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어린이에게 희망을] 지적장애·관절질환 앓는 혜원이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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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9 21:14  |  발행일 2025-05-29
지적장애와 관절질환을 앓는 혜원이(가명·13)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적장애와 관절질환을 앓는 혜원이(가명·13)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적장애와 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혜원이(가명·13)가 엄마, 할머니에게 선물한 카네이션 그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적장애와 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혜원이(가명·13)가 엄마, 할머니에게 선물한 카네이션 그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혜원이(가명·13)의 하루일과는 색연필을 쥐면서 시작한다. 꽃, 무지개, 웃는 얼굴. 종이 위에 그려진 세상엔 혜원이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말보다 그림에 익숙한 아이다. 혜원이 엄마는 매일 그림 속 딸의 시선과 생각을 들여다보며 희망을 찾고 있다.


◆ 자기만의 방식을 터득하는 혜원이


혜원이는 2021년 지적장애(중증) 판정을 받았다. 매주 언어·인지·심리 치료를 받는다. 엄마는 혜원이가 말수가 적고, 학습이 다소 느리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워낙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성격이 밝아 지적장애라는 사실을 예상못했다. 혜원이는 단기 기억력, 학습 속도가 또래에 비해 늦지만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알아 간다. 최근엔 매일 달력에 일정을 적어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혜원이는 특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색연필을 들고 책상에 고개를 파묻은 채 한참을 몰두한다. 잠시 뒤 종이 위엔 동물과 사람, 풍경이 가득하다. 덩달아 동생 주원이(가명·7)도 언니 그림에 같이 색칠하며 즐거워한다.


◆ 꿈은 경찰관


엄마는 혜원이 꿈이 경찰관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앞선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어요. 그 후론 제가 폭력 대상이 됐죠. 19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뒤에야 그 굴레에서 벗어났어요. 2011년 결혼해 혜원이를 낳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이혼했어요. 2018년 새로 가정을 꾸려 주원이를 가졌는데, 또다시 가정폭력이 시작됐어요. 결국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도망갔죠. 지금은 여자 넷이 살아요."


엄마는 '혹시 이런 가정환경이 혜원이에게 영향을 준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한다.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일상 탓에 혜원이가 경찰관이 되려고 한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혜원이는 작년부터 발목 통증 치료를 받다가 박리성 골연골염 2기 진단을 받았다. 뛰는 건 물론이고 오래 걷기도 쉽지 않다. 수술이 가능한 단계가 아니라서 아파도 참고 지낸다. 몸을 많이 써야 하는 경찰관이라는 꿈이 그래서 엄마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 궂은 상황에도 정성껏 살아가는 혜원이 가족


혜원이네 가족은 대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산다. LH의 전세자금대출 지원을 받은 덕에 개인 부담은 줄였다. 그런데 최근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다. 남의 일 같았던 '전세사기'가 혜원이네를 덮친 것. 한 푼이 아쉬운데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 그래도 혜원이네는 열심히 살아간다. 동생 주원이는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았지만, 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며 집안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혜원이 엄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요즘은 취업을 준비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생계급여·주거급여·장애아동수당·후원금 등을 합쳐 한 달에 230만원으로 생활한다. 두 자매의 치료비만 매달 70만원이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들이 웃으면 다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서로 믿으며 한 걸음씩 끝까지 함께 나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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