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300조 지방투자 끌어내려면 ‘판’부터 깔아줘야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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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6 07:09  |  발행일 2026-02-06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재계와의 첫 간담회에서 지방투자를 요청한 것은 확고한 균형성장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그저께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에선 5극 3특 체제로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축을 만들기로 하고, 거기에 집중 투자할 것이기에 기업도 그 점에 보조를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이날 "향후 5년간 대기업 투자를 다 합치면 300조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재계가 대규모 지방 투자로 화답한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재계가 이날 내놓은 안은 기존 투자분을 끌어모으는 등 다분히 생색내기용 수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지만, 대기업 투자는 고용 창출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HD현대의 대구 로봇분야 투자를 비롯해 LG이노텍의 구미 카메라 모듈 생산시설, SK실트론의 구미 반도체, 포항의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에코프로 이차전지 시설 등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다. 단순히 대기업의 단독 투자를 넘어 많은 협력사까지 투자 파트너를 끌어들여, 새로운 지역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제 공은 정부와 지자체로 넘어왔다. 역대 정부마다 대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했지만, 번번이 지역의 희망 고문으로 귀결됐다. 일회성 투자나 형식적인 동참에 그친 탓이다. 대기업이 정부의 요구로 덜컥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리 만무하다. 대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끌어내려면 '지방으로 올 수 있는 판'을 깔아 주는 게 급선무다. 우선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 산업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교육과 의료, 주거, 문화를 결합한 총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우수 인재 공급을 위해선 대학과 긴밀한 협력도 필요하다.


때마침 AI 시대를 맞아 지방투자의 기회도 열리고 있다. 안정된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구미 AI 데이터센터, 포항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등이 그 방증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재생에너지가 중요해지고, 교통과 통신 발전으로 지방과 수도권의 차이가 크게 없어지는 등 기회가 온 측면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방이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AI와 신재생에너지의 거점으로 거듭날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균형 발전은 정부만의 책무가 아니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이 게 균형 발전의 주춧돌이다. AI가 가져다준 지방 회생의 기회를 잘 살리려면 정부와 지자체, 기업, 대학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전략적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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