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이 뻔뻔하다는 집권여당 대표, 정치적 조급증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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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8 07:18  |  발행일 2025-12-08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청산'의 기치 아래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제도 개편은 단순한 정치적 쟁점으로 방치하기에는 내재된 사안이 심각하다.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마저 훼손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윤석열 비상계엄 전담 재판부 특별법안'과 '법 왜곡죄' 형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여기다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 처리도 서두르고 있다. 이들 법안이 실현될 경우, 곧장 법 적용을 받게 될 당사자인 사법부가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다.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다. 8일에는 전국법관회의가 이 사안을 놓고 토론한다.


특별재판부는 군사재판 등을 제외하고 극히 금기시된다. 특정한 범죄 혐의를 놓고 특별한 재판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형량, 누군가 원하는 판결을 목표로 할 개연성이 높다.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과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한 국가운영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법 왜곡죄는 더 심각하다. 판사 검사들에게 권력이 원하는 재판, 주문하는 수사를 강요할 수 있는 위협적 요소를 담고 있다. 법률 전문가가 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을 누가 판단하느냐는 논리적 문제도 파생시킨다. 법 왜곡죄는 서구 역사에서 신권(神權)·왕권(王權)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법원장 회의에 참석한 43명 사법부 요인들도 이같은 지적을 공유했다.


앞서 지난 3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 초청 5부 요인 오찬에서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틀 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면전에서 뻔뻔하게 사법개혁 반대를 외쳤다"고 공격했다. 집권당 대표가 사법부 수장에 대해 과격한 용어를 구사하며 정면 공격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결국 민주당의 일련의 법 개정 시도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 명백하다.


12.3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어진 이재명 후보의 대선 승리와 민주당 집권은 대한민국 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구태여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나찌 재판' 운운하며 사법체계를 흔든다면 이는 스스로 정치적 조급증에 걸렸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위헌 요소가 다분한 이번 법 개정을 이 시점에서 멈춰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집권여당이 정도를 걸을 때, 민주주의 회복의 진정성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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