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선 모습.<포스코 제공>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 철강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의 철강 업계는 '50% 고율 관세'가 상수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 제품에 대해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된 관세를 미국이 유지한 가운데, 한국은 아직도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증권사들의 최근 1개월간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2분기 영업이익은 6천4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0%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도 18조526억원으로 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미 2분기 실적이 매출 4조6천800억원, 영업손실 75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상태다.
미국 시장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철강 기업들은 수출 구조 재편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특히 포스코는 강판, 냉연, 도금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 일본제철과의 경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기반을 확보해 관세 우위까지 누릴 수 있어 한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계가 단순히 협상을 기대하기 보다는 50% 관세를 '뉴노멀(New Normal)'로 받아 들이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50% 관세는 단순한 수출 장벽이 아니라 한국 철강의 '존립 조건'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급하다. 미국과의 실질적 협상 착수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나 FTA(자유무역협정) 채널을 통한 다각적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철강업체가 흔들리면 지역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앞장서 미국과의 교섭에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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