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호르무즈해협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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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2 07:27  |  발행일 2026-04-02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에너지 경제의 급소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수로는 북쪽으로 이란, 남쪽으로 오만과 아랍에미리트가 마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의 원유와 LNG가 반드시 통과하는 길목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지난다. 이 바닷길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와 세계 물가가 즉각 출렁이는 이유다.


이란이 이 해협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갖는 것은 지리적 우위 때문이다. 해협 북안을 따라 길게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근 섬과 연안 기지를 통해 항로를 사실상 내려다볼 수 있다. 폭이 좁아 혁명수비대의 고속정, 기뢰, 연안 미사일만으로도 선박 통항을 위축시킬 수 있다. 호르무즈는 이란에게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서방 제재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적 지렛대다.


이란 의회가 그저께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안을 승인했다.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이란은 연간 150조 원에 달하는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연간 1조 원 안팎의 추가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세수 확보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를 협상 카드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유가 급등, 물류비 상승, 해상보험료 폭증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국제사회는 자유 항행 원칙을 훼손하는 일방적 조치를 결코 용인해선 안 된다. 세계 경제의 혈관을 특정 국가의 정치적 무기로 방치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전 세계 소비자와 산업계가 치르게 된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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