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묻는다, 불발 책임을”… 캄캄한 1면이 던진 화두

  • 노진실·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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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5 20:55  |  수정 2026-02-25 21:38  |  발행일 2026-02-25
영남일보, TK 행정통합법 국회 보류 사태에 무언의 시위
25일자 신문 1면 전체를 검은 배경에 8개 문장만 배치
시민·공무원부터 언론계까지 ‘절망감 표현한 파격’ 공감


2026년 2월 25일자 영남일보 1면

2026년 2월 25일자 영남일보 1면

25일자 영남일보의 신문 1면이 지역사회 안팎에서 큰 화제가 됐다. 기사 대신 '검은 배경'에 8개 문장만으로 한 면을 채웠기 때문이다.


하루 전인 지난 24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역의 운명을 가를 통합추진이 불발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법사위 처리 보류란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부 정치인들이 보인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시·도민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협상과 양보의 자세를 견지 못하고 한편의 '정치 막장극'을 보는 듯 했다.


이에 영남일보는 파격을 택했다. 기사에는 담기 어려운 지역의 절망감과 암담함을 강렬한 편집을 통해 표현했다. '야(野)는 막았고 여(與)는 눈감고 또 누군가는 딴지 걸었다 캄캄한 미래 우린 묻는다 TK 통합법 불발 책임을'. 이 여덟 문장은 이날 온·오프라인 상에서 널리 회자됐다. SNS와 각종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언론계 인사들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역의 한 언론인 출신 인사는 자신의 SNS에 영남일보 1면 사진을 게재하며 "누가 발버둥치는 대구경북의 100년 미래를 막고 있나! 누가 좌절과 암흑으로 만들어가나!…허구헌날 TK 침체를 이야기하며 다른 무슨 수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라는 뼈 있는 글을 올렸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오늘자 영남일보는 센세이셔널했다. 검은 여백에서 느낄 수 있는 참담한 분위기와 여덟 음절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했다"는 의견을 본지에 전해왔다.


광주전남지역 한 대표 일간지의 현직 간부는 "TK 통합 특별법도 함께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영남일보 25일자 1면은 막막함과 절박감을 잘 표현한 듯 했다"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 한 전직 교수는 자신의 SNS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광주전남 통합법은 통과됐다. 행안위에서 함께 통과됐는데 왜 이같은 결과가 나왔을까"라며 "먼저 누가 배신하면서 딴지 걸고, 어느 정치인이 개인 욕망으로 공익을 팽겨치고, 어느 정당은 정치적 술수만 난무하고, 어느 정당 지도부는 민심에 거역하고…이를 보여주는 파격의 신문 1면 편집을 소개한다. 신문은 살아있다. 영남일보 1면 지면"이라고 사진과 함께 게시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침에 영남일보 보고 50여 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1974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 중앙 일간지의 1면이 먹지였다. 오늘 영남일보 1면 먹지 보도는 TK 통합 추진과정에서 당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짚었다"고 치켜세웠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아침마다 영남일보와 여러 신문을 보는데, 오늘은 너무 비교가 됐다. 지역 발전을 위해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영남일보에 성원을 보낸다"고 격려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은 "회사에서 영남일보 1면을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말문이 막힌다'라는 표현을 신문 지면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아닌가"라며 "비수도권 지방의 막막한 현실과 캄캄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기사를 나열한 평소 편집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문은 공직사회에서도 많은 화젯거리가 됐다.


대구 한 기초지자체 공무원은 "이전까지 TK 통합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오늘 영남일보 1면을 본다면 한번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편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의 한 공무원은 "이번 TK 통합 추진 과정에서 '누가 어떻게 잘못했다' 이런 말을 길게 쓰는 것보다 다섯 줄 안에 모든 내용이 들어있어 상징성 있게 잘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소중한 비판 의견을 전해준 독자도 있었다.


지역 학계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당시 영남일보가 무척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자 1면은 좀 우려스러운 면도 있었다"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다소 오해를 살수 있는 편성이었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해왔다.


이외에도 SNS상에 다양한 댓글들이 쏟아졌다. '간결하면서 임팩트 있는…' '캄캄할 뿐인 대구의 앞길을 표현' '기사보다 멋진 편집' '파격, 또 파격' 이라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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