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김일헌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이 폭염으로 사료 섭취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한우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 <정운홍 기자>
연일 이어진 폭염이 경북지역 축산농가를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양계농가에선 닭이 무더기 폐사하고, 소의 사료 섭취량이 줄면서 성장이 정체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밤에도 열기 식지 않는 축사
29일 경북 안동시 녹전면의 한 양계농가에 따르면, 이번 폭염으로 이곳에서 닭 3만5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농장 측은 환기·냉방 시설을 계속 가동했지만 낮 시간 축사에 축적된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농가는 살아남은 닭을 관리하는 동시에 쌓여 있던 폐사체를 걷어내야 했다. 닭은 밀집된 공간에서 사육되는 데다 온몸이 깃털로 덮여 체열을 내보내기 어렵다. 외부 기온이 크게 오르면 축사 내부 열기까지 더해져 짧은 시간에도 집단 폐사로 번질 수 있다.
같은 날 안동시 일직면에서 한우농가를 경영하는 김일헌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축사 천장에 매달린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소들은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하려는 듯 선풍기 아래에 몰려 있었다. 평소라면 아침 사료를 먹은 뒤 바닥에 누워 되새김질하며 쉴 시간이지만, 대부분 서성거리거나 바람이 닿는 곳에 머물렀다. 축사 안을 훑는 강한 선풍기 바람도 후텁지근한 열기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했다.
이 농장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소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농가가 체감하는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 출하를 위해 살을 찌워야 할 비육우가 한 달 가까이 성장하지 못하며 출하 일정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사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료비와 전기료, 관리비까지 추가돼 농가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일헌 지부장은 "평소 하루 10㎏가량 사료를 먹던 비육우가 요즘에는 6~7㎏ 정도만 먹는다"며 "하루 0.6~0.8㎏ 정도 체중이 늘어야 하는데 지금은 자기 체중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했다. 농가는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축사에 물을 뿌리며 버틴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설치한 안개분무시설도 가동하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축사 내부 온도를 1℃가량 낮추는 데 그쳐 체감 효과는 낮다.
김 지부장은 "안개분무시설 추가 설치보다는 더위로 떨어진 소의 소화력과 사료 기호성을 높일 수 있는 생균제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농가에는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의 한 양계농가에서 촤근 연이은 폭염으로 약 3만5천마리의 닭이 폐사한 모습. <양계농가 제공>
◆7만7천여 마리 폐사…경북도, 대응 체계 강화
경북도에 따르면 28일 기준 폭염으로 인해 도내에서 폐사된 가축(닭·돼지)은 7만7천28마리로 집계됐다. 이 중 닭 폐사가 92.5%(7만1천318마리)를 차지했다. 돼지는 5천710마리가 폐사했다. 전년도 폭염 가축 피해 집계 결과(16만878마리)와 비교하면, 올 들어 피해 규모는 지난해의 약 47.8% 수준이다. 폭염이 이어지면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시·군별로 보면, 안동이 3만7천327마리로 가장 많다. 이어 예천군(2만7천954마리), 구미시(4천631마리), 상주시(2천12마리), 경산시(1천519마리) 순이었다.
최근 10년(2016~2025년)간 도내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총 257만1천818마리에 달한다.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2018년 경북에서 111만6천656마리가 폐사해 가장 많았다. 2020년대 들어 피해 규모가 3만~6만 마리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2024년 5만8천242마리, 2025년 16만878마리 등 다시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5월 가축폭염관리 전담팀(TF)을 가동, 폭염특보 발효 시 비상 대응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여름철 재해 취약 축산농가 207호에 대한 사전점검을 마쳤고, 다음달 말까지 사육밀도가 높은 농가와 과거 피해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또 16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축사 냉방시설 설치, 비상발전기 지원, 면역강화용 사료첨가제 공급, 안개분무시설 및 송풍기 지원 등 폭염 피해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재호 경북도 축산정책팀장은 "돼지와 닭의 임계온도는 각각 27도와 30도로, 이 온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면서 "국내 축사 시설은 더위에 취약한 구조로 환풍시설이 고장 나면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운홍
경북의 지역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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