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피란민촌의 흔적, 그때 그 사람들]복현1동 주민 장복희씨 “설움 딛고, 주민 소통 공간 늘어 행복”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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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7 17:10  |  발행일 2025-12-07

1960년대 말 복현1동 정착한 장복희(여·70) 어르신

"당시엔 비 새고 집안에 화장실 없는 집 多

체념하던 주민들 뉴딜사업 이후 웃음꽃"


대구 북구 복현1동 주민 장복희(70)씨가 동네 변화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북구 복현1동 주민 장복희(70)씨가 동네 변화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6·25전쟁으로 형성된 복현1동 피란민촌의 일상의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지난 3일 복현어울림센터 서관에서 취재진이 만난 장복희(여·70)씨. 그로부터 복현1동 변천사를 들어봤다.


장씨는 1960년대말 복현동에 둥지를 텄다. 장씨는 "그 시절엔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비만 오면 물이 새고 겨울이면 냉기가스며드는 집이 태반이었다"며 "당시엔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경우도 드물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참 힘들었지만 서로 다닥다닥 붙어 살아서 정은 참 많았다. 이 집 저 집 들여다보며 도와줬다. 동네 분위기는 참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란민촌 상황은 달라졌다. 동네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값도 올랐지만 복현1동은 그 시류를 비켜갔다. 장씨는 "예전엔 주민 모두가 먹고살기에 바빴다. '피란민촌'이란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던 것 같았다. 동네 생활여건이 궁핍하다 보니 주민들 사이엔 '우리는 형편이 어려워서 뭘 해도 안된다'는 비관주의와 체념이 오래도록 스며 있었다"고 했다.


이같은 염세주의를 극복할 수 있었던게 도시재생 뉴딜사업이었다. 장씨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시작된후 동네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어울림센터가 생긴 뒤 주민들이 자연스레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글짓기·그림·연극 등 함께 배우고 즐길 공간이 생겼다"고 웃었다. 이어 "곧 공공임대주택이 완공되면 예전에 피난민촌에 살던 어르신들도 다시 복현1동으로 돌아오실 텐데, 그 사이 몇 분은 세상과 이별했다. 변화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씨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 마음가짐'이었다. 장씨는 "예전엔 동네 곳곳이 달라질 거라 기대조차 하지 않던 주민들이, 이젠 적극적으로 마을 개선 사업들을 제안했다. 지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 느낌 그대로 주민 모두가 변화된 현장을 보며 행복한 공동체를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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