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의사 인력 현황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의사 정원 1천51명 가운데 실제 근무 인원은 570명으로 48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챗GPT 생성>
대구경북 중증 진료의 중심 축인 경북대병원에서 의사 인력 공백이 뚜렷해지고 있다. 의료현장 핵심 인력인 전공의가 줄면서 대학병원 진료체계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특히 의정(醫政) 갈등 후 수련환경이 흔들리면서 젊은 의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그 여파가 병원 인력구조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북대병원 의사직 정원은 1천51명이지만, 실제 근무 인원은 570명(남 377명, 여 193명)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자리가 비어 있는 셈이다. 수련 인력 감소가 이어지면서 진료현장의 부담 역시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이는 의사 면허를 갓 획득한 젊은 인력이 전공의 대신 군 복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수진의 이탈 본격화도 의료 인력 정원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병원 규모만 보면 상황은 다르게 보인다. 경북대병원 전체 직원은 5천44명(정원 5천812명)으로, 대형병원의 외형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턴과 전공의 감소가 이어지면서 남은 의료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병원 안팎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는 단순한 수련 인력을 넘어 진료 현장의 중요한 축이다. 병동 환자 관리, 응급실 대응, 수술 과정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전문의 중심 체계라고 해도 실제 의료현장은 전공의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인력이 줄어들면 교수와 전문의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진료체계 전반에도 부담이 커진다.
의정 갈등 이후 나타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공의 대신 군 복무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련과정을 이어가다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공의 과정을 미루고 일반병 입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무기간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일정 기간 뒤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인력까지 의료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2월말 기준 경북대병원 직원 현황.
수련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젊은 의사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전공의 수련이 정상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진로 계획을 다시 세우는 경우도 늘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전문의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교수진 이탈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는 점도 병원 안팎에서 우려하는 대목이다. 전공의 공백으로 진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부 교수들이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이나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의료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역량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병원이 가진 구조적 특성은 인력 공백의 파장을 키운다. 국립대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한다. 교수진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학생 교육과 연구를 병행한다. 수련 인력이 줄어들면 진료 부담이 교수들에게 집중되고, 연구와 교육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력 문제의 여파가 병원 운영 전반으로 확산하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경영 지표가 일정 부분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대병원의 지난해 의료수익은 약 8천억원 규모로 이전보다 개선된 상태다. 다만 의료기관 특성상 비용을 크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인건비, 시설 유지비, 장비 투자 등 필수 지출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경북대병원을 배경으로 의료 인력 공백과 의료현장의 부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인력, 수술실 의료진, 자리를 비운 의사 가운과 고민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겹쳐지며 지역 거점병원이 겪는 인력난과 의료 공백 문제를 보여준다.<챗GPT 생성>
병원이 보유한 의료 자산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는 진료·교육·연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국립대병원의 기반이 되는 규모다. 그러나 핵심 의료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시스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경북대병원은 대구경북에서 중증환자 치료와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이라며 "의료진 구조가 안정되지 않으면 지역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련 환경 정상화와 젊은 의사들의 복귀가 이뤄져야 대학병원 인력 구조도 점차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지난 25일 대구 호텔라온제나에서 열린 2026년도 제82차 경북의대 동창회 정기총회 축사에서 "의사 인력 공백이 커진 상황에서 병원이 맡고 있는 역할을 지켜가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진료, 교육, 연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 차원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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