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3일 국회 본관 앞에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부산의 미래가 걸린 법안이 정치적 셈법에 가로막혔다는 판단에서다. 현직 시장으로서 부산발전을 위한 절박함과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낸 행위로 비쳐졌다.
시간대는 달랐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김병욱 예비후보는 경선 배제에 반발해 삭발하는 동시에 단식에 돌입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이던 그가 뚜렷한 이유 없이 컷오프 당했으니 억울할 만하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국민의힘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지난 19일 머리를 밀며 반발했다.
정치인들에게 삭발은 대화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때, 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동이다. 삭발은 시간이 지나야만 원상회복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하는 단식만큼은 아니지만 삭발은 현 상황의 중요함과 시급함을 극대화해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삭발하는 정치인이 많다는 것은 원칙 없는 컷오프는 말썽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5대 공천 부적격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컷오프 결과를 놓고 보면 공천 부적격 기준이 작동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니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예비후보에게 약점이 잡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앞으로 남은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얼마나 스스로 만든 룰을 지키느냐가 당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진욱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