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희의 세상풍경] 당이 그래서…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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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4 08:43  |  발행일 2026-05-04
깨어난 민심 요동치는 대구
여·야간 치열한 경쟁 구도
전국적 뉴스메이커로 부상
말잔치 보단 실천력이 중요
인물과 미래보고 선택해야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보수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 민심은 착잡함과 혼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뒤섞인 거대한 용광로다. 과거 '일당 독점' 체제 아래 김빠진 선거를 치러야 했던 무미건조한 풍경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유례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대구시장 선거는 이제 전국적인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그 격랑의 중심에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있다. 그는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보수가 살아난다'라는 역설을 기치로 내걸고, 대구 정치지형을 뒤흔든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는 "당이 그래서…"라는 안타까운 뒷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개인에 대한 호감과 소속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충돌하는 '숙명의 길항(拮抗)'이 그의 정치적 부침을 결정지었다. 그런 그가 '은거 맹약'을 깨고 12년 만에 대구로 귀환한 것은, 소속 당이 더는 넘지 못할 통곡의 벽이 아니라는 희망을 엿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대구 정치 스펙트럼도 다층적인 구조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시민의 심사는 복잡하고, 기댈 정치적 언덕은 마땅치 않다. 실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김 후보가 이런 기류에 올라탔지만, 변수는 만만치 않다. 그가 '박정희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민심의 본령인 보수성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민주당은 그간 숱하게 '동진(東進) 전략'의 깃발을 올렸으나, 선거철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곤 했다. 시민이 쌓아 올린 불신의 벽은 민주당이 보여준 진정성 결핍과 상호작용한 측면이 크다.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변증법적 '합(合)'을 도출하려면, 화려한 수사(修辭)를 넘어선 끈기 있는 실천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동진의 화룡점정은 정책적 일관성에 있다. 공약이 선거용 선언을 넘어 당론으로 채택되고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시민은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처지다. 이번엔 그가 거꾸로 '당의 굴레'에 갇힌 형국이다. 대구를 그저 보수의 보루로 여기는 중앙당 태도에 시민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동안 대구를 '잡은 물고기' 취급하며 홀대해온 업보가 역풍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대구에선 추 후보를 두고 "인물은 좋은데, 당이 그래서…"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10여 년 전 김 후보가 들었던 그 말을 이제 보수 정당 후보가 듣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수십 년간 쌓아온 보수 아성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는 '샤이 보수' 결집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선거판은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추 후보가 보수의 본가(本家)를 지키려면,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처절한 자기반성과 결기가 선행돼야 한다. 고사 위기에 몰린 대구 경제를 심폐 소생시킬 구체적인 로드맵을 시민의 삶에 어떻게 녹여낼지도 과제다. 근사하지만 허황한 '공약(空約)'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보된 과감한 실행력만이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해법이다.


대구는 마음 둘 곳 없는 정치적 애정 결핍 상태다. 시민은 편견 없는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리더를 갈구한다. 이는 대구가 다양성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제 대구의 선택은 정당이라는 허울이 아닌 인물과 미래를 향해야 한다. 대구의 가치를 드높일 '동량(棟梁)'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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