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뻔뻔하다는 집권여당 대표, 정치적 조급증이 아닌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청산'의 기치 아래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제도 개편은 단순한 정치적 쟁점으로 방치하기에는 내재된 사안이 심각하다.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마저 훼손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윤석열 비상계엄 전담 재판부 특별법안'과 '법 왜곡죄' 형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여기다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 처리도 서두르고 있다. 이들 법안이 실현될 경우, 곧장 법 적용을 받게 될 당사자인 사법부가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다.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다. 8일에는 전국법관회의가 이 사안을 놓고 토론한다.
특별재판부는 군사재판 등을 제외하고 극히 금기시된다. 특정한 범죄 혐의를 놓고 특별한 재판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형량, 누군가 원하는 판결을 목표로 할 개연성이 높다.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한 국가운영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법 왜곡죄는 더 심각하다. 판사 검사들에게 권력이 원하는 재판, 주문하는 수사를 강요할 수 있는 위협적 요소를 담고 있다. 법률 전문가가 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을 누가 판단하느냐는 논리적 문제도 파생시킨다. 법 왜곡죄는 서구 역사에서 신권(神權)·왕권(王權)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43명 사법부 요인들도 이같은 지적을 공유했다.
앞서 지난 3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에서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틀 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면전에서 뻔뻔하게 사법개혁 반대를 외쳤다"고 공격했다. 집권당 대표가 사법부 수장에 대해 과격한 용어를 구사하며 정면 공격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결국 민주당의 일련의 법 개정 시도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 명백하다.
12.3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어진 이재명 후보의 대선 승리와 민주당 집권은 대한민국 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구태여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나찌 재판' 운운하며 사법체계를 흔든다면 이는 스스로 정치적 조급증에 걸렸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위헌 요소가 다분한 이번 법 개정을 이 시점에서 멈춰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권여당이 정도를 걸을 때, 민주주의 회복의 진정성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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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폐지가 아니라 정교한 개정이 답이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진보성향의 의원 31명이 공동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지난 4일 입법 예고됐다. 국회의 입법 예고 사이트에는 어제 오전 현재 8만2천여건의 의견이 달렸고, 상당수는 반대의견이었다. 우리나라는 휴전중인 분단국가다. 무엇보다 안보가 중요하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면 안보상황을 비롯해 사회적 합의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행여 당론으로 결정해 의석수로 밀어부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보법 폐지 움직임이 상당히 구체화됐었다. 당시 여당이 폐지를 추진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누적된 상처를 치유하자는 사회적 열망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는 폐지의 위험성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핵 개발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체제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폐지는 무산되고, 독소 조항을 손질하는 개정 논의로 선회했다.
현재의 안보 상황이 노무현 정부 때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북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은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 공작활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의 최소 방벽 역할을 해온 법을 폐기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물론 국보법에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와 반하는 문제 조항이 있다. 또 애매한 기준으로 과도한 해석과 국가권력의 남용이 우려되는 조항도 존재한다. 제7조의 '찬양·고무·동조죄'와 10조의 '불고지죄(不告知罪)'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런 조항들 때문에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과한 주장이다. 이는 개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폐지와 유지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보완·정비라는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안보를 다루는 법은 정권이나 국민정서의 일시적 흐름에 따라 쉽게 없애거나 덧칠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간첩죄, 잠입·탈출 등 국가안보의 핵심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제정세가 불안정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시화된 현실에서 법적 안전판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지켜져야 하지만, 대한민국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안전 역시 유지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법은 시대의 요구에 맞춘 세련된 개정으로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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