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 생성 이미지.
"사장님, 우리 미성년자인데요. 술 팔아도 되나요?"
지난해 10월7일 새벽 3시44분쯤. 당시 18세이던 A군은 한살 아래 동생 B군과 대구 동구의 한 식당에서 소주 한병과 안주를 시켰다. 종업원이 음식을 내오자 이 둘은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으니 신고하겠다'며 돌변했다.
잔뜩 겁먹은 종업원은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엄청 무서운 사람들이 왔다. 문신도 많고, 자기들이 미성년자라고 한다. 빨리 와서 조치해달라. 무서워 죽겠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들의 전력은 화려했다. A군은 2022년 8월 특수강제추행 죄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6년을 선고받아 당시는 그 유예기간 중이었다. B군도 다수의 소년보호처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벽 4시56분쯤. 식당 사장이 도착하자 A군과 B군은 다시 협박을 했다. "우리가 미성년자인데, 이모가 우리에게 술을 줬다. 신분증 검사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 국밥집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미성년자에게 술을 잘못 판매해 한달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너무 화가 나는데, 당신네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으니 내가 그때 못 받은 돈 200만원을 주면 신고하지 않겠다."
두려움을 느낀 업주는 결국 B군 명의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했다. '돈맛'을 본 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같은 달 23일 새벽 3시5분쯤 동구의 또 다른 식당에서 소주 한병을 주문한 뒤 주류가 나오자 종업원에게 200만원을 내놓으라며 또위협했다. 이들은 "혼자 해결하지 못할 거면 사장 불러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 부르겠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의 신고로 무산됐다.
결국 A군과 B군은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됐다. A군에겐 협박 혐의도 더해졌다. 지난 16일 대구지법 형사10단독 허정인 부장판사는 A군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B군은 소년부로 송치했다.
허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이전에도 다수의 소년보호처분 전력 및 형사처벌 전력이 있다. 다만, A군은 각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B군의 경우 조사를 담당한 보호관찰관이 '미성년자로서 교육을 통한 개선의 여지가 있으므로 소년보호사건 송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부분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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