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에 드리운 ‘만촌네거리의 그림자’…대구시 고민이 깊어진다
대구 동대구역 앞 지하통로 조성 사업 지연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하통로 기부채납' 등 성격이 비슷한데다 진행이 지지부진한 '만촌네거리 지하통로 사업'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어서다. 공사 지연으로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행정당국과 건설업계 등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1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대구역 건너편에 위치한 A아파트(322세대)는 오는 11월 중 입주를 시작한다. 앞서 대구시 등은 사업 초기 교통약자 보행환경 개선, 도시철도 이용 편의 증진 등 공공기여시설 확보 차원에서 동대구역과 연결될 지하통로 및 지하철 출입구 추가 설치 공사를 병행할 것을 사업 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A아파트 측은 약 110억원을 들여 기부채납 방식으로 동대구역 지하통로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입주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A아파트 지하통로 조성 공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지하통로 조성 공사 완공 시기는 올해 8월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에야 착공했다. 현재 출입구 설치만 완료된 수준이다. 공사 완료 시점은 내년 말로 연기됐다. 대구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사업이 자칫 아픈 손가락인 '만촌네거리 지하통로 사업'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조짐이 다분해서다. 실제 만촌네거리 지하통로 공사는 하세월이다. 만촌역 앞 B아파트 측이 기부채납 형태로 건설 중이다. 현재 지하통로 공사 완공 시점은 내년 말까지 다시 연기됐다. 당초 2022년 11월에서 올해 말로 연기됐다가, 다시 사업 마무리 시점이 내년 말로 또 변경됐다. 만촌네거리 지하통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지역인 것을 감안, 도로를 차단하지 않는 '비개착공법'으로 짓는 중이다. 이 공법은 대형 굴착 기계나 다이너마이트 사용이 불가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형 암반이 발견되면서 수작업으로 굴착하고 있다. 공사 투입 인원에 제약이 있는 공법 특성과 작업 안전을 고려하면, 정확한 공기(工期) 추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동대구역 지하통로 공사도 차량 통행량이 많아 비개착공법이 적용됐다. 지반 등 공기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미 공사 일정이 지연됐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그렇다고 두 공사 모두 공법 변경은 여의치 않다. '공기 6개월'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 '개착공법'으로 바꾸려면, 1년가량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공사 기간 도로가 전면 통제되는 '교통지옥'도 감수해야 한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구시는 공기 단축을 압박할 수단인 준공 승인 시점을 두고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A아파트의 준공 승인이 늦춰지면 주민들의 금전적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파트 준공 승인이 나야 입주민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승인이 늦어지면, 기존 중도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개인 대출로 잔금을 조달해야 해 금융비용이 높아지고 이사도 지연된다. B아파트는 지하통로 확보에 앞서 기초단체의 준공 승인이 먼저 이뤄졌다. '사업 허가를 내주는 곳'과 '사업을 감독·통제하는 곳'이 분리된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대구시가 사업 운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실상 완전히 '멘붕'에 빠졌다. 만촌네거리 선례 때문에 동대구역은 준공 시점과 지하통로 완공 시점이 맞지 않아 주민 피해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답답한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