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하야,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추모비 앞에서 이어진 아버지의 고백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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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2 18:31  |  발행일 2025-12-22
주저 없이 내민 손, 한 가족의 슬픔에서 공동체 기억으로
의사자 지정 이후…아들이 남긴 뜻을 다시 새긴 부모 답사
단상을 내려온 뒤 번진 흐느낌, 추모비 앞에 멈춘 시간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 군 추모비 제막식에서 유가족 대표인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답사를 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그는 짧지만 절제된 말로 감사와 다짐을 전했고, 행사장은 깊은 침묵과 눈물로 가득 찼다.<달성군 제공>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 군 추모비 제막식에서 유가족 대표인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답사를 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그는 짧지만 절제된 말로 감사와 다짐을 전했고, 행사장은 깊은 침묵과 눈물로 가득 찼다.<달성군 제공>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최재훈 달성군수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 군 추모비 제막식. 또 하나의 깊은 울림은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아버지의 짧지만 절제된 답사에서 나왔다. 그는 먼저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나서 아들이 행한 소중한 선택과 그 이후의 시간을 담담히 되짚어 갔다.


이날 아버지는 "우리 아이는 2025년 1월 13일,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돕기 위해 주저없이 행동했다"며 "그 선택은 부모인 우리에게는 너무 큰 슬픔을 남겼지만, 당시 많은 분들에겐 용기와 감동을 전했다고 들었다"고 햇다. 개인의 비극이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짧게 설명한 것.


이어 아버지는 "지난 5월 20일 보건복지부에서 아이를 의사자로 지정해 주셨고, 뒤이어 대구시와 대통령도 의로운 시민과 국민으로 지정해 주셨다"며 "부모로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아이가 남긴 뜻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 군 추모비 제막식에서 유가족 대표인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답사를 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그는 짧지만 절제된 말로 감사와 다짐을 전했고, 행사장은 깊은 침묵과 눈물로 가득 찼다.<달성군 제공>

22일 대구 달성군 다사세천늪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박건하 군 추모비 제막식에서 유가족 대표인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답사를 하고 있다.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서 그는 짧지만 절제된 말로 감사와 다짐을 전했고, 행사장은 깊은 침묵과 눈물로 가득 찼다.<달성군 제공>

아버지는 특히 추모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아이의 삶은 비록 짧았지만, 오늘 세워진 추모비에 새겨진 이름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그 마음과 뜻을 전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추모비는 단지 우리 아이만을 위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용기와 배려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답사의 마지막은 부모로서의 고백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그의 마음을 이어가 주시는 모든 분들께 부모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이의 선한 뜻이 친구들과 지역사회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 숨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건하야,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고 행복이었다"며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말한 뒤 단상을 내려왔다.


그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자리를 옮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참석자들 사이에선 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유가족과 친구들, 추모비 앞에 서 있던 주민들까지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찬 기운이 몰아치던 공원에는 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조용한 울음'이 이어졌다. 행사장은 한동안 깊은 침묵과 눈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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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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