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65세, ‘청년 일자리↓’ vs ‘인력난 해소’ 지역민 찬반 교차

  • 최시웅·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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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4 18:01  |  수정 2025-12-04 21:39  |  발행일 2025-12-04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 김주영 간사(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 김주영 간사(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정년 연장(60세→65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되,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한 8~12년의 단계적 추진 방안을 전격 제시하면서다. 지역 사회 곳곳에선 세대를 불문하고 고령층 인력난 해소와 청년층 고용 불안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교차한다. 특히, 제도적 필요성과 별개로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년 연장=신규 채용 감소


정년 연장 논의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청년층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공급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취준생 이모(24)씨는 "정년이 늘면 회사마다 채용문을 더 좁히지 않겠냐는 불안감이 대학가에 확산돼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 고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 연장을 우선논의하는 건 세대 갈등을 촉발한다. 청년 일자리 확대 플랜을 함께 논의해야 형평에 맞다"고 덧붙였다.


조직구조의 유연성 저해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공무원 주모(41)씨는 "정년 연장이 현실화되면 지금 6급·7급은 15년 넘도록 한 직급에 머무른다는 말까지 나돈다. 지금도 승진 적체에 불만이 많다. 청년층이 공직 진입을 꺼릴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허모(52)씨는 "중간관리자 세대가 가장 큰 압박을 받는다. 인사 흐름이 막히면 평가도, 역할도, 보상도 모두 멈춘다. 경력 사다리가 붕괴된다는 말"이라며 "더욱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선 정년 연장 혜택을 누리겠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년 연장해서 인력 붙잡아야"


금속용접공인 정모(57)씨는 제조 현장의 인력난 심화를 토로했다. 그는 "지금도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고, 들어와도 며칠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업계에선 30대 이하 숙련공이 사실상 전멸됐다"고 했다. 또 "법적 정년이 60세지만 중소 제조업에선 정년이 지나도 대부분 계속 다닌다. 그런데 '정년 60세'를 이유로 계약직으로 전환해버린다. 기술이 숙련 단계에 도달한 인력이 홀대를 받으며 일하려 하질 않는다. 정년을 65세로 공식화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 연장이 노인 빈곤 해결에 적절한 대응책이란 기대도 있다. 직장인 김모(43)씨는 "청년 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 세대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노인 세대가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만 고령 근로자 소득이 증가하고, 사회부담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고급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지, 절대적인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다. 기업이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기가 회복되야만 고급 일자리도 생긴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일각에선 자녀들은 부모가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게 향후 부양업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무분별하게 '일괄 적용'해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여긴다. 세대·직종·업종별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어서다. 영남대 박태경 교수(경제학과)는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라며 "제조업·기술직은 인력 부족으로 정년 연장 요구가 크지만, 사무직·공공부문은 승진 정체와 채용 축소 우려가 나타난다. 재계약·재고용 등 대안을 현장 상황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년 연장엔 고령층 생계, 청년층 진입, 직종별 인력 수요가 모두 얽혀 있다. 모든 업종을 동일 기준으로 묶으면 갈등만 커진다. 특히, 청년 고용대책과 임금·직무체계 조정이 수반돼야만 지속 가능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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