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군웅이 할거하고 권모와 살육이 난무했던 춘추전국시대. 춘추시대 초기 제후국이 140개국이나 됐고, 기록에 남겨진 전쟁 횟수만 1천200여회였다니 그 난장(亂場)을 짐작할 만하다. '춘추 오패'와 '전국 칠웅' 탄생엔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살상이 따랐을까.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가 대구시장 출마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빗대 "춘추전국시대"로 묘사했다. 9명의 예비후보 대진표는 지방자치 시행 이래 초유다. 중진 및 초선 의원에 전직 방통위원장까지. 유권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아졌으니 나쁠 게 없다. 그렇다고 올망졸망 도토리 키재기는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확연한 '3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진숙·추경호·주호영 예비후보다.
하지만 졸지에 대구시장 공천 지형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중진 컷오프를 시사하면서다. 폭탄이 떨어진 형국이랄까. 중진 의원들이 반발하며 난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을 유튜버 고성국씨가 추천했고, 고씨가 이진숙 전 위원장 손을 잡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니까 그에 따라 (중진 컷오프를) 시도하고 있는 거란 주장도 있다"(주호영 예비후보). 이진숙 예비후보가 고성국씨와 선거운동을 한다? 국힘은 '절윤'을 선언했는데 '윤 어게인' 세력과 선거운동이라니. '형용모순'적 장면이긴 하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 이틀 만에 복귀하면서 "장동혁 대표로부터 공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현역 단체장이든 중진 의원이든 흔들림 없이 컷오프 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그악스럽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단칼에 컷오프 했고, 부산시장엔 주진우 예비후보를 단수 공천하려다 부산지역 의원들에 제지당했다. 박형준 시장이 "망나니 칼춤"이라며 격앙했고, 결국 국힘은 경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사 출신 주 후보는 한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 호위무사'로 불렸다. '이정현 픽(pick)'을 관통하는 사조가 당성(黨性), 강성 보수, '친윤'임이 은연중에 드러난 셈이다.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에게 공천 전권? 후보 선출은 당헌·당규와 공천 룰에 따라야 한다. 누구에게도 전권이 없다. 혁신을 빙자해 특정인에게 유리한 판을 짠다면 공관위의 독선이자 사천이다. 이정현 위원장은 컷오프 명분으로 '혁신 공천'을 내세운다. 하지만 혁신 공천은 혁신 성향 후보 옹립이나 혁신적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의미한다. 현역 및 중진 의원 배제나 자의적(恣意的) 물갈이를 혁신으로 치환할 순 없다. 이 위원장의 복심(腹心)대로 대구시장 예비후보 '빅3' 중 둘을 제척하면 경선 흥행을 통한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한다.
이철희 전 국회의원은 2024년 총선에 즈음해 '공천의 조건'을 미국 프로농구 'NBA'로 풀어냈다. N은 노이즈, 즉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국민의힘은 공천 파열음이 심각하다. B는 밸런스다. 중진과 신인, 현역과 도전자의 균형과 조화일 텐데 이 위원장은 사뭇 편향적이다. A는 어메이징한 인물을 말한다. 신선하면서도 중량감 있고 능력을 겸비한 대구시장 후보라면 누가 마다하랴.
'막장 공천=선거 폭망'은 불변의 공식이다. '진박 감별사' '옥새 들고 나르샤' 파동을 빚었던 2016년 총선의 새누리당 패배, 황교안 대표 공천 전횡의 2020년 미래통합당 참패가 그랬다. 국힘의 대구시장 후보 선출은 대구의 경제, 미래와도 맞물린다. 'NBA'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민이 납득할 공천은 돼야 하지 않겠나. 논설위원
후보자 봇물 "춘추전국시대"
중진 배제 시사에 지역 요동
누구에게도 공천 전권 없어
공관위 전횡-혁신 치환 안돼
시민이 납득할 공천이어야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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