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신산업 발목 잡는 중앙정부 낡은 규제 걷어내야

  • 논설실
  • |
  • 입력 2026-08-06 17:07  |  발행일 2026-08-07

대구경북지역 첨단산업 기업들은 미래를 향해 뛰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산업 패권 경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라는 사실을 중앙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대구지역의 2차전지와 미래 모빌리티, AI·ICT 기업들은 신기술의 실증과 시험생산, 사업화 단계에서 과거 산업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와 마주하고 있다. LFP 배터리 규제는 제도가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행 기준은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제품으로 인정받으려면 니켈 함량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니켈 성분이 없는 LFP 배터리 추출물은 재활용 가치가 있는데도 사업장 폐기물로 취급된다. 배터리 재활용 중간공정 산물의 공장 내 보관기한도 30일에 불과해 기업의 경제성 확보를 어렵게 한다. 지역 업계가 보관기한을 180일로 늘리고 화학적 조성에 따른 별도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현실에 맞게 규제를 고쳤을 때의 효과는 입증됐다. 이동식 협동로봇은 과거 안전펜스 설치 의무 때문에 이동 중 작업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구시는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중앙정부의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를 이끌어내고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표준 제정까지 성사시켰다. 이러한 규제해소 과정에서 참여 기업들은 2024년 467억원의 사업화 매출을 올렸고 생산성도 평균 9.3% 향상됐다.


문제는 중앙부처의 규제 판단과 처리 방식이다. 기업 현장의 애로를 포함한 규제 개선 과제를 대구시가 발굴해 중앙부처에 개선을 건의하지만 실제 규제가 바뀌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산업에서 규제 개선의 지연은 단순한 행정 불편을 넘어 투자와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치명적인 손실이다. 대구시가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중앙부처에 건의한 규제 개선 과제는 289건에 이른다. 그러나 수용·불수용·장기 검토 등의 1차 판정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리고, 2024년 이후 수용률은 7%대에 머물렀다. 물론 모든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와 사업화 시기가 걸린 현안을 장기간 검토 상태에 두는 것은 책임 있는 대응이라 보기 어렵다.


신산업은 기존 산업에 없던 기술과 사업 방식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과거 기술을 기준으로 만든 규정을 새로운 산업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규제는 안전장치를 넘어 진입장벽으로 전락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안전과 환경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AI와 첨단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과거의 규제와 행정 방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지역혁신성장을 위해 중앙정부도 시대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