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대부분 대학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 신설은 남의 일.<인포그래픽=생성형 AI>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맞으면서 대기업과 대학이 연계한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권 대학 대부분은 반도체 분야는 물론 일반 계약학과 신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수요와 학생 확보, 재정 부담이 맞물리며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이다. 재직자 재교육형과 기업 연계형이 있다. 대학과 학생 모두 채용과 연계되는 '채용조건형'을 가장 선호한다. 선호도가 높은 만큼 신설 난이도 역시 가장 높다.
대기업과 연계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일부 대학에 집중돼 있다. 입시 전문 기관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는 2027학년도 기준 전국 10개 대학(서울 5개대학), 총 460명(서울 28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350명, SK하이닉스 110명이다. 대구권은 디지스트 30명, 포스텍이 40명을 뽑는다. 반도체 외 분야는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이 30명을 선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 선발 인원이 800여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매년 경쟁률이 상승하는 등 학생 선호도는 높지만, 대구권 대학들은 반도체는 물론 다른 산업 분야 계약학과 신설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계명대 서봉호 교무교직팀장은 "기업과 연계해 학생 선발부터 교육, 채용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대학만 채용을 연계할 경우 다른 대학과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라인드 채용 등 특정 대학 쏠림을 완화하려는 채용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진입 자체가 제한되는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 교육을 위한 실습시설 구축에 수백억 원이 투입된다. 소수 정원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대학 단독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유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한다. 실제 디지스트 반도체공학과는 삼성전자 요청에 따라 신설된 채용조건형 학과다. 기업 수요가 전제돼야 학과 개설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 계약학과는 구조적으로 대학 단독 추진이 어려워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한다. 다만 산업체 밀집도와 학생 수요 등 조건이 뒤따르면서 일부 대학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다. 지역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는 "계약학과를 운영하려면 연간 일정 규모 이상 채용이 전제돼야 한다"며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 아닌 이상 이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한계가 지적된다. 그는 "졸업 후 지역 기업 취업을 전제로 할 경우 학생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학사급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구조상 기업 수요와 고급 인력 간 괴리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계약학과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 차원의 산업 정책과 연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항공우주, 방산 등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계명대 고병철 교수(컴퓨터공학과)는 "현재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계약학과는 수도권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 외 전공은 신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에도 계약학과를 배분하는 방식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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