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장, 이 대통령, 알베르토 몬디 주한이탈리아 상공회의소 부회장. 연합뉴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열 명 중 여덟 명이 수도권에만 머무는 고질적인 쏠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방 관광' 육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국인 관광객 3천만명시대라는 거대한 목표를 잡고, 출입국 관문 확장부터 초광역 관광 연계망 구축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지역 체류형' 생태계 전환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대경권'으로 세계유산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관광지로 키운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여기에다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공항의 국제선 직항도 늘린다.
정부는 25일 청와대에서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한관광 대전환 및 지역관광 대도약 전략'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민간 등에서 총 5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는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K-관광, 세계를 품다–방한관광 대전환, 지역관광 대도약'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정책의 근간은 외국인들의 입국 문턱을 낮추고, 이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지방 소도시와 명소로 이어지도록 교통·숙박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재설계하는 데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초광역 단위의 '관광권' 육성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전통문화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무기로 한 '골든루트'의 중심지로 집중 육성된다. 대구의 근대골목을 거쳐 △경주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 △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동선이 새롭게 구축될 전망이다.
25일 정부가 발표힌 '방한관광 대전환 및 지역관광 대도약 자료' 중 정부 관광권 구상도. 정부 합동 자료 캡처
실질적인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맞춤형 상품도 쏟아진다. 정부는 대구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서문시장에서 미식을 즐긴 뒤 경주와 안동의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3박4일 일정의 단체투어 코스가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크루즈선이 들어오는 포항항의 경우, 하선한 승객들이 포항 스페이스 워크를 관람하고 곧바로 경주 불국사로 이동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인프라 확충은 '대한민국 명소 재생 30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도심 재생의 전국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은 '경주 황리단길'의 모델을 차용해 전국 30곳의 낡은 진입로나 상권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전국의 기차역과 명소를 잇는 '코리아 기차둘레길' 사업도 속도를 낸다. 서울에서 출발해 대구와 부산을 잇는 경부선과 경주로 향하는 중앙선 구간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뚜렷한 테마를 입고 새 단장에 들어간다.
지방 소도시의 이색적인 매력을 알리는 작업도 병행된다. 국민 참여형으로 진행되는 '명소 발굴 100×100 프로젝트' 중 '맵부심(매운맛 자부심) 100' 테마에는 경북 청송과 영양 지역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청양고추 농가 체험과 현지 음식 만들기를 결합한 특화 상품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이러한 지방 관광 활성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줄도 크게 풀린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자본이 결합한 '지역관광 활성화 펀드'가 새롭게 조성된다. 2026년부터 5년간 1천억원 이상을 출자해 대규모 리조트나 마이스(MICE) 시설 등 지역 인프라에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교통망 정비도 핵심 과제로 다뤄졌다. 정부는 지방공항의 국제선 직항을 늘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이 심야 시간대에도 지방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공항버스 노선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고속철도(KTX) 사전 예매 가능 기간을 기존 1개월 전에서 대폭 늘려 외국인들의 여행 계획 수립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 방침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