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차 주차구역, 20년 넘도록 ‘실효성’ 논란

  • 구경모(대구)
  • |
  • 입력 2026-04-22 20:01  |  발행일 2026-04-22
“차라리 없애라” vs “단속 강화해야”
경차 구역 무단 점유해도 제재수단 없어
지난 19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주차장에서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됐지만 단속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9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주차장에서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도입됐지만 단속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공영주차장 내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존치 문제를 두고 대구시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명확한 운영 기준과 제재 장치가 부족해 일반 차량이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논란의 쟁점으로 떠오른다.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이유로 경차 전용 주차구역 폐지를 외치는 '강경론파'와 본래 제도 설립 취지를 살려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자는 '현실론파'로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2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대구시와 9개 구·군청이 운영 중인 공영주차장 1천16개소의 주차 면수는 모두 4만1천125면이다. 이 중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4천113면이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는 2003년 주차장법 개정으로 설치 근거가 마련된 뒤, 2004년 7월1일 본격 시행됐다. 공영주차장 설립 시 전체 주차 면수의 10%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경차 구매를 유도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부담을 줄이고, 공공 주차장에서 공간 효율을 높이자는 게 주된 취지다. 대구에선 2011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례안이 개정되면서 경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가 본격화됐다.


문제는 제도 도입 이후 경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기준'은 마련됐지만, 20년 넘도록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운영지침과 제재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경차가 아닌 차량이 경차 구역에 주차하더라도 과태료나 벌점을 부과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게 논란의 불씨로 자리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교통정책과 직원은 "당시 경차 보급 확대와 주차 공간 효율 제고라는 정책 취지는 분명했다"면서도 "상위법령상 제재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무작정 단속을 벌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놨다.


경차를 모는 권형인(32·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모든 주차장에 동일하고 평등한 주차구역이 설정돼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일반 차량이 주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시민의식이 관건이 아닌가. 나도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대기가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일반 차량이 대는 곳에 주차하면 항의를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정희진(여·28·대구 서구 내당동)씨는 "경차를 타는 사람들은 차가 작아 편해서만이 아니라 유지비와 주차 편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차 구역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인데, 지키지 않는 일부 차량 때문에 제도 자체를 문제 삼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할 제도적 방안을 빠르게 찾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차 전용주차구역에 주차돼 있는 일반 차량들. 영남일보DB

'경차 전용주차구역'에 주차돼 있는 일반 차량들. 영남일보DB

전문가들조차도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실효성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이다. 계명대 홍정열 교수(교통공학과)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제도적 '한계점'을 짚었다. 그는 "장애인 주차구역처럼 제재 규정이 없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무용지물이나 진배없다. 얌체 주차를 막지 못해 제구실을 전혀 못 하는 상황"이라며 "차라리, 경차 전용 공간을 없앤 뒤 공영주차장에 대한 이용 실태를 전수 점검해 수요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을 나눠 전체 주차 면수를 더 늘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성신여대 허경옥 교수(소비자학과)는 경차 구매에 따른 각종 세제·공영주차장 혜택과 함께 경차 전용 주차구역 역시 정책적 우대 장치로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를 쉽게 축소하거나 없애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경차는 구매 단계에서부터 연료비와 유지비, 공간 효율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소비"라며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법적 제재를 강화해 실제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운영 기준과 관리 방식을 보완하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고 했다



기자 이미지

구경모(대구)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