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부동산은 언제나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였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진보 정부도,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보수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투기 억제, 세금 강화,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처방은 달랐으나,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일자리·교육·기업·문화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서울에 살고 싶다'는 욕망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그러니 "부동산 정상화가 5000피, 계곡 정비보다 쉽다"는 대통령의 엄포가 공허한 것이다.
고향에 남은 비수도권 자녀에게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 역시 이를 증명한다. 한은이 조사한 가난의 대물림 정도에 따르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한 자녀의 소득 백분위는 부모 세대보다 6.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지역에 남은 자녀는 오히려 2.6%포인트 하락했다. 부모가 가난해도 서울로 가면 계층 이동이 가능하지만, 지역에 남으면 가난이 대물림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절망적인 보고서다. 개인 입장에선 수도권 이주가 경제력 향상을 위한 가장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개인적 합리성'이 공직자의 '정치적 책임성'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오는 6월 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국회의원들, 유영하·윤재옥·주호영·최은석·추경호 의원. 이들의 집은 어디일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윤재옥 의원은 지역구인 달서구와 서울 송파에 집이 있고, 유영하·주호영·최은석·추경호 의원은 대구에는 집이 없이 전세로 살고 서울 강남·서초·송파 '한강 벨트'에 자가를 소유하고 있다. 권영진·홍준표 전직 대구시장의 집도 서울이다.
대구에는 집이 없는 시장을 위해 시는 세금으로 관사를 구입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시·도지사가 자기 집에 살지 않고 관사에 살 이유는 없다"던 당시 안철수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발언도,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관사 운영 개선 권고안도 소용없었다.
'서울 집'이 있는 시장이 대구에 내려와 살 곳을 시민의 혈세로 마련해주는 이 기이한 풍경은 2026년에도 유효한가.
정치학에서 대표성과 정체성은 선거구라는 물리적 경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표자는 단지 선거구의 '대리인'이 아니라, 그 지역민과 시대의 현실을 함께 살아가는 공적 존재로 기대된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공직자의 선택과 같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 시장의 '집'은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집은 어디에 있느냐"는 오는 6월 선거를 앞둔 대구시장 후보자들의 정치적 대표성과 지역 정체성, 정책적 진정성을 묻는 잣대다.
대구의 미분양 사태에 내 자산도 함께 묶이고, 지역 아파트값이 115주 연속 하락할 때 함께 밤잠을 설칠 사람이어야 정책에 절박함이 깃들지 않겠는가. 청년들에게 "대구에 남으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가족과 자산은 수도권에 안전하게 모셔두는 시장이 시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집'의 위치가 증명하는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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