏빛의 들꽃들이 풍선처럼 가볍게 흔들린다. 참으로 평온하다.


누룩바위는 의성국가지질공원의 명소 중 한 곳으로 괴촌천변 구릉 지형의 동서방향 사면에 약 400m 연속적으로 발달해 있다. 석탑리 돌탑마을 동구에 위치한다.

누룩바위는 의성국가지질공원의 명소 중 한 곳으로 괴촌천변 구릉 지형의 동서방향 사면에 약 400m 연속적으로 발달해 있다. 석탑리 돌탑마을 동구에 위치한다.

누룩바위는 중생대 백악기 호수 환경에서 형성된 퇴적암으로 주로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사암이다. 누르스름한 색과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이 누룩과 비슷해 누룩바위라 부른다.

누룩바위는 중생대 백악기 호수 환경에서 형성된 퇴적암으로 주로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사암이다. 누르스름한 색과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이 누룩과 비슷해 누룩바위라 부른다.

◆ 누룩바위


안평면소재지에서 안평천을 놓아주고 괴촌천을 따라간다. 좁은 도로에 바짝 붙어선 담벼락마다 온갖 꽃들이 황송하다. 길 따라 길게 이어지던 집들은 '속도제한 30'이 해제되면서 드물어지고 멀리로 물러난다. 논밭 가운데 몇 개의 버스정류장과 마을표석을 지나 점점 먼 산들이 다가와 골짜기가 좁아지면, 석탑리 돌탑마을 동구에 길고 우뚝하고 집채만 한 바위가 있다. 괴촌천변 구릉 지형의 동서방향 사면에 약 400m 연속적으로 발달해 있는 '누룩바위'다. 누룩바위는 의성국가지질공원의 명소 중 한 곳이다. 중생대 백악기 호수 환경에서 형성된 퇴적암으로 주로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사암이다. 넓적한 판을 층층이 쌓아 올린 독특한 모양새로 층리가 대단히 발달해 있고 뚜렷하게 기울어진 사층리와 층리와 절리를 따라 풍화되어 모서리가 둥그렇게 부드러워진 모습도 선명하다. 데크 탐방로가 있어 제법 가까이 보기엔 좋지만 붕괴와 낙석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누룩바위는 누르스름한 색과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이 누룩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누룩'은 술을 빚는 데 쓰이는 발효제다. 주로 밀이나 쌀 등의 곡식으로 만든다. 아무래도 선비는 책, 목수는 판자, 출출한 이는 시루떡으로 보일 텐데, 누룩바위라 명명한 이는 술꾼이거나 술 빚는 이었나보다.


술과 관련된 설화도 전해진다. 옛날에는 이 누룩바위 아래에서 술이 솟아났고 오가던 행인들이 즐겨 마시며 갈증을 해소했다한다고 한다. 공짜 술이라도 규칙은 있게 마련인데, 야박하게도 이곳의 규칙은 딱 한잔이었다. 그런데 옛날 한 사람이 의성 장을 보고 지나던 중 너무 목이 말라 연거푸 두 잔을 마셔버렸단다. 안타깝게도 이후 술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를 모르던 한 행인이 기다리고 기다려도 술이 나오지 않자 홧김에 술 사발을 맞은편 산으로 던져버렸다. 산의 북편이라 응달진 그 산을 사람들은 지금도 '사발음지(沙鉢陰地)'라 부른다. 몇 년 전만 해도 물이 고여 있고, 개구리와 올챙이가 살고, 바가지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었다. 정자에 가로 누워 돌탑과 솟대의 새를 본다. 여기서 동쪽으로 20리 쯤 가면 의성군청이다. 안평면과 의성읍을 오가던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했을 것이고, 이곳은 지금도 한숨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 석탑리 돌탑마을


너른 동구와는 달리 마을로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외길이다. 낮은 구릉성 산지 사이에 남북으로 긴 골짜기가 좁았다가 덜 좁았다가 할 뿐, 차마 그리 넓지 않다는 표현조차 머쓱한 땅이다. 긴장하여 정면만 주시하는 시선 속에서도 길가 수풀에서 햇빛에 달궈진 야생 딸기를 본다. 꿀꺽 삼킨 침에서 떫은맛이 난다. 논밭과 과수원을 지나면 골짜기 가운데에 동그랗게 자리한 마을이 나타난다. 집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듯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저 직진하면 될 것을 고샅길로 잘못 들어 엄청난 고역을 치렀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누군가가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한다.


골짜기로 인해 해가 빨리지는 마을이라 한다. 계곡을 따라 남향으로 촌락이 형성되어 있고 또한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남쪽으로 흘러 괴촌천에 합류한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군데군데 하늘을 비출 정도이고 물가에는 무성한 수풀과 몇 송이 꽃 속에 퇴적층이 관찰된다. 마을을 관통한 이 길, 석탑1길은 뜬골재를 넘어 의성군 단촌면 장림리와 연결되는데, 마을 끝자락 고갯마루 즈음에 갑자기 길이 넓어지면서 기이한 모양의 돌탑 하나가 나타난다. 석탑리 돌탑마을이라는 이름은 저 돌탑에서 왔다.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돌을 쌓아 올린 탑인데 그 모양이 사각형의 계단 모양이라는 뜻이다. 누가, 언제, 왜 이 탑을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의성 석탑리 방단형 적석탑. 돌을 쌓아 올린 탑인데 그 모양이 사각형의 계단 모양이라는 뜻이다. 누가, 언제, 왜 이 탑을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의성 돌탑리 방단형적석탑


보기 드문 탑이다. 보자마자 가락국 구형왕릉을 생각했다한다. 초기 계단식 피라미드를 닮았고, 고구려나 백제의 적석총도 닮았고, 무너진 지구라트도 떠오른다. 고갯마루 길가에 있으니 경계나 비보, 기원을 위한 누석단 같기도 하고, 옛날 아이가 죽으면 돌로 무덤을 지었다는 풍습도 생각난다. 그러나 그 뿐, 누가, 언제, 왜 이 탑을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탑의 이름은 '방단형적석탑'이다. 돌을 쌓아 올린 탑인데 그 모양이 사각형의 계단 모양이라는 뜻이다. 석재의 무너짐이 심해 원래 몇 층인지는 알기 어렵고 대략 5층 정도로 보인다. 가장 아래층은 한 변의 길이가 10m가 넘는 정방형이다. 2층도 정방형이지만 3층부터는 평면이 직사각형으로 줄어든다. 각 층의 바깥 면은 널빤지 같은 돌을 가로로 쌓아 비교적 반듯하게 올렸는데 그 안쪽은 깬 돌로 채웠다. 돌은 화강암 종류다.


동쪽 감실의 부처님. 고려시대의 석불로 세밀함은 사라졌으나 시대의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동쪽 감실의 부처님. 고려시대의 석불로 세밀함은 사라졌으나 시대의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남쪽 감실의 부처님. 앉은 자세의 부처님으로 돌의 한쪽에 도드라지게 새긴 부조다. 석불의 크기가 감실에 마침맞게 만들어져 있어서 석탑도 고려시대의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남쪽 감실의 부처님. 앉은 자세의 부처님으로 돌의 한쪽에 도드라지게 새긴 부조다. 석불의 크기가 감실에 마침맞게 만들어져 있어서 석탑도 고려시대의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목탑처럼 2층 네 방향 모두에 감실이 만들어져 있다. 3층과 깊이가 같은 것을 고려하면 탑을 만들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는 고려시대 석불이 안치되어 있다. 앉은 자세의 부처님으로 돌의 한쪽에 도드라지게 새긴 부조다. 세밀함은 사라졌으나 시대의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석불의 크기가 감실에 마침맞게 만들어져 있어서 석탑도 고려시대의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현재는 남쪽과 동쪽의 감실부처님만 남아 있다. 북쪽은 텅 비었고 서쪽은 석편만 세워져 있다. 석불의 얼굴과 광배 등에 흰색 얼룩이 있다. 지의류로 보였는데 안료라 한다. 천 개의 틈으로 빛이 조각으로 떨어져 신비롭고 슬프다. 마을 사람들이 주위 땅속에 부처님을 묻어 두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계단과 계류 옆 석축은 언제 적 것일까. 뒷산 나지막한 마루금의 잿빛은 지난 산불의 흔적일까. 키가 훌쩍 큰 풀꽃에 흰 나비들 나풀대고, 꿀벌은 앵날다 키 작은 토끼풀 꽃 위에 앉는다. 맞은편 밭 가장자리 작은 집에서 돌아눕는 낮잠 소리 들린다. 평안하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중앙고속도로 의성IC로 나가 안동, 의성방향으로 우회전해 직진, 봉양교차로에서 고가차도로 진입해 직진한다. 온천삼거리에서 좌회전, 약 60m 진행 후 신평, 안평방면으로 우회전해 약 8.8㎞가면 안평면소재지다. 파출소 앞 삼거리에서 의성방면으로 우회전해 4㎞ 정도 가면 왼편 길가에 석탑1리 마을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맞은편 동구에 누룩바위가 있고 마을 안쪽으로 좌회전해 들어가 마을회관에서 600m 정도 더 들어가면 의성석탑리방단형적석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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