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불]대규모 피난, 교통마비…‘도심형 재난’ 대응책은?
대구 함지산 산불을 계기로 '도심형 재난'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북 대형 산불과 비교해 영향 구역 대비 대피 인원이 많은 대도시권 위험 요소가 야기돼서다.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이 대피 행렬에 오르면서 대피소 부족과 교통 혼잡 가중 등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29일 기준 함지산 산불관련 대피 주민 수는 노곡·조야동, 서변동 등 총 6천500명(3천514세대)에 달했다. 산림청이 추산한 산불영향 구역 면적(260㏊)에 대입하면 1㏊당 25명이 영향을 받은 셈이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했을 때 지난달 경북을 집어삼킨 최악의 산불과 극명한 차이가 난다. 경북 산불은 4만5천157㏊를 태우면서 무려 3만7천361명이 대피했다. 1㏊당 0.8명가량이다. 인구 밀집지에서 발생한 대구 함지산 산불의 영향력이 무려 31배나 높은 것이다. 이 처럼 상대적으로 대지 규모가 좁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대이동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산불 영향권 일대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민가 골목으로 진입하던 소방차 등이 대피하려는 주민 차량과 뒤엉키거나, 도심 곳곳 통제된 도로 상황과 퇴근길 정체가 겹치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대피소의 경우 노곡·조야동엔 비교적 수월하게 대피소가 마련됐다. 하지만 서변동엔 한때 동변중 대피소에 인파가 집중되자 추가 대피소를 확보한 뒤 분산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실제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됐다. 서변동에 사는 40대 주부 황태란씨는 "서변동은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나오는데, 학교 강당 하나로 버티라는 건 무리였죠. 동변중학교가 꽉 차서 발길을 돌리는 이웃들을 보니 정말 막막했다"며 "큰 체육관이나 공공시설을 미리 지정하고 텐트도 인원수만큼 넉넉히 비축해둬야 '도심형 대피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개인택시을 모는 윤정후(59)씨는 "퇴근 시간대에 대피령이 떨어지니 도로는 이미 마비된 상태였다"며 "대피하려는 주민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골목에 진입하지 못하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도심에 산불이 났을 때는 일방통행 구간을 지정하거나, 경찰이 대피로를 최우선으로 확보해주는 구체적인 교통 통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도 도심형 재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구시 재난안전실 직원은 "대도시 특성상 인구가 많고, 특히 상가 등 생계 활동 중인 사람이 다수 생활한다. 이번 산불로 대피 기준, 수송 대책과 같은 고민이 요구된다는 점을 인지했다. 더 안전하고, 원활한 재난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재난 상황에 맞춘 대피계획을 세분화해 구축하고, 시민들이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조력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문수 경운대 재난안전연구센터 교수는 "지자체마다 위기관리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여러 상황을 가정한 구체적 플랜을 디자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플랜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안내할 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경북 산불 때 지역과 주민 사정을 세밀하게 아는 동네 이장들이 큰 역할을 했듯, 도심에서도 이런 일을 맡을 인력을 운영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시웅 기자 jet123@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