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달성군 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군 추모비 제막식에서 유가족과 친구들, 군청 관계자들이 추모비 제막을 하고 있다. 이번 추모비는 물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다 숨진 박 군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으며, 박 군은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지정되고 대구시와 달성군에서는 각각 의로운 시민과 의로운 군민으로 지정됐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저수지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고 숨진 고(故) 박건하 군을 기리는 추모비가 대구 달성에 세워졌다. 한 개인의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던 지역사회의 약속이 마침내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3면에 관련기사
22일 오전 10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늪근린공원에서 박군의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유가족과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박군의 숭고한 희생에 애도를 표했다. 산책로 한켠에 자리한 추모비 앞에서 인근 주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 소년의 이름이 새겨진 곳을 한동안 바라봤다.
추모비에는 박군의 이름과 함께 친구들을 향한 용기와 희생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졌다. 추모비 건립은 달성군이 올해 제정한 '의로운 군민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의 첫 적용 사례다. 달성군은 박군을 '의로운 군민 제1호'로 선정하고, 이날 유가족에게 증서와 위로금을 함께 전달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추모사에서 "차가운 물속에서도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박군의 의롭고 고귀한 선택은 어른들도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다"며 "그 행동은 남겨진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두 자녀를 둔 부모로서,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슬픔을 다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이 추모비가 위기의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게 하는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박군은 지난 1월13일 다사읍 서재리 한 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친구를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다가 자신은 끝내 물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위험을 무릅쓴 그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로 공식 지정됐다.
물에 빠진 친구 구하다 숨진 박건하군, 추모비 달성에 건립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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