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사랑하는 현성이(가명·17)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간암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현성이를 보는 어머니 마음은 늘 미어진다. 현성이에 대한 깊은 자책감은 덤이다. 과거 아파트 분양권을 위해 빌린 9천만 원의 대출금이 아파트 부도로 3억 원이 넘는 빚으로 불어나면서,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다.
29일 오전 대구 동구 한 빌라에서 현성이(가명)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빚과 병, 위태로웠던 일상 속 무너진 보금자리
현성이네는 기초생활수급비,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해왔다. 정부보조금과 어머니의 자활근로소득을 합해도 빠듯한 형편에 하루하루 성장하는 현성이 뒷바라지는 큰 부담이다. 어머니마저 당뇨 진단을 받으면서 가정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특히 어머니는 2년 전 담낭 수술을 받은 후유증으로 항상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하고, 몸이 안 따라주는 것 같아요. 쉴 수 있다고 해도 돈 때문에 쉴 순 없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환경이다. 82㎡ 면적임에도 어머니가 "진짜 거지 같은 집도 그런 집도 없었다" "집에 돌아오기가 딱 싫었다"고 표현할 만큼 열악했다. 낡은 장판은 덕지덕지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고, 벽지는 뜯어져 있었다. 방 한 칸은 창고처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낡은 에어컨은 고장 나 여름철 더위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성이네 집은 노래방 건물에 있어 밤늦게까지 소음에 시달린다. "새벽에도 노래 부르면 이게 다 옛날 집이라 소리가 다 들려요. 자동차 다니는 소리까지 다 들리고요." 어머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빚 때문에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어머니 명의의 통장들은 모두 압류돼 월급도 현성이 명의 통장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29일 오전 대구 동구 한 빌라에서 현성이(가명)와 현성이 어머니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장롱을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초록우산의 손길, 희망으로 채워진 보금자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는 아들 현성이를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현성이네 집은 기적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방은 한 공공기관 지원으로 도배와 장판 교체가 이루어졌다. 새로운 장롱, 침대, 흰색 수납장까지 생기면서 현성이를 위한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어머니는 "진짜 꿈도 못 꾸던 일"이라며 "너무너무 감사하다. 집에 오면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이제는 집에 돌아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 작은 손재주로 키워가는 큰 꿈, 수의사
현성이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길 좋아했다. 레고나 종이접기 등 만들기도 즐긴다. 현성이가 그린 그림들을 보며 어머니는 "다 자기가 보고 그린 것"이라며 현성이 재능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손재주를 가진 현성이의 꿈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다. 동물을 좋아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현성이의 꿈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어머니는 비록 수의사가 되기 위한 학업을 '뒷바라지' 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새로워진 보금자리에서 현성이의 꿈은 더욱 단단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 동구청에서 지원하는 수업에 참여하며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 어머니는 "또 잔소리 한다"며 투정을 부리는 현성이 모습에 사춘기임을 실감하기도 한다고 웃음지었다.
현성이네 가정은 여전히 빚과 어머니의 건강 문제, 현성이의 성장 지원 등 여러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어머니의 헌신, 그리고 현성이의 밝은 꿈이 어우러져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후원금 모금계좌 :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후원문의(기부금영수증 발행 등) :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053-756-9799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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