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대구 달서구 월암동의 한 도로 모습. 차선이 흐릿하게 보인다. 영남일보DB.
대구지역 도로 곳곳에 나타나는 '스텔스 차선(밤과 악천후 속 시야에서 사라진 차선)'이 운전자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스텔스 차선이 최근 대구지역내 교통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면서 지역 도로가 안전 기능 상실 우려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이를 해소할 발광형 신기술 도입을 서두르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방 중심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지역 내 노면(폭 20m 이상 도로) 총 1만612㎞ 중 재도색이 필요한 노후 차선은 절반이 넘는 5천599㎞(약 52%)에 이른다. 이 중 재도색이 더 시급한 차선을 솎아내면 10% 수준인 1천319㎞에 달한다.
스텔스 차선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차선 노후화'다. 밤이나 악천후 시 운전자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아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차선은 운전자의 방향을 안내하는 기본 신호인데, 가시성이 떨어지게 되면 반대로 운전자 판단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서울시 한 도로에 태양광 LED 도로표지병이 설치된 모습. <이진욱 대구 동구의원 제공>
스텔스 차선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서울과 울산에선 각각 2023년, 2024년에 '빛이 나는 차선'을 시범 도입했다. 실제 이러한 발광형 노면표시 기술을 선제 도입한 외국에선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악천후 시 사고율이 기존 대비 52.96%로, 예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지역에선 동구가 가장 먼저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진욱 동구의원에 확인결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앞 동대구역네거리~경북수협네거리 약 500m(왕복 1km)에 발광형 LED가 조만간 설치될 전망이다.
시각 대신 청각 등 다른 감각을 활용한 시도도 있다.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빛을 본 '돌기형 차선'이 대표적 사례다. 통상 고속도로 차선에 적용되는 돌기형 차선은 차량이 위를 지나면 소리와 진동을 만들어내는 두꺼운 도료를 도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스텔스 차선 해소를 위한 '예산' 확보다. 현재 논의 중인 각종 도로 안전 기술은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더욱이 도로 연장이 갈수록 늘어나는 시점에서 관련 예산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까지 빚어져 신기술 도입을 시도해볼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진욱 대구 동구의원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센서, 드론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문제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 도입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신기술을 활용해 예방 중심의 예산운용과 과학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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