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대구 동구 파계사 원통전 해체·보수수리 현장에서, 주지 스님인 법준 스님이 현장 견학을 온 대구과학대 학생들에게 원통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2일 대구 동구 파계사 원통전 해체·보수 수리 현장을 찾은 대구과학대 학생들이 복원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2일 오전 10시쯤 대구 팔공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천년교찰인 파계사의 원통전 해체 보수공사 현장. 고즈넉한 사찰 한가운데 투박한 컨테이너(가설 덧집)가 떡하니 놓였다. 그 안에선 공구 소리가 쉴새없이 새어 나왔다.
컨테이너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색감의 원통전이 갖가지 철골 구조물로 정밀하게 고정돼 있었다. 원통전 내 불단에 있던 불상은 옆 건물로 잠시 옮겨놓은 상태였다. 작업 중인 전문가들은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원통전 지붕과 연결된 2층에 오르자 지붕 해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붕을 구성하는 나무 하나하나가 분해되고 있었다. 떼어낸 나무는 각종 정보가 적힌 종이가 붙은 채 컨테이너 한쪽에 보관됐다. 향후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성분 등이 파악되면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물을 다시 지을 때 활용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전국 12개 국가유산 수리 현장을 대중에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파계사 원통전은 2014년 '보물'로 지정된 후 2021년 기둥 기울어짐 등이 확인됐다. 안전등급 평가 결과, 해제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9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기자가 찾아간 이날, 처음으로 공개 수리 행사가 열렸다. 파계사 원통전 해체 보수 현장 공개 프로그램은 오는 8월까지 매월 둘째, 넷째 주에 진행된다. 착공을 앞둔 동화사 봉황문(보물 2204호) 해체 보수 현장은 7월 이후 공개된다.
파계사 주지인 법준스님은 "파계사는 804년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소실됐다가 1605년 중창(重創)한 이후, 420년 만에 재건축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며 "예전엔 작업자와 신도들이 십시일반 정성과 애정을 담아 사찰을 지었다. 오늘날 세금으로 불사를 이루는 만큼 여러 시민들의 공이 들어가는 공정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공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공유하고,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레 정성과 애정이 담기게 됐다"고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구과학대 건축·인테리어과 학생 10여명은 주지 스님과 현장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눈빛을 반짝였다. 대학생 강지훈(20)씨는 "책에서만 보던 한국 전통건축물의 지붕 형태, 시공 배경 등 각종 역사가 잘 드러나 있어서 감명 깊었다.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허경도 교수는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보물급 문화재 해체 과정을 보여주는 건 귀한 경험"이라며 "유럽처럼 문화재 수리를 개방하는 사례가 늘어야 관련 인재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률은 30% 수준. 지붕·목부재 등 전체 구조물을 해체한 뒤 되살려야 할 부재는 맞춤 틀에 보관하는 고난도 작업이 진행 중이다. 25년 경력의 현장소장은 "공정 도중 수시로 작업을 멈추고 방향을 수정한다. 어떤 형태와 형식으로 진행할지 세세하게 논의해 결정한다"며 "일반 건축은 실용성이 목적이지만, 문화재는 연구·보존이 핵심이다. 해체 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려 끊임없이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변수들을 살핀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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