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역형 비자 ‘철회’가 아니라 ‘정교한 안전장치’가 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1월 23일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 조선업 외국인력 도입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광역형 비자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자리 대체, 임금 하방 압력, 국가 관리체계 약화에 대한 우려는 정책 책임자로서 당연한 경계다. 그러나 이 발언이 '철회 신호'로 오독될 경우 시범사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대통령의 우려는 옳다. 다만 처방은 제도의 폐기가 아니라, 정교한 안전장치의 설계여야 한다. 대통령 발언의 핵심 우려는 세 축으로 수렴한다. 첫째, 싸게 고용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우려다. 둘째, 외국인 근로자 임금 220만원 수준을 지적한 임금 하방 압력이다. 셋째, 지방 광역정부에게 비자 발급권을 줬다는 국가통제력 약화 우려다. 모두 타당한 리스크이나, 이것이 광역형 비자 자체의 결함인지 시범사업 운영 설계의 미비인지는 구분돼야 한다. 광역형 비자는 한국만의 실험이 아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방정부 주도의 이민자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당한 정책 효과를 입증해 왔다. 소멸 위기의 지방에 이민자를 유입해 인구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며, 한국의 시범사업도 이러한 선진국 경험을 참조한 것이다. 법무부의 시범사업은 광역 시·도가 비자 요건을 설계하면 법무부가 심의·승인하는 구조로, 14개 광역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울산은 내국인 기피 3개 직종에 한정한 E-7-3 비자로 440명 배치 사업이며, 실제 입국은 133명에 불과하다. 새 쿼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쿼터 내에서 사전 교육과 품질 관리를 통해 인력을 선발하는 '도입 경로의 정교화'다. 정책은 신뢰로 굴러간다. 울산시는 해외인력양성센터 설립과 정책 고도화 연구까지 착수한 상태였으나, 대통령 발언 직후 긴급 해명에 나서야 했다. 133명 규모의 시범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거버넌스 비용이 과도하다. 이미 선진국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도인 만큼, 한국의 과제는 존폐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국내 고용 보호 장치를 명문화해야 한다. 광역형 비자 적용 대상을 직무·지역·업종별로 엄격히 한정하고, 사업장에 내국인 채용 노력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분기별 내국인 대체효과 점검지표를 설계해 대체 징후가 포착될 경우 해당 업종의 쿼터를 즉시 조정하는 자동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현행 울산 사업이 내국인 기피 직종 3개에 한정한 것은 적절한 출발점이나, 이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 둘째, 임금·처우의 하한선을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 최저임금 준수를 넘어, 지역생활임금 또는 직무급 기준 등 복수의 하한선 설계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력의 임금이 동일 직무 내국인 근로자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임금 바닥' 장치는, 대통령이 지적한 '220만원 저임금' 구조의 고착을 방지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체류·정주 패키지를 광역정부가 책임지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 사회통합 프로그램, 주거 지원, 가족동반 조건, 지역사회 매칭을 광역정부가 일괄 설계·운영하는 틀이 필요하다. 현행 시범사업에서 울산시가 사전 교육과 현장 적응을 책임지는 모델은 기존 고용허가제(E-9)의 수동적 배치 방식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장점이며, 이 방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캐나다와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지방정부가 이민자의 정착생애 전반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구조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지방이민정책은 단순 인력수급을 넘어 지역 활력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넷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한·책임의 역할 분담을 명문화해야 한다. 비자 추천, 사업장 평가, 체류 사후관리 각 단계에서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를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우려한 '지방 광역정부에게 비자 발급권을 줬다'는 인식은, 실제로는 법무부가 최종 심의·승인권을 보유하는 현행 구조와 차이가 있다. 국가의 출입국통제권은 온전히 유지하면서 지방은 현장실행역량과 정주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중구조가 바람직하며, 이 역할 분담을 더 명확히 공표하는 것만으로도 통제력 약화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정책을 정교하게 만드는 동력이 돼야지, 정책을 소멸시키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이 제기한 우려가 '개선형 지속'이란 정책적 결실로 수렴되길 촉구한다. 류형철 한국이민정책학회 부회장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