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피란민촌의 흔적, 그때 그 사람들]<1>피란민이 흙벽돌 쌓아 일군 마을…대구 북구 복현1동 ‘재탄생’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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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7 17:10  |  발행일 2025-12-07

한국전쟁 당시 대구 신천변에 자리 잡은 피란민

낮은 지대 탓 침수 피해 피하려 복현1동 정착

흙벽돌 쌓아 만든 집··· 화장실도 없는 등 열악

740억 투입 도시재생사업 진행하며 '반전'

마을 경관 정비· 주민센터 설립에 주민 '반색'


1950년대 대구 복현동 피란민촌 전경. 언덕 위에 앉은 한 여성 뒤로 마을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북구청 제공

1950년대 대구 복현동 피란민촌 전경. 언덕 위에 앉은 한 여성 뒤로 마을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북구청 제공

1960년대 당시 대구 북구 복현1동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사진 속 남성 2명이 가정집 또는 작업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60년대 당시 대구 북구 복현1동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사진 속 남성 2명이 가정집 또는 작업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70년대 대구 북구 복현1동 골목에서 주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함께 마을 잔치를 즐기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70년대 대구 북구 복현1동 골목에서 주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함께 마을 잔치를 즐기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70년대 대구 북구 복현1동에서 마을주민들이 연탄가루(깨진 연탄)와 폐유 등을 섞어 난방 연료를 만들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70년대 대구 북구 복현1동에서 마을주민들이 연탄가루(깨진 연탄)와 폐유 등을 섞어 난방 연료를 만들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90년대 당시 대구 북구 복현1동 골목길 모습. 한 좁은 골목 사이로 주민들이 휴지들을 옮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북구청 제공

1990년대 당시 대구 북구 복현1동 골목길 모습. 한 좁은 골목 사이로 주민들이 휴지들을 옮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1동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전 모습. 낡은 주택과 좁은 골목 등 피난민촌 시절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1동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전 모습. 낡은 주택과 좁은 골목 등 피난민촌 시절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1동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전 모습. 낡은 주택과 좁은 골목 등 피난민촌 시절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1동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전 모습. 낡은 주택과 좁은 골목 등 피난민촌 시절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북구청 제공

1950년 6·25전쟁 시기 대구에선 신천, 금호강 주변을 중심으로 '피란민촌'이 형성됐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식수 확보가 가능한 강가에 임시 거처를 꾸린 것. 하지만 신천변은 지대가 낮아 장마철마다 침수가 반복됐다. 폭우가 내릴 때면 불어난 물에 집이 떠내려가기도 했다. 강가를 떠나야 했던 피난민들이 다시 자리를 잡은 곳이 대구 북구 복현1동이다.


◆한국전쟁이 낳은 피란민, 대구 복현1동으로


1950년대 대구 북구 복현1동 피란민촌에 정착한 주민들은 흙벽돌을 쌓아 직접 집을 지었다. 생활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공동수도가 없어 우물을 함께 썼다. 빨래를 하려면 동구 동촌동까지 걸어가야 했다. 난방·취사용 땔감을 찾으러 팔공산까지 가는 일도 흔했다.


1960년대 이후 복현1동엔 또 한 차례 피란민 유입이 이어졌다. 경북대 캠퍼스 확장으로 이주하게 된 주민 일부가 피란민촌으로 옮겨온 것.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농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일이 험해도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무허가 건물과 낙후된 시설이 즐비했지만, 이들에겐 자신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소중한 보금자리여서 애정이 많이 갔다.


그렇게 수십 년 세월이 흐른 동안 복현1동엔 피란민촌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을 공동체는 더 끈끈해졌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부터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인 탓에 서로 돕고 협력하는 생활 문화가 형성된 것이 마을 결속을 다지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물질주의·개인주의 등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도, 생활정주여건이 열악했던 복현1동은 동요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 아픔을 딛고 한 가족처럼 서로 도우며 살았다는 게 당시 주민들의 전언이다.


복현1동에 살며 마을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목도한 강옥희(여·67) 어르신은 "예전엔 이곳 지대가 높아 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 급수차가 오면 줄을 서서 한 통에 10원을 내고 물을 받아 쓰는 일이 일상이었다. 골목도 너무 좁아 연탄 리어카 한대가 지나가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정비됐다. 일자리가 생기고, 삶의 여유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양영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피란민촌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도시가 어떻게 사람을 수용하고, 도시 구조를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대구에선 복현1동이 대표적인 사례"며 "오늘날 피난민촌의 역사를 되짚는 일은 대구가 어떤 선택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 지금의 도시가 되었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이는 곧 지역 공동체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했다.



대구 북구 복현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조성된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전경. 1층 마을식당을 비롯해 2층 전시실, 3층 프로그램실, 4층 공유오피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조성된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전경. 1층 마을식당을 비롯해 2층 전시실, 3층 프로그램실, 4층 공유오피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북구청 제공

대구 북구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1층 식당에서 주민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어울림센터 내부 시설은 주민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1층 식당에서 주민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어울림센터 내부 시설은 주민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1층 식당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복현어울림센터 동관 1층 식당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 어울림센터 동관 남측에 위치한 주택카페에서 복현1동 주민이 손님을 맞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카페는 주민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 어울림센터 동관 남측에 위치한 '주택카페'에서 복현1동 주민이 손님을 맞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이 카페는 주민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740억원 투입 '뉴딜사업'


1990년대에 이르러 대구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복현1동 피란민촌은 그 변화에서 비켜난 채 '도시 속 섬'처럼 남았다. 시간이 흘러 피란민촌엔 빈집이 늘어갔고, 그 빈자리엔 길고양이와 유기견이 드나들며 '슬럼화'가 가속화됐다.


자연히 복현1동엔 노후 주택 증가, 고령인 어르신들의 건강권 문제, 빈집 확산 등 복합적인 난제들이 쌓여갔다.그랬던 이 마을에 중대 전환점이 찾아왔다. 시점은 2019년이다.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공모에 사업명 '피란민촌의 재탄생, 어울림마을 福현'이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것. 무려 7년간 총 사업비 740억원이 투입됐다. 오랫동안 시계가 멈춰 섰던 마을이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구 북구청은 마을 안심길 조성, 노후 주택 개선 등 생활 환경인프라를 전반적으로 정비했다. 각종 생활시설 확충으로 낙후됐던 복현1동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주민 편의와 소통 창구 역할을 할 복현어울림센터(동·서관)를 조성하면서 물리적·사회적 통합까지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센터는 식당·카페·코인빨래방 등 주민 운영형 시설로 구성됐다. 복현1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인 '복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주민이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다 보니 안정적인 운영 구조가 뒤따랐다. 하지만 장기적 수익성 보다는 주민 공동체 확립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북구청 관계자는 "복현1동 재생사업은 피란민촌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환경 정비를 넘어 주민들이 지역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조합과 긴밀히 협의해 추가 지원과 보완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100여개 무허가 주택이 있던 자리엔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영구임대주택·청년행복주택 278호를 조성 중이다. 내년 6월 준공이 목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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