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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1>20년 방치 인도 침범 횡단보도
7일 오전 9시50분쯤 대구 동구청 건너편 횡단보도엔 동구청쪽으로 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 4명이 서 있었다. 신호를 바라보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빵'하는 클락션에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뒤편 내리막 길에서 엉뚱하게 차량이 내려오고 있었다. 보행자들은 옆으로 비켜 설 수밖에 없었다. 차는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우회전 해 대로변 차선으로 들어섰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자는 횡단보도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횡단보도 앞 보행자가 대기하고 있을 땐 일시 정지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곳 차량들은 이면도로인 내리막길에서부터 보행자를 향해 클락션을 울렸고, 우회전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 대기하는 보행자를 향해서도 아예 비켜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곳은 횡단보도가 생긴 2000년대 초부터 2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보행자를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강모(여·53·대구 동구)씨는 "작은 손수래를 끌고 가는 할머니가 내리막길에서 횡단보도까지 내려오는 데 '빵'하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를 듣고 가장자리로 비켜서는 모습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그럴 때면 사고라도 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도심 곳곳에 산재한 '아슬아슬한' 보행 환경은 교통사고 유발지역이 된다.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4명이 보행 중 사망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망자 비율이 40.5%로, 전국(33.5%) 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올해부턴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돼 보행자를 위협하는 이 같은 차량들이 단속 대상이 된다. 한국교통연구원 우승국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거의 이면도로 일대 사고"라며 "사람이 차량이 아닌, 차량이 사람을 조심하도록 한다면 이면도로 교통사고 감소와 함께 보행자 사망율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일보는 사람보다 차량이 우선 시 돼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보행자 교통사고 방지와 보행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캠페인 '人道(인도)를 돌려 주세요'를 연중 전재한다. 보다 친인간적인 보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단도 구성해 운영한다. 자문단인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도시공학과) △신진기 계명대 교수(교통공학전공) △김수진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는 앞으로 보다 안전한 보행환경을 위한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한다.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7일 오후 대구 동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차량이 보행자들과 함께 횡단보도로 진입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22.06.09
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국제심포지엄...동해안 환경적 측면과 미래 해양자원 가치 집중 조명
영남일보 주관 '제10회 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국제심포지엄'이 10일 오후 1시 30분 영덕 로하스 수산식품 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열린다. 경북의 지속 가능한 해양 수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동해안 바다숲 조성과 블루 카본의 탄소 네거티브 활용방안'이란 주제로 기조 강연과 주제별 3개 세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10회째를 맞은 이번 심포지엄은 영남일보가 보도중인 ‘바다를 향하여’ 기획 시리즈에 발맞춰 동해안의 환경적 측면과 미래 해양자원의 가치를 집중 조명한다. 유튜브(경북 해양수산 활성화 국제심포지엄)로도 실시간 생중계된다.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연중기획 : 바다를 향하여 .4] "동해안 자생 '개도박' CO2 흡수량, 열대우림보다 5배 많다"
◆인도네시아 해양보호지역의 블루 카본 해초 서식지 관리 전략(유센 리파이 인도네시아 해양과학연구센터 연구원) "지역사회 기반 해초관리 수행역량 강화" 인도네시아 해초 서식지는 세계 블루 카본(Blue Caarbon·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의 상당 양을 저장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맞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해양보호구역(MPAs) 확대와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초 서식지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양보호구역 내 해초 서식지의 보존·관리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해양보호구역에서 해초 서식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 5가지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해초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달성 △당국으로부터 공정한 인증 획득 △해초 관리에 관한 법률·규제와 관련된 정치적 이니셔티브 획득 △해초 서식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경험적 자료 제공 △지역사회 기반의 해초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강화 등이다. 인도네시아 해초 서식지의 미래를 보호하고, 그것이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협력해야 한다.◆지역사회와 기후 행동을 돕는 자연 친화적 솔루션 바다숲 사례(페터 해리스 유엔환경계획 파트너사 GRID-Arendal 대표) "바다숲 다양한 이점, 포괄적 인식 필요" 지구는 △오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세 가지 위기로 인해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GRID-Arendal은 2009년 해양과 해안선을 따라 서식하는 식물이 대기로부터 탄소를 어떻게 흡수하고 생물량과 퇴적물을 저장하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대해 쉽게 설명한 보고서를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발표했다. 블루 카본은 세계 탄소 수지에서 50% 이상의 탄소 순환을 책임진다. 그리고 블루 카본이라는 용어는 바다숲을 가리키는 용어로 발전했다. 이제 바다숲의 손실을 측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속 불가능한 어업, 오염 그리고 해안개발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바다숲 서식지가 어업·해안 보호와 관광에 제공하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인식이 스칸디나비아와 전 세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바다숲은 특히 식량안보, 생물의 다양성, 자연을 통한 지속 가능한 푸른 경제를 위해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많은 국가가 생태계에서의 탄소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숲의 다양한 이점에 대한 좀더 포괄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의한 보존 및 사용에 관한 국가정책과 관리 결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절실하다.◆기후변화 적응 홍조 하층 식생 생태복원(김형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 "크러스트 유엽 이식으로 생태복원 가능"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과 해조 분포 환경도 변했다. 울릉해역은 해조 다양성이 높고 연중 표층 수온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키 큰 해조와 하층 식생이 층상구조를 보이는 울릉해역에서 한류성 다시마 군락(동해 북부에 많음)이 먼저 사라졌다. 하층 식생은 직립이나 바닥에 근접해 있는 엽상체를 말한다. 남해안, 경북 동해안, 제주 근해 등에 자생하는 홍조류 개도박은 1초에 ㎡당 150㎛(마이크로 미터·100만분의 1m)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열대우림의 흡수량 31.7㎍(100만분의 1g)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개도박은 생장 속도가 빠르고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은 해조류로 과거엔 회벽을 바를 때 이용했다. 홍조류의 지누아리는 포자·사상체·크러스트(Crust·껍질)·직립 엽체를 형성하고 있다. 사상체는 지속해서 또 다른 사상체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크러스트에서 직립 엽체를 만든다. 크러스트와 종자 Seedling(유엽·발아체)을 이용해 바다에서 양성하면 직립 엽체(Upright Thalli)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실제 지누아리 사분포자에서 조직 절편 배양으로 유엽을 만들고 씨줄에 끼워 바다에서 키웠더니 15㎝의 엽체를 얻을 수 있었다. 삼척 일원에서 실험한 결과, 크러스트에서 유엽을 만들어 바다 로프 양성으로 엽체를 53㎝까지 키웠다. 또 각상 유엽체 부착 판에 붙여 암반에 고정하는 바다 이식 과정을 살펴 본 결과, 지누아리 이식장소에 성게·군소·고둥·단각류·전복 등 많은 생물이 모여들었다. 따라서 크러스트 유엽 바다 이식으로 생태복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해조는 초식자와 유기 쇄설물로 먹이사슬과 영양염 순환이 되며, 하층 식생 해조 다양성은 초식자(성게·복족류)에게 다양한 먹이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자연~바다~해조~성게~인간으로 이어져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바다생물 종 다양성과 탄소 격리로 이어진다.◆해조장 조성 기술을 통한 바다숲 안정 조성 및 해양생태계 복원(곽철우 한국 해양환경생태연구소 대표) "조식동물 제어장치·케미컬앵커 활용"바다숲은 해양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 △영양염 흡수 및 이용 △용존산소 대량생산 △탄소 고정 등 기초생산력의 증대와 유용 수산자원의 번식 및 성장을 위한 보육장 역할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해조군락이 소멸하고 갯녹음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생동물의 먹이원 감소, 서식장 및 산란장 소멸 등 기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갯녹음 현상 극복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바다숲 조성사업이 활발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바다숲 조성사업의 효과는 미미하다. 지금까지 개발·적용됐던 바다숲 조성 방법으로 이식한 해조류의 경우 조식동물 접근 및 이식된 해조의 환경 적응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이 때문에 조식동물에게 섭식되거나 수심별 광량 차이로 고사했다. 이식된 해조류가 바다숲을 형성하고 해조 모조단지로서 건강한 해양생태계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게와 같은 조식동물의 밀도조절 및 접근과 섭식 억제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인 조식동물 제어장치를 통한 해조장 조성기술 △녹색기술인 완충장치를 활용한 해조 모조단지 조성기술 △조식동물 섭식력 제어장치를 이용한 바다숲 조성 텐트 기술이 개발됐다. 조식동물의 접근제어를 위해 완충장치(A 텐트형, 일자형)와 케미컬 앵커 또는 프롬시멘트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 차별화한다. 케미컬 앵커는 초 고하중용 에폭시 타입으로 수축이 적으며 안정성이 높고 습한 환경에서도 높은 수준의 부착 강도를 보인다. 천연시멘트인 프롬시멘트는 내식성과 내화학성이 있으며 석회분리와 백화현상이 없어 부식성 환경에 적합하다. 이들 기술은 제주권역 천연 해조장 보호를 위한 부착기질 개선 및 효율화 분석(제주 서귀포시 종달리), 해조류 Seed Bank 조성(기장군, 포항 오도리), 신기술 활용 자연 암반 복원 위한 해조 단지 조성(영덕 축산리, 속초시 장사동), 동해 바다숲 신규조성( 포항 화진2리)에 적용됐다.또 정부는 바다의 '그린 뉴딜'로 전국을 5대 해양 생태축으로 묶어 해양생태계복원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생태계와 연안 식생을 이용한 블루 카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정리=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홍조 지누아리 배양 과정. 신기술을 활용한 바닷숲 조성 모식도. 유센 리파이 인도네시아 해양과학연구센터 연구원페터 해리스 유엔환경계획 GRID-Arendal 대표김형근 강릉원주대 교수곽철우 한국해양환경연구소 대표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9) 대구 식수원·휴식처 '가창댐'…푸른 물빛, 녹색 숲이 빚어내는 평온함
비슬산 천왕봉 북동쪽 비탈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거침없이 북동진한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정대숲 부근에 이른 물줄기는 네 개의 지류와 만나 몸집을 더욱 키운다. 정대리와 오리를 가로지른 물줄기는 사방산에 이르러 커다란 구조물에 가로막힌다. 비슬산맥(비슬산~청룡산~산성산)과 최정산괴(최정산~주암산) 사이 13㎞에 걸쳐 흘러 내려온 용계천을 멈춰 세운 것은 바로 가창댐이다. 1959년 8월 준공된 가창댐은 대구시민에게 안정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다. 예전부터 가창 골짜기는 물 맑고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가창댐 부근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9편에선 대구지역 식수원이자 휴식처인 가창댐을 소개한다.달달한 내음 날 것 같은 초입 찐빵길용계천·비슬산맥 조화 상수원 풍광댐 찾는 나들이객 기분 더 들뜨게 해자동차 드라이브 '가로수 터널' 백미자전거족은 '헐·몰·팔 라이딩' 즐겨갈림길서 꺾으면 운흥사·조길방고택◆대구지역 주요 상수원가창댐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와도 즐겁고, 차량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용계천과 비슬산맥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드라이브할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용계초등에 이르면 창밖으로 왠지 달달한 냄새가 날 것 같다. 길을 따라 늘어선 상가 앞에는 하얀 김이 쉴 새 없이 하늘로 오른다. 가창 모락모락찐빵길(가창교~용계교 450m 구간)로 접어든 것이다. 보이는 집마다 찐빵집이다. 가창찐빵손만두, 호찐빵 만두나라, 가창옛날찐빵, 옛날손찐빵만두, 고향찐빵만두, 소문난옛날손쌀찐빵만두 등 찐빵과 만두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몰려있다. 가창 찐빵거리는 2000년대 초반 방송에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난 뒤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돼 거리가 한결 산뜻해졌다. 불량 시설물 정비와 함께 전력·통신선도 걷어내고 상가 간판도 새로 꾸몄다.용계교를 지나 요양원 앞에서 우회전한다. 가창댐~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다. 곧 가창댐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창댐에는 나들이객을 위해 전망대와 데크길을 마련해 놨다. 전망대에 서자 바닥을 드러낸 가창댐의 모습이 애잔하다. 계속된 가뭄에 저수량이 크게 줄었다. 그래도 푸른 물빛과 녹색 숲이 빚어내는 평온함은 그대로다.가창댐은 대구의 주요 상수원 중 하나다. 유역 면적은 43㎢, 저수 면적은 0.67㎢에 이른다. 총저수량은 940만㎥, 유효 저수량은 891만㎥, 취수량은 일일 5만2천㎥가량이다. 가창댐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봄에는 꽃대궐, 여름엔 나무그늘 터널용계천을 따라 데크길을 걸어본다. 숲과 물 내음을 머금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온다. 상쾌한 순간이다. 두 대의 자전거가 '씽'하고 지나간다. 가창댐부터 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나들이객뿐만 아니라 바이커(biker)에게도 각광 받는 곳이다. 자전거족은 가창면 소재지에서 출발해 헐티재, 청도 몰래길, 팔조령을 거쳐 다시 가창면 소재지로 돌아오는 '헐·몰·팔'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60여㎞ 구간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 난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헐티재 도로는 폭이 좁아 주행하는 차량을 주의하며 라이딩을 즐겨야 한다.오토바이족은 헐티재를 넘어 창녕 비티재, 밀양 천왕재로 가거나 청도 운문댐으로 향한다. 운문댐과 천왕재는 굽이치는 고갯길이 많아 영남권 와인딩의 성지로 불린다. 때론 고령을 지나 합천호, 지리산, 가지산 방면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 용계천을 바로 옆에 낀 도로는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적당한 굴곡으로 긴장감을 주고, 깊이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바람은 활력을 준다. 싱그러운 숲과 각양각색의 꽃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힐링을 느끼면 된다.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가창댐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백미다. 봄에는 벚나무가 꽃대궐을, 여름에는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림자 터널을 만들어 낸다. 때론 벚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가 함께 팀을 이룬 구간도 나온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영롱하다.◆물맛 좋은 천년고찰 운흥사오동1교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운흥사가 나온다. 운흥사는 신라 흥덕왕 때 운수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창건 설화가 흥미롭다. 설화에 따르면 창건 당시 절 이름은 동림사였고, 최정산 정상부에 자리했다고 한다.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위치해 주지가 조용한 곳으로 옮기려고 하자 한 노인이 나타나 절 앞 연못을 메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연못을 메우고 나니 절이 조용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도의 발길이 끊기고 말았다. 이에 주지는 다시 절을 곡산(谷山)으로 옮겼으나 신도는 늘지 않았고, 다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뒤 절 이름을 운흥사로 바꿨다. 이후 마치 구름이 일어나듯 신도가 몰려들어 절이 번창했다고 한다.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사명 대사가 운흥사에서 승병 300여 명을 지휘해 왜적을 격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운흥사는 최정산 중턱, 울창한 숲이 외호하는 자리에 다소곳이 틀어 앉아 있다.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주차장도 널찍하다. 다만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없는 게 못내 아쉽다.정토교를 건너 운흥사로 들어서면 돌계단 위 두 그루의 벚나무가 눈길을 끈다. 높이 15m, 둘레 3.7m쯤 되는 수령 150년의 고목이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면에는 대웅전이 위치한다. 정형적인 산지 가람이면서도 중정식 산지 가람 배치를 따르지 않았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무소와 요사채가 대향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다.통상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시는데 운흥사는 독특하게 아미타 삼존불을 모신다. 조선 중기에 활동한 조각승 도우가 만든 운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대웅전 왼편에는 작은 연못과 샘터가 자리한다. 가창 일대는 대구에서 물이 가장 깨끗한 곳인 만큼 운흥사 샘물도 물맛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헐티재 방향으로 대구미술광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대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를 만날 수 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조길방고택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먼저 커다란 당산목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덤이(대암)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돌들이 눈에 띈다. 당산나무 아래에도 커다란 바위가 하나 서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볼 수 있다. 대암동천(大巖洞天). 대구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동천바위다. 옛 선비들은 팔경문화와 함께 구곡·동천문화를 즐겼다. 경치 좋은 곳을 특정해 그곳의 자연물에다 자신들의 철학을 덧입혀 공유하던 문화다. 단순히 관광·유람에 그치지 않고 시문학을 즐기며 서로의 사상과 학문을 나눈 것이다. 동천문화는 구곡·팔경 문화와 결이 다르다. 유교가 아닌 도교를 배경으로 한다. 또 동천문화는 철학이나 예술이 아닌 은거를 지향한다. 때문에 동천바위는 오지에서 주로 발견된다. 고택 아래 엄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수령이 꽤 된 듯 굵은 몸집을 자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택으로 들어선다. 조길방고택은 조선시대에 지은 목조 가옥이다. 초가지만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은 전통가옥의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안채는 축대 위에 서쪽을 향해 자리잡았고, 축대 앞 낮은 앞마당에는 좌우로 아래채와 사랑채가 마주한다. 아래채와 사랑채는 각각 3칸 규모인데 원래는 더 컸다고 한다. 조길방고택은 초가로는 보기 드문 오래된 건물로, 조선시대 수수한 옛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택에서 나와 마을 아래를 내려다본다. 보이는 건 산과 골짜기뿐이다. 멀리 화마가 할퀴고 간 산자락의 모습이 애처롭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지역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가창댐은 유역 면적 43㎢, 저수 면적 0.67㎢에 이른다. 가창댐에서 정수된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가창댐에서 헐티재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운흥사 대웅전 앞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위) 조선시대 지어진 조길방 고택은 안채·사랑채·아래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가창댐 주변으로 데크길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연중기획 : 바다를 향하여 .3] 동해안 생태계가 흡수하는 블루 카본이 탄소 오염도를 줄인다
10일 오후 1시30분 경북 영덕 로하스 수산식품지원센터에서 열리는 '제10회 경북해양수산활성화 국제심포지엄'은 경북 동해안 해양수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해양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집중 탐구한다. 세계 해양의 날(6월 8일)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영남일보가 주관하며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다. 특히 영남일보가 2022년 연중기획으로 마련한 ‘바다를 향하여’ 시리즈 연재에 발맞춰 내용과 행사의 질을 크게 높였다. 동해안 바다숲 조성과 블루 카본(Blou Carbon)을 주제로 해외사례를 포함한 다양한 발표가 준비됐다. 심포지엄을 앞두고 사전 입수한 주제발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기조 강연= 동해안 바다숲 조성과 ‘블루 카본’(이기택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포스텍 교수) 블루 카본(Blue Carbon)은 갯벌·염습지·맹그로브·해초류 등 연안 생태계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를 의미한다. 연안 생태계를 통해 흡수되는 탄소는 열대·아열대 숲보다 수십 배 이상 지구의 탄소 오염도를 크게 줄인다. 흔히 말하는 ‘바다숲’의 환경적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닷속 해초숲의 탄소 저장(흡수)에 대한 정량화는 아직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해초숲 등이 흡수한 탄소는 바다토양에 저장되면서 그 중 일부를 다시 배출한다. 바다에서 흡수한 탄소는 광합성에 의해 중탄산염(HCO3-) 등과 결합한 용존 무기탄소(DIC) 형태의 성장기를 거친 후 용존 유기탄소(DOC)로 변하면서 탄소 일부가 다시 배출되는 구조다. 포항 오도1리에서 2020년 3월부터 1년 동안 측정한 결과, 오도 바다숲은 흡수한 탄소량의 7% 정도만 다시 배출했다. 이 기간에만 43.7ha의 오도바다 숲 조성지에서 연간 86.2t의 탄소를 흡수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기준으로 남해(거제 와현리)·제주(행원리) 해역에서 측정된 바닷속 탄소 흡수량은 동해(포항 오도1리)와 비슷하게 측정됐다. 2009년 UN과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공동으로 출간한 해양의 탄소흡수에 대한 종합평가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블루 카본’은 육상생태계보다 훨씬 높은 새로운 탄소흡수원이라고 규정했다. 해조숲, 즉 바다숲은 육지숲에 비해 환경적 가치가 월등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해조숲과 관련해 탄소흡수와 탄소 저장고로서의 안전성 규명은 선결과제다. 이에 따라 동해권역의 해조숲공원과 탄소흡수 안전성 규명에 필요한 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한다.◆동해안 블루 카본 자원의 가치와 활용방안(홍지원 경북대 수소 및 신재생 에너지학과 교수) 해양 생태계에 흡수되는 유기탄소인 블루 카본은 블랙 카본과 비교된다. 블랙 카본은 흔히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에 의해 발생하는 탄소다. 탄소의 약 절반이 대기 중에 축적된다. 또 배출된 블랙 카본의 약 20%는 블루 카본이 흡수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블루 카본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바로 연안 블루 카본(Coastal Blue Carbon)으로 공식적으로는 맹그로브·염습지·해초류 등이다. 맹그로브숲은 지표면의 약 0.7%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탄소 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염습지는 열대우림보다 약 55배 이상의 흡수속도를 가진 가장 강력한 탄소 저장소다. 해초류(잘피밭)는 전 세계 해저 면적의 약 0.2%에 불과하지만 전 지구적 탄소 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기여하고 있다.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는 블루 카본 연구 및 교육에 특화된 '환동해 블루 카본 센터구축사업' 및 '블루 카본 R&D 과제'기획을 추진 중이다. 주요 사업은 동해 토착 해조류 자원의 블루 카본 흡수원 국제인증 연구다. 서해와 남해의 최대 수심은 227m이지만 동해는 1천684~4천49m로 해조류 블루 카본 연구 및 실증사업의 최적 후보지다. 조류 활용기술 상용화 및 산업계 발생 온실가스 저감 연구도 주요 사업에 해당한다. 동해 경우 남쪽은 아열대, 북쪽은 아한대 기후대에 속한 긴 해안선을 가진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류의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지역 내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과 연계시켜 조류자원의 고밀도 대량 배양을 위한 탄소원으로 활용해 ‘카본 크레딧’으로 확보할 수 있다. 잘피숲 복원 및 조성을 통한 복합기능 연구도 주목된다. 우리나라 천연 잘피숲은 1970년대 이후 70~80%가 파괴돼 현재 50~70㎢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서식지 조성 및 복원 대상 지역에 대한 생리, 생태 조건의 연구가 먼저 선결돼야 한다. 해양교육센터를 설립해 해양 생태계 보전 및 해양 생물자원 활용 관련 체험 및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개발·운영도 필요하다. 향후 환동해 블루 카본 센터 인프라를 활용한 시범사업으로 울릉도 '탄소 제로 해조 마을' '해조·해초류 생물 다양성 센터' 설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우리 연안 잘피 블루 카본(이근섭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잘피(Seagrasses)는 육지의 잡초에 해당된다.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해안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연안에는 9개 종이 있다. 연성 저질에 서식하는 거머리말 속(Zostera)이다. 동해 연안에는 왕거머리말·포기거머리말이 서식한다. 남해안 전역에 분포된 해호말도 있다. UNEP(유엔환경계획) 등은 우리나라 잘피 분포 면적을 55~70㎢로 추정한다. 호주 5만1천㎢, 인도네시아 3만㎢, 일본 500㎢, 미국 플로리다는 1만㎢로 추정된다. 지구 전체는 한국 분포 면적의 1만~2만배로 계산된다. 우리나라 남해안(5곳), 동해안(2곳), 서해안(2곳)의 잘피 서식지 내 유기탄소 저장량의 평균은 74.5 MgC ha-¹이며, 퇴적물(Sediments) 내 유기탄소 저장량은 98%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 연안의 잘피 블루 카본 저장성 향상을 위해서는 잘피 생육지 복원 및 조성, 해호말 분포면적의 정확한 파악, 잘피 면적의 적절한 학문적 정의 등이 필요하다. 또 적절한 퇴적물 유기탄소 함량 측정과 저장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요인도 파악해야 한다. 정리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이기택 교수- 동해권역 해조 숲 공원과 연구센터 설립 조감도홍지원 교수- 해안과 해양 블루카본의 순환개념도이근섭 교수 - 동해연안 잘피 개념을 나타낸 그림포스텍 이기택 교수홍지원 경북대 교수이근섭 부산대 교수
2022.06.08
"중앙선 없는 이면도로 보행자에 차량이 클랙슨 울리면 위협운전 간주 가능성"
올 4월 도로교통법 개정에도 보행자들 비켜서기 여전해7월엔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대구시, 지역 4곳 시범사업속도제한 당위성 이해하도록 운전자 대상 대대적 홍보필요 올해부터 보행자의 '통행 우선권'과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차량 중심의 교통 페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중앙선 없는 이면도로 보행자 통행 우선권7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한 주택가 이면도로. 건물들이 마주 보고 있는 골목길은 불법 주정차한 차량으로 가득했다. 가뜩이나 비좁아 통행에 불편을 겪는데 차체 큰 SUV 차량이 다가오자 시민 두 명이 빠른 속도로 길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이 차량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유유히 골목을 빠져 나갔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4월20일부터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선 보행자가 길 가장자리가 아닌 모든 구역에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과거의 교통문화에 익숙한 모습이다. 행인 정모(여·54·대구 중구)씨는 "차가 오면 사람이 비켜야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길 중간으로 다녀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며 "길 중간으로 다니면 차량이 뒤에서 클락션을 울릴 것 같은 공포가 있다"고 했다. 실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보행자들은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선 길 가장자리로 통행해야만 했다. 이에 보행자들은 차량이 뒤에서 따라붙지 않을까 늘 조심해야 했고 운전자들은 빠른 속도로 주행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이 새로 개정되면서 운전자들은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길을 비켜서지 않는다고 클락션을 울리는 등의 행위는 위협운전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택시기사 최모(66·대구 북구)씨는 "앞에 사람이 있으면 인기척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긴 하지만 클락션을 누른 적도 많다"며 "아무래도 손님을 태우면서 습관이 된 것 같다.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했다. 이에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에서 캠코더 단속, 순찰 등으로 단속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지만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익방송 송출, 카드뉴스 제작, 최근 사례 활용한 교육, 홍보 현수막 게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폭 10m 미만 경우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7월12일부터는 보행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른 '보행자 우선도로'도 지정될 예정이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이용하는 폭 10m 미만 도로로, 필요 시 지자체가 보행자 우선도로엔 시속 20㎞ 속도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4월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시행된 보행자 통행 우선권보다 보행자 보호 의무가 더욱 강화된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각 지자체가 선정할 수 있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안전한 보행 환경 개선 사업' 대상 지역 4곳(북구 태전동, 달서구 두류·용산동, 수성구 수성동1가 일대 이면도로)을 먼저 보행자 우선도로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이번에 지정된 도로들은 일종의 시범사업이다. 각 구·군과 협의해 보행자 우선도로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인도를 설치하기엔 좁지만 보행량이 많은 지역 등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해 인도처럼 여겨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각 구·군으로부터 도로 실태조사 결과를 받은 상태"라고 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특히 폭이 좁은 주택가, 통학로, 상가지구 등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2019년 전국 보행자 우선도로 시범사업 6개소를 설치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안전성·편리성·쾌적성 측면에서 주민 만족도가 평균 5.55~5.6점에서 7.9~8.17점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우선도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도로환경 정비와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다희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보행자 관련 명칭들이 많아서 노면 표시도 혼재돼 있다. 우선 운전자들이 보행자 우선도로가 무엇인지, 어디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도로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운전자가 실수해서 40㎞로 속도를 높여도 20㎞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운전자 포용도로' 등 도로 디자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제한속도 20㎞라는 속도가 굉장히 낮기에 속도 제한에 대한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운전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7일 오후 대구 동구 한 이면도로에서 보행자가 차량이 먼저 지나가도록 비켜선 채 기다리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22.06.07
[수요기획] "주민피해 심각" VS "양념이라더니"...文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엇갈린 여론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 집회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편에서는 해당 집회로 인해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전자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번 집회 논란에 대한 분석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잇따른 집회로 어수선한 文 전 대통령 사저 마을연휴였던 지난 5일 찾은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은 궂은 날씨에도 일부 단체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다. 평산마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귀향을 한 곳이다.한 집회 참가자는 '특활비 공개하라' 등이라고 적힌 팻말을 몸에 걸고 문 전 대통령 사저를 향해 서 있었다. 또 다른 단체는 스피커를 설치하고 '문재인은 사죄하라'라는 소리를 재생했다. 주변에 배치된 경찰은 대화를 통해 이들을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저를 보러 온 방문객들이 집회 장소의 현수막 앞에 서 있으면 "집회를 방해하러 왔느냐" "문재인이 시켜서 왔냐" "욕설을 하면 바로 고발 조치하겠다"라고 말하며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을 길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에는 수갑과 함께 '문제인 체포 염원 수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집회 참가자 측은 '좌파가 하는 집회는 촛불혁명! 우파가 하는 집회는 민주주의 위기'라는 문구와 집회 사진이 나온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한 켠에는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고인들의 사진이 현수막으로 걸려 있기도 했다. 평산마을 내 담벼락에는 '집회로 인하여 노인들 병들어 간다'라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호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실제 사저 인근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집회 장소를 쳐다 보기도 했다. 마을에서 만난 A씨에게 조심스레 집회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친정이 이곳이다.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속적인 소음에 대한 질문에는 찡그린 표정만 지어 보였다. 사저 근처를 지나던 등산객 김모(여·경남 양산)씨는 "잠깐 사저를 구경하며 머무르려고 했는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못 있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15일 페이스북에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달 31일 문 전 대통령 측은 보수단체 3곳에 소속된 3명과 성명불상의 1명에 대해 모욕 및 명예훼손, 협박,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 심각" vs "언제는 양념이라더니" vs "우리를 매도 말라"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퇴임한 대통령, 좀 조용히 사시게 내버려 둬라. 그걸(과격 집회) 잘하는 짓이라고 거드는 사람들이 더 저질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신평 변호사는 이번 집회 논란이 "팬덤 정치와 갈라치기 정치가 낳은 음울한 유산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판단 기준에 대해 이번 사저 앞 집회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100m 이내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집회를 적극 나서고 이용했던 민주당 사람들의 '내로남불'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집회가 적법하고 정당하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백신 피해자 가족 모임은 사저 앞 집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과 매도가 억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이하 코백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백신 부작용으로 가족을 잃었고, 건강을 잃어버린 우리는 백신 피해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라는 구호를 외쳤으나 아무 답변이 없어 항의 방문차 양산 사저를 찾아가 집회를 했다"며 "그런데 집회 금지를 통보했고, 이러한 행태는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지난 6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서한문을 가져가서 읽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우리가 양산으로 찾아갔겠나. 너무 억울해서 찾아가서 아이들, 형제자매 영정 사진을 걸어놓고 시위하는데, 그것을 반지성이라고 하고 보수단체로 묶어서 매도하니 답답하더라"라며 "피해를 본 주민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우리도 너무 억울해서 한 마디 할 수 있지 않느냐. 우리는 차량 확성기를 쓰지도 않았고, 작은 이동형 스피커를 사용했다. 저녁 6시 이후로는 스피커도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위를 해본 사람도 아니고 일반 국민이 억울해서 찾아간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정권의 수장으로서 백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해주길 바라며 사저를 찾은 것이다"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지켜줄 사람이 없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비가 내린 지난 5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사저 맞은편 도로에서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사이에서 사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지난 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고대국가 조문국으로 떠나는 의성 여행 .1] 의성의 옛 나라, 조문국
◆ 시리즈를 시작하며= 1천800여 년 전 신라에 복속되기 전까지 경북 의성군 일대에 강력한 고대국가를 형성했던 조문국(召文國). 조문국은 현재 남아 있는 370여 기의 고분을 통해 존재가 알려졌으며, 신라처럼 큰 국가는 아니었지만 왕권이 존재한 국가였던 것을 고분군 출토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문국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2천년 전 고대국가의 도읍지는 어떤 땅이었을까'라는 물음표를 달고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영남일보는 조문국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금성면 일대와 인근 지역 명소를 기획시리즈 '고대국가 조문국으로 떠나는 의성 여행'을 통해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금성산 아래 크고작은 370여기 고분당시 강력했던 정치집단 존재 증거상업·양잠 발달…독자적 양식 토기도신라복속 후에도 일정 세력기반 유지잊혔던 경덕왕릉 조선중기부터 향사2013년 흩어진 유물 모아 박물관 건립의성의 동남쪽 금성산 아래 옛 무덤들이 무리 지어 누워 있다. 북동부 산지에서 흘러온 하천과 남동쪽 경계를 넘어온 하천이 합류해 만든 비옥한 삼각형의 땅, 금성면의 대리리·탑리리·학미리 일대다. 높고 낮고 크고 작은 고분들은 370기가 넘는다. 한때 이 땅에 살았으나 어느 날 숨이 다하여 묻힌 사람들의 집. 사람들은 그들과 그들의 나라를 기억하기 위해 이 집들을 지었을 것이다. 오래된 기록은 초기 국가시대 이곳에 조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고 말해준다. 이제는 잃어버린 고대왕국이라 불리는 옛 나라, 조문국. ◆금성산 고분군 푸르고 넓다. 푸른 잔디, 푸른 봉분, 경계 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 푸른 것들이 하늘과 땅을 이룬다. 봉분들 사이를 흐르는 산책로는 '고분 거님길'이라는 다정한 이름을 가졌다. 흙내를 머금은 풀내가 따뜻하다. 조문국. 아스라한 이름이다. 많은 기록은 없다. 대동지지와 읍지에 '현재의 경북도 의성군 의성읍에서 남쪽으로 25리 떨어진 금성면 일대'에 조문국이 있었다고 전한다. 금이 많았다 한다. 초전에는 거대한 궁궐이 있었고 상업이 발달한 큰 마을은 대리라 하였으며 양잠을 권장해 뽕나무밭을 일구고 상리라 했다 한다. 28개의 농사짓는 연못이 있었고 기와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와문이 유행했다고 한다. 비봉곡이라는 노래가 있었고, 조문금이라는 12현 악기가 있었으며 신라미인·고려미인과 같이 삼한미인 중 하나였던 조문미인이 많은 나라였다 한다. 금성산에는 조문국 시대의 산성이 남아 있다. 그 아래 탑리에는 조문국 시대에 천기를 점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석탑이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에 '신라 벌휴왕 2년인 185년 2월, 파진찬 구도(仇道)와 일길찬 구수혜(仇須兮)를 좌우군주(左右軍主)로 삼아 조문국을 벌(伐)하였다'는 짧은 기록이 있다. 이 무덤들은 5∼6세기쯤인 삼국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탑리의 고분군은 4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 원형의 봉토분이며 다양한 크기의 분묘가 고루 밀집되어 있다. 봉토를 이루고 있는 저 엄청난 양의 흙은 이 지역의 흙색과 다른 순수한 점토라 한다. 다른 지역에서 운반해 왔으리라 판단되는데, 그에 따르는 막대한 노동력은 통치자의 정치적 영향력을 짐작하게 한다. 고분의 발굴조사는 1960년부터였다. 금동관·금동관장식품·금동제귀걸이 등의 화려한 장신구와 함께 철제 무기류·마구류 등이 출토되었다. 초기 국가 형성기의 대표적인 정치 집단이 이 땅에 존재했다는 증거였다. 봉분들 사이에 봉분 모양의 '고분 전시관'이 자리한다. 내부에는 2009년 발굴한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유구와 출토 유물·순장문화를 통해 당시의 매장 풍습을 엿볼 수 있는데, 무덤의 구조는 신라 마립간 시기 왕족의 무덤과 흡사하며 금동 제품과 순장의 존재는 지배층의 무덤임을 알려준다. 특히 굽다리 접시·목 항아리·항아리 뚜껑 등 많은 토기가 출토되었는데 이는 '의성양식토기'라 불릴 만큼 독자적이고 특별한 것이다. 조문국은 신라에 복속된 이후에도 완전히 신라의 지방으로 인식된 것은 아니었으며 최소한 5세기까지 일정한 세력 기반을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통일 후 조문국은 문소군이 되었고 고려 초 의성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옛 무덤들 사이 완만한 비탈에 작약 꽃밭이 넓다. 절정으로 붉었던 꽃들은 하나둘 지고 빼곡한 줄기들만 서로 허리를 맞댄다. 무덤들은 시간의 영속성을 말해주고 꽃들은 순간을 이야기한다. ◆1호 고분, 조문국 경덕왕릉고분들에는 묘석이 없다. 2호·3호라는 숫자가 묘석을 대신한다. 단 하나의 무덤만이 묘석을 가지고 있다. 1호 고분, 그것은 조문국 경덕왕의 능으로 추정된다. 경덕왕릉의 발견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나는 지방 사람들에 의해 구전되어 온 이야기다. 지금의 능지는 약 500년 전 오이밭이었다 한다. 어느 날 밭을 지키던 농부의 꿈에 금관을 쓴 백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나는 신라시대 조문국의 경덕왕인데 너의 원두막이 나의 능 위이니 속히 철거를 하라'고 명하고는 농부의 등에다 한 줄의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농부는 등의 글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놀라 현령에게 고하고 지방의 유지들과 의논하여 봉분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조선 숙종 시대의 학자 미수 허목의 문집에 나타난다. 한 농부가 오이밭을 갈다 커다란 구멍을 발견하는데, 구멍으로 들어가자 금칠을 한 석실 한가운데에서 금관을 쓴 금소상(金塑像)을 보게 된다. 욕심이 난 농부가 금관을 벗기려 하자 손이 금관에 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의성군수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나는 경덕왕이다. 이 무덤을 개수 봉안토록 하여라'고 말했고 이후 봉분을 쌓고 관리하였다는 이야기다. 여지도서에 따르면 이후 영조 원년인 1725년에 현령 이우신이 경덕왕릉을 증축했는데, 하마비를 세우고 능지기 1인을 두고 지키게 했으며 가문 해에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1895년에 편찬된 영남읍지에는 경덕왕릉 소나무 심은 곳을 사들여 경계를 정하고 능지기 2인을 정해 지키게 했으며 매년 향청에서 살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성종 때인 1470년부터 왕릉 제사를 지내왔다는 주장도 있다. 시작점은 분분하나 왕릉 향사는 1909년까지 지속되었고 1910년 일제의 무단통치기 때 중단되었다. 일제에 의해 중단된 조문국 향사를 다시 시작한 사람은 금성면 대리동의 박규환이다. 그는 1910년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수백 년간 봉행하던 향사를 전폐할 수 없다'고 하며 향사를 재개했다. 1914년 의성경찰서가 설치되자 그는 끌려가 고문을 받았지만 향사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박규환은 1919년 3·1만세운동을 주관한 조문교회 사건에 연루되고 고종이 승하했을 때 곡을 하였다는 이유로 다시 소환되었고 심한 고문으로 병을 얻어 1921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망하기 전 지역 유지인 신명환에게 향사를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 신명환은 왕릉향사계를 조직하여 향사를 체계화했다. 그 당시 경덕왕릉비가 세워졌고 고분군 초입에 자리한 문익점면작기념비도 건립되었다. 이후 향사는 문익점 면작기념행사와 함께 지속되었다고 한다. 신명환의 사후에는 박규환의 차자인 박재을이 향사를 주관했다. 현재는 경덕왕릉보존회가 향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조문국 박물관고분군에서 멀지 않은 금성면 초전리에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이 있다. 옛 조문초등 자리에 2013년에 지은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다. 박물관 초입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국보 77호인 탑리 5층 석탑의 실물 모형으로 조문국 시대 천기를 점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로 그 석탑이다. 석탑 속에는 현재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품 250여 점과 의성군지 등이 타임캡슐에 담겨 있다. 개봉은 500년 뒤다. 주변에는 모형석실고분과 민속유물전시관·미로정원·공룡정원·고인돌정원·공룡놀이터·거울연못·야외공연장 등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는 상설전시실·기획전시실·열린수장고·의성상상놀이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그동안 전국에 흩어져 있던 조문국 관련 유물과 의성지역에서 출토되었던 유물들이 모여 있다. 박물관은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옥상 정원에 오르면 철의 성벽처럼 솟은 금성산과 그 아래에 펼쳐진 고분군이 한눈에 조망된다. '천 년 전 조문국이 빈터만 처량하다/ 번화했던 그 모습 다시 볼 수 없고/ 거친 풀 들꽃만이 향기롭구나/ 다닥다닥한 옛 무덤엔/ 민둥민둥 백양 한 그루 없도다/ 둔덕 위에 밭 가는 농부는/ 아직도 경덕왕을 이야기하고 있네.' 허목의 시는 당시 이곳의 모습을 그림처럼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옛 무덤의 영속화된 영화와 더 오래된 산의 영구한 힘을 바라본다. 그리고 여전히 조문국 경덕왕을 이야기한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의성군지. 의성문화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이상현, 의성 조문국 향사의 전통창출과 지역정체성 형성, 안동대, 2004.고대시대 경북 의성지역에서 강력한 국가를 형성했던 것으로 보이는 조문국의 고분군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옛 무덤들 사이 완만한 비탈에 작약 꽃밭이 넓게 펼쳐져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연중기획 - 바다를 향하여.2] '해양 쓰레기의 반격’... "깨끗한 연안 환경 만들자" 경북도 해양쓰레기 관련 예산 올해 28억 투입
내일(6월 8일)은 세계 해양의 날이다. 지구 표면적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유엔이 2008년 공식 채택했다. 바다는 생명의 기원이자, 인류의 삶을 지탱하는 지구 최대 보물창고다. 미래 인류의 식량·자원 문제 해결과 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바다는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해주고, 미래를 제시하는 존재다. 이처럼 중요한 바다가 화학 쓰레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생명의 힘을 위협받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특히 심각하다.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인간이 섭취하는 지경까지 왔다.◆바다 유입되는 쓰레기… 연 14만여 t해양쓰레기는 육지의 쓰레기와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면서 생긴 모든 부산물이 바다로 떠내려가면, 그것이 곧 해양쓰레기, 해양폐기물이 된 다.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형물로 정의되는 해양쓰레기는 재질, 종류, 용도를 불문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됐던, 혹은 사람이 바다에서 사용하다 버렸던 모든 물건·도구·구조물은 해양폐기물이 될 수 있다. 육지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해양쓰레기의 분해 시간을 보면 심각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스티로폼 부표 80년, 플라스틱 100년, 알루미늄 캔 500년, 스티로폼 500년, 낚싯줄 600년 이상 걸린다. 해양쓰레기는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한참 못 미친다. 바다에는 매년 끝없이 쓰레기가 쌓여간다. 해양환경정보포털이 조사한 2020년 전국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4만 5천258 t인 것으로 추정됐다. 처리된 쓰레기는 85% 정도인 12만 2천775 t이다. 발생 원인은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집중호우로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가 67%, 어업과 낚시 행위 등으로 발생한 쓰레기가 33%다. 전체 발생량은 추정치일 뿐, 사실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바다에 쌓이고 있다. 바다는 5대양으로 전 지구를 관통한다. 해양쓰레기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다.◆조개류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국내에서는 매년 10여만 t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중 플라스틱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양환경공단이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에 의뢰한 '2020 국가 해안쓰레기 일제·모니터링 조사 용역 최종결과'에 따르면 2018~2020년 12월 전국 40개 연안에서 수거된 쓰레기 중 83%가 플라스틱(스티로폼 포함)인 것으로 조사됐다. 플라스틱 다음으로 유리 6.2%, 금속 3.7%, 목재 2.7%, 기타재질 1.6%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측은 "유입된 쓰레기가 해양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2008년 이후부터 우리나라 해양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이 변함없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바다를 통해 해류와 바람, 조류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가볍고 부력이 좋은 플라스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가 2017년 서울·부산·광주 시장에서 산 굴과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조개류 4종을 분석한 결과 1g당 0.07~0.34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한국인 식습관 통계 지표에 따른 연구 결과 한국인은 조개류 4종을 통해 1인당 연간 미세 플라스틱(미세화된 크기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 212개를 먹는다고 추정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해성 문제는 해양 생태를 넘어 식품 안전이나 사람의 건강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올해도 바다 쓰레기 해(海) 치우자경북도는 깨끗한 연안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한 '해양쓰레기 수거·정화사업'에 8억5천만 원, 해양쓰레기 투기 감시·수거를 위한 '바다환경지킴이 사업'에 19억5천만 원 등 총 28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21억 5천만 원보다 30% 이상 예산이 증액됐다. 해양쓰레기의 즉시 수거와 적정 보관을 위한 집하장 시설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0년부터 영덕군 강구항·축산항, 울릉군 사동항에 소규모 집하장이 설치됐으며, 올해 경주시와 영덕군, 울릉군 소규모 어항에 집하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양쓰레기는 국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특정 구간의 해변을 기업이나 민간단체에 지정하고 마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돌보도록 하는 반려 해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려 해변 제도는 역량 있는 지역 코디네이터(NGO)를 선정하고, 코디네이터와 함께 지역의 기업과 민간단체가 특정 지역의 해변을 지정해 관리하고 가꾸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전국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며, 올해는 경북지역 연안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성학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해양쓰레기는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보니, 정부가 주도하는 사후수거 방식만으로는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존의 해양쓰레기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와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새로운 해양쓰레기 관리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경북 연안 수중에 버려진 폐어구.경북도 해안가에 버져 있는 목재와 스티로폼 부표 등 각종 쓰레기들.
2022.06.06
13년째 영일만서 독도까지 수중 쓰레기 청소하는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
해양 생태환경 정화와 보존을 위해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바닷속 쓰레기를 청소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수중 봉사활동단체인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이다. 포스코 직원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2009년 11월 창단해 1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이상길 단장을 중심으로 230여 명의 단원은 주 1회 수중정화를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폐어구와 생활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은 물론 어민 경제를 위협하는 불가사리 등 유해생물도 수거한다. 클린오션봉사단이 활동하는 해역은 포항 영일만에서부터 울릉도·독도까지 광범위하다. 스쿠버 전문 자격증을 가진 단원들이 지난해까지 봉사한 횟수는 총 432회이며 누적 참여인원은 1만6천298명, 오물수거량은 976t에 달한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의 '국민추천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단체 창립 때부터 활동해 오고 있는 이상길 단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함께 포항제철소 인근 영일만을 살리자는 취지로 클린오션봉사단이 창립됐다"며 "10년 이상 매주 봉사활동에 참여한 단원들의 노력이 대통령 표창으로 이어진 것 같아 매우 기뻤다.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쓰레기 수거뿐 아니라 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단장은 "10년 전에는 어민들로부터 수상한 사람들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지역 어촌계가 전복 종패 방류와 미역 채취 등을 위해 봉사단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단장은 세계 해양의 날(6월8일)과 관련해 "바다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용한 물건을 잘 버리는 것이 바다를 지키는 최선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해양쓰레기가 넘쳐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매주 한 차례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바닷속에서 수중 쓰레기를 청소하는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의 이상길 단장.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공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고학으로 본 원삼국·삼국시대의 대구
원삼국시대는 한국고고학에서 사용되는 시대구분 명칭으로 초기철기시대에 뒤이은 시기를 말하는데 삼국시대의 원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한반도의 북쪽에는 고구려가 국가 단계로 성장하고 있었고 남쪽에는 백제와 신라, 가야의 모태인 삼한이 있던 때다. 또한 평양 일대에는 낙랑군이 세워져 중국 문화가 한반도로 들어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원삼국시대를 삼국시대 전기로 대신해 부르자는 견해도 있다. 왜나하면 이 용어는 1~3세기를 역사시대로 보아야 한다는 점, 원삼국이라는 개념이 고구려, 백제, 신라를 포함하고 있으나 실제는 고구려를 제외한 지역의 문화를 취급하고 있다는 점, 원삼국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내용이 학자 간에 달라 그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청동기 소멸·철기 발달 시기각각 토성 보유한 집단세력통합 후 대구지역 소국 성립하나의 국읍·몇 개의 읍락 구성신라시대 대구의 군현과 같아원삼국시대는 종래 고고학에서 김해시대 또는 웅천기 등으로 불려왔고, 역사학에서의 삼한시대, 부족국가시대, 성읍국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실제 연대는 기원전 100여 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고학의 편년은 새로운 자료의 출현과 해석, 그리고 과학의 발달에 따라 보다 정밀하게 설정될 수 있는 만큼 원삼국시대라는 용어와 그 시기를 못 박아 둘 필요는 없으며 연구지역 또는 연구대상이 겪은 사회·문화변동에 따라 그 시기 설정을 탄력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삼국시대의 문화적 특징은 청동기의 소멸과 철기의 발달 및 보급, 철제 농구와 소에 의한 농사의 발전, 그리고 저화도의 무문토기가 아니라 높은 온도의 단단한 회색 김해식 토기의 생산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변화는 낙랑군을 통한 중국 한(漢)문화의 자극에 의한 것이며, 특히 낙동강 유역은 철을 생산해 낙랑과 일본 등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대의 유적으로는 집자리, 조개무지, 가마 등 생활유적이 있고, 무덤에는 나무널무덤(木棺墓)과 나무덧널무덤(木槨墓), 돌덧널무덤(石槨墓), 독널무덤(甕棺墓) 등이 있다. 유물에는 김해식 토기, 철기, 골각기, 장신구 등이 있다. 이러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기원전 100년 무렵부터 여러 개의 소국이 등장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3세기 후반대의 사정을 전하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한반도 남부에 마한, 진한, 변한이 존재하는데 마한은 54개의 소국으로, 진한과 변한은 각각 12개의 소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당시 대구지역에도 진한의 한 소국이 성립되었을 것이 틀림없다.기원전 1세기경 대구지역의 고고학적 현상을 살피면 청동기와 철기의 부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예컨대 세형동검을 비롯한 각종 청동기와 철기가 신천동, 평리동, 만촌동, 지산동 등지에서 출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물상의 변화는 기원전 1세기 무렵 대구지역에 지석묘 축조 단계와는 차이가 있는 유력자가 출현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 유력자가 이끄는 단위집단을 중심으로 보다 진전된 형태의 정치세력이 형성되고 있었음을 말한다. 이러한 정치적 유력자가 중심이 된 단위 정치세력들이 통합되면서 대구지역에도 소국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의 대구 모습은 지역에 남아있는 고분군과 토성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즉 대구지역에는 달성동의 달성토성(현재의 달성공원), 봉덕동의 용두토성, 금호강변 복현동의 검단토성, 봉무동의 봉무토성 등이 남아있다. 이들은 인접한 지역의 고분군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시 말해 달성토성은 달성고분군과, 용두토성은 대명동고분군과, 봉무토성은 봉무동고분군과 인접해 있다. 이는 고분군에 묻힌 피장자들이 각각 토성을 보유한 세력 집단이었으며 이들이 통합되어 대구지역에 소국이 성립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기 대구지역의 사회 내부구조는 어떠하였을까? 삼한소국의 구조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하나의 소국은 원래 몇 개의 읍락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읍락 연맹이었으며, 읍락 가운데 가장 우세한 읍락이 국읍으로서 소국의 중심지적 위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참조해서 보면 대구지역의 소국 역시 하나의 국읍과 몇 개의 읍락으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후일 신라가 대구지역에 설치했던 군현의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신라왕조는 복속한 소국을 군으로, 예하의 읍락은 성촌으로 체제를 조직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구지역의 고고학적 연구 성과와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대구에서 확인된 고고학 유적의 분포를 살펴보면 대구지역의 대구현은 본래 달구화현으로 달성토성과 달성고분군으로, 팔리현은 본래 팔거리현으로 팔거산성과 구암동고분군으로, 하빈현은 본래 다사지현으로 죽곡리산성과 죽곡리고분군, 문양리·문산리고분군 등으로, 화원현은 본래 설화현으로 설화와 화원 성산동고분군, 화원토성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들 중 규모나 수량 부장품의 내용 등에서 중심 집단은 달성고분군을 축조한 세력 즉 비산동·내당동 일대에 거주했던 세력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세력을 중심으로 팔거리, 다사지, 설화 등을 그 소속 집단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대구 달성유적과 달성고분군 일대. 원삼국시대 영남지역 출토 청동거울.원삼국시대 영남지역 출토 각종 철기.원삼국시대 영남지역 출토 무기와 마구.원삼국시대 영남지역 출토 토기.
2022.06.03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8) 대구의 허파 달성습지, 520여종 생물 서식…신이 내린 생명의 땅
금호강이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두 강이 만나 유속이 줄고 물길이 바뀌면서 섬이 하나 생겨난다. 강물과 함께 떠내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다. 강은 하중도를 양 갈래로 돌아나가며 또다시 천(川)을 품는다. 강과 강이 하나가 되고 강과 천이 만나는 곳. 그 사이 공간에는 신의 은총이 내려진 땅, 습지가 자리한다. 마르지 않는 물과 비옥한 토양을 갖춘 습지는 수많은 생물의 터전이다.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과 멸종위기종도 습지에서 서식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습지는 생물의 다양성 유지는 물론 수질 정화, 홍수 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등 자연 생태계 복원의 기능도 맡고 있다. '달성 12경, 색다른 매력에 빠지다' 시리즈 8편에선 대구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달성습지를 소개한다.총면적 약 2㎢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수달·삵·모감주나무 등 동식물 천국보전가치 커 국제자연보호연맹 등록1㎞ 낙동강 생태탐방로 풍광 빼어나생태학습관·대명유수지도 필수코스◆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230종 생물의 터전대구의 수변 공간 중 자연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달성습지다. 낙동강과 금호강·진천천·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 일대에 형성된 달성습지는 총면적이 약 2㎢에 이른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주변에 충적저지(沖積低地·흐르는 물에 의해 토사가 운반돼 쌓인 저지대)와 범람원(氾濫原·하천의 범람으로 하천 양쪽에 물질이 퇴적돼 형성된 평탄한 지형)이 발달해 있다. 희귀식물인 모감주나무, 쥐방울덩굴,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을 비롯해 약 520종의 생물이 산다. 최근 조사에선 수달, 삵, 참매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인 박새, 쇠백로, 중대백로, 청둥오리, 큰부리까마귀, 무당거미도 관찰됐다. 여름에는 황로, 왜가리 등이 겨울에는 고니, 홍머리오리, 청둥오리가 찾아든다. 특히 달성습지는 인근 대명유수지와 함께 맹꽁이(환경부 2급 보호 동물) 서식지로도 유명하다.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제228호)와 재두루미(제203호)가 겨울을 나던 곳이었으나 점차 철새도래지로서 기능이 약화했다. 성서산업단지 조성, 하천 정비사업 등 습지 주변의 지형적 변화와 함께 모래톱이 사라지면서다. 이에 대구시는 생태복원사업을 추진, 2007년 이곳을 습지 및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크다.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돼 있으며, 서식하는 동식물의 개체 수도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우포늪은 람사르(Ramsar) 등록 습지로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달성습지는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이 다양한 식물과 어우러져 특유의 생명력을 뽐낸다. 또 봄에는 갓꽃, 여름에는 기생초, 가을에는 억새와 갈대가 습지 주변을 가득 메워 계절별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물 위를 걸으며 풍광 즐기는 생태탐방로달성습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려면 사문진부터 대명유수지까지 둘러봐야 한다. 데크길과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 대명유수지에서 출발해 사문진으로 향해도 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문진 피아노광장으로 향한다. '낙동강 생태탐방로'의 출발지다. 생태탐방로는 피아노광장~중앙광장~사장교~황톳길~달성습지생태학습관으로 이어진다. 거리는 1㎞ 정도다. 화원동산의 북쪽 벼랑을 따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데크길이 강물 위에 떠 있어 한결 시원한 데다 탁 트인 개방감에 '힐링'이 절로 된다.탐방로 오른편 벼랑에 발달한 하식애와 바위에 뿌리내린 수목들이 눈길을 끈다. 수천 년에 걸쳐 강이 곡류하며 깎아 놓은 작품을 아주 가까이서 접하는 특혜를 누린다. 탐방로가 생기면서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 있던 화원동산의 속살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희귀수종인 모감주나무와 회양목 군락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두 나무의 생김새를 미리 알아보고 오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된다. 운이 좋으면 올빼미와 수달도 만날 수 있다. 사장교를 지나 황톳길로 가는 도중 잉어 한 마리가 나타나 재롱을 부린다. 연신 입을 뻐끔거리며 먹을거리를 찾는 모습이 정겹다. 생태탐방로에는 쉼터와 포토존, 전망대는 물론 삵·흑두루미·황조롱이·말똥가리 등 일대에 서식하는 동물에 대한 설명판도 마련해 놨다. 걷는 내내 강과 습지,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달성습지에 어떤 생명이 살고 있을까어느덧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모던한 형태의 건물이다. 생태학습관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이다. 2019년 문을 연 생태학습관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의 필수 탐방 코스로 떠올랐다. 습지 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 아이들 교육에 활용도가 높다. 실제 2·3층 전시실에는 습지의 형성 과정과 기능,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 종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물 속·모래톱·숲의 생명에 대해 알아보고 맹꽁이, 두꺼비,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울음소리의 차이도 들어본다. 생태학습관은 전시실 외에도 시청각실과 낙동강이야기실, 365오픈스튜디오 등을 갖춰 달성군과 낙동강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3층 기획전시실에는 '세상의 모든 펭귄'전이 진행 중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펭귄의 모습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획전이다. 전시실에서 나오자마자 3층 전면 창문에 시선이 꽂힌다.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드러나는데 마치 습지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낸 듯하다. 발걸음이 바빠진다. 지체 없이 전망대가 있는 옥상으로 향한다. 푸른 하늘과 맞닿아있는 녹색의 습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중도 넘어 디아크가 손톱만 하고, 강정고령보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서편에는 고령군 다산면, 동편으로는 성서산업단지가 펼쳐진다. 습지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망원경도 준비돼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가을이면 물억새꽃이 일렁이는 대명유수지생태학습관을 나와 대명유수지로 향한다. 진천천이 만들어낸 풍경도 꽤 운치 있다. 화원동산의 벼랑과 흡사한 모습이다. 휘파람 같은 새소리가 귓가를 맴돌자 발걸음이 더욱더 가벼워진다. 진천천을 건너면 달성습지 생태체험장이 자리한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작은 연못이 있고, 흑삼릉·물여뀌·자라풀·노랑어리연 등 수생식물에 대한 정보도 빼놓지 않고 적어놨다. 한쪽에는 작은 놀이터와 음수대도 자리한다.다목적 광장과 객석도 새로 만들어놨다. 대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작은 음악회 공연을 상상해 본다. 광장 뒤편에는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체력을 회복한 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달성습지 내부로 들어가는 길과 제방 너머 대명유수지의 맹꽁이생태학습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제방에 올라서면 대명유수지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대명유수지는 성서산단의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다. 물억새 군락지로 유명하고,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로 알려져 있다. 매년 가을이면 만발한 물억새밭 사이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어 나들이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둑과 성서산단 사이의 폭 150곒, 길이 800곒 공간에 수천만개의 물억새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가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났다. 물억새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조용히 걸어본다. 물억새밭 풍경이 너무나 평온하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자문=송은석 대구문화관광해설사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대구 달성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달성습지 전경. 습지의 모양이 아메리카 대륙을 닮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약 52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달성습지는 생태학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다.사문진부터 달성습지생태학습관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생태탐방로'는 수상 데크길이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걷기 좋다.흑두루미가 날개를 접은 모습을 형상화한 달성습지생태학습관. 건물 앞에는 마스코트인 (두)루미와 (맹)꽁이 조형물이 서 있다.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인 대명유수지 맹꽁이생태공원은 물억새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2022.06.02
[연중기획-바다를 향하여 .1] 동해안이 TK 미래... "568㎞ 경북 동해안을 해양문화·관광·비즈니스 벨트로"
울릉도·독도를 품고 있는 경북 동해안은 풍부한 해양 생태자원과 수려한 해양경관을 자랑한다. 500㎞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지역별 독특한 해양 문화도 발전해왔다. 동해는 2028년 개항 예정인 통합신공항과 함께 대구경북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길이다. 깊이와 넓이만큼 무한한 가치도 품고 있다. 분지인 대구가 '해양도시'도 될 수 있는 까닭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동해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이 동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해의 풍부한 생태계는 단순한 어장(漁場)이 아닌 녹색 성장과 치유 관광의 기능을 가진다. 복원된 해양 생태계는 탄소 흡수 등 기후 변화 대응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해양 바이오 자원은 관광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 산재해 있는 해양 문화의 집적은 동해를 넘어 지역민이 대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영남일보는 '바다의 날'(5월31일)을 맞아 연중 기획 '바다를 향하여'를 1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투 포트(Two-Port)' 시대를 앞둔 대구경북의 미래는 '동해'에 있다.울진·영덕·포항·경주 해안선천혜 자원과 바이오산업 접목경북도, 해양정원 등 추진계획지역 어촌 해녀 문화 전승하고울진·울릉 돌미역 어업도 보존스토리텔링·명소화 사업까지◆동해, 생태·치유 명소로경북 동해안은 울진~영덕~포항~경주 등 4개 시·군에 걸쳐 568㎞의 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217㎞(포항 기준) 떨어져 있는 울릉까지 포함한다. 같은 동해 연안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들 시·군은 환경에 따라 생태·문화·자원 등에서 각기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각 시·군의 특색과 동해의 자원을 접목할 수 있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경북도는 동해 연안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는 구상으로 △포항 호미반도 일대 국가해양정원 △영덕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 △울진 해양치유센터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역사도시인 경주와 생태섬인 울릉도를 연계, 경북 동해를 첨단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해양문화 관광 비즈니스 벨트'로 조성한다는 것이다.뛰어난 문화·유산 등 관광자원이 구축된 경주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울릉과 달리 포항·영덕·울진 등 3개 시·군의 연안 개발 계획은 동해를 '생태 바다'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항 호미반도(호미곶) 일대 국가 해양정원 추진 계획은 해당 지역 해양 생태계를 보전·활용할 수 있도록 해양 생태 공간으로 조성된다. 오는 8월 예비타당성 신청을 앞두고 도는 이를 동해안 횡단대교와 함께 국내 대표 해양 산림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수립했다.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는 지난해 영덕 건립이 확정됐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해양 생물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는 종(種) 복원 사업과 함께 해양생물 증식·구조·치료·서식지 복원 등의 기능을 전담한다. 센터가 2025년 문을 열면 경북은 영양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와 함께 국가 생태 복원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해조류 바이오 활성소재 인증, 해양바이오 인큐베이터 등 바이오 산업이 떠오르고 있는 서·남해와는 달리 경북 환동해권은 아직 관련 산업 육성이 더디다. 이 때문에 도는 앞으로 후포 마리나 항만 등 연계 관광자원이 풍부한 울진을 해양 치유 힐링 관광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 이곳엔 해양 머드(mud) 등을 연구하는 치유 소재 R&D 연구센터 등 해양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미래를 위한 해양 생태계 보전동해는 해양 생물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울릉도(독도) 해역의 경우 동해안 최초로 해양보호 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수중 경관도 뛰어나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의 여파로 현재는 한반도 해역 중 최고 수준의 아열대화 해역이 돼 앞으로 해양 생물 자원 보전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경북도 등에 따르면 울릉도 해역에서는 점박이물범, 물개, 바다사자(강치), 큰바다사자, 점해마, 유착나무돌산호, 해송, 긴가지해송 등 10종 이상의 해양 보호 생물이 보고됐다. 체계적 조사를 통해 울릉도 해역의 생태계를 확인하고 종 복원 등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독도 전용 조사선인 독도누리호가 취항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독도누리호는 독도 해역 연구에 최적화됐다. 41t 규모에 최대속도 27노트(시속 약 50㎞)로 고성능 산소 충전기와 다이빙 사다리 등 다이빙 지원 장치·정밀 수심측정기 등 주요 연구 장비를 탑재했다. 울릉도·독도 육상 연구뿐 아니라 인근 해역 쓰레기 수거, 해양포유류 관찰 등도 가능하다.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동해안 연안의 해조류 자원은 탄소 흡수 잠재력이 높아 저탄소 녹색성장 등 탄소중립 2050 실현 등에 안성맞춤이다. 맹그로브·염습지·해초류 등 연안에 서식하는 해양 생태계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퇴적층(무산소 상태의 심해)에 장기간 저장한다. 육상 생태계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50배 이상 높다. 이미 호주 등에선 연안 해조류 군집이 블루 카본(Blue Carbon) 자원으로서 잠재력이 높다는 학술적 근거도 제시된 상태다. 중국은 양식 해조류 생산량을 블루 카본 자원으로 간주해 국가 온실가스 저감 목표량에 포함시키고 있다.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해조류가 블루 카본 흡수원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내 연안의 해조류 식생 암반 면적은 100㎢ 이상이다. 앞으로 도는 동해안 블루 카본 활용을 국책사업화하고, 국제 인증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동해안 해녀를 아시나요인문 자원 집적화를 통한 스토리텔링·명소화 사업 등도 추진된다. 대표적인 것이 동해안 돌미역이다. 동해 연안 5개 시·군 152개 어촌계에서는 대대로 미역 짬(바위)을 주요 소득기반으로 삼아왔다. 이들은 미역을 매개로 짬고사, 기세작업(짬매기) 등 공동체 의식을 전승해 오면서 공동 생산·분배 등 경북 어촌만의 특유 문화를 만들어 왔다.국내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미역 53% 정도가 경북 동해안에서 생산된다. 해조류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미역은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소울푸드' 역할을 담당했기에 인문학적 보존 가치 또한 매우 높다. 최근에는 헬스케어·에코테크 등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도는 앞으로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보전하고 이를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대책도 수립할 방침이다.해녀 문화 전승에도 나선다. 전통적으로 어촌에서 가계를 책임진 해녀의 삶은 보존 가치가 높다. 해녀 문화에는 어촌의 공동체 기반 사회적 경제 모델을 비롯해 전문직 여성의 가치 실현이 담겨 있다. 수경 등 간단한 도구만 활용, 바닷속에서 자맥질을 통해 해산물을 채취해 온 해녀들은 동해안 어촌을 중심으로 독특한 해양문화를 형성했다. 동해안 연안 5개 시·군에는 포항 1천129명, 경주 191명, 영덕 189명, 울진 66명, 울릉 10명 등 해녀 1천585명이 등록돼 전국에서 제주에 이어 둘째로 많다.동해안 연안의 해녀 문화는 풍부한 해안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경북 동해안 어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문화적 가치 또한 높아 해양 문화 콘텐츠 개발 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는 지난 27일 바다의 날을 기념해 역대 최초로 해녀 5명을 선정해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본격적으로 해녀 문화 보존에 나서고 있다.경북도 관계자는 "경북 동해는 해양 보호 생물인 게바다말, 새우말 주서식처로 생태학적 가치가 높고 해조류 자원을 통해 탄소 중립 실현 등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동해가 앞으로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해양 환경 자원을 활용하는 사업 등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대구경북 투 포트 시대를 앞두고 경북 동해안이 생태바다, 치유관광지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동해 상공에서 바라본 울릉도와 포항·울진·영덕 등에 추진 중인 각종 해양시설 조감도. 〈경북도 제공〉
2022.05.31
"동해안이 TK 미래"…생태바다·치유관광 새 물결 온다
대구경북 '투 포트(Two-Port·공항과 항만) 시대'를 앞두고 경북 동해안이 ‘생태 바다, 치유 관광지’로 우리 품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뿐 아니라 울릉공항 등 하늘길이 잇따라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물동량이 꾸준하게 늘고 있는 포항 영일만항은 국제 크루즈터미널 항로 취항으로 그 역할을 확장한다. 철길도 뚫린다. 동해남부선(포항~부산)과 동해중부선(포항~강원도 삼척, 2023년 개통 예정)은 바야흐로 ‘동해안 시대’를 부른다.경북도는 동해안 5개 시·군을 각각의 테마를 간직한 '생태 바다'로 지역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생물 다양성 회복에 기여하는 생태관광, 바다를 활용한 치유힐링 산업에 주목한다.산재해 있는 각종 해양 관련 유산을 집적화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2021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보전하고, 서·남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동해의 해녀(海女) 문화도 전승해 나간다. 동해 연안 5개 시·군의 어촌에는 지난 27일 경북도가 최고령 해녀로 선정한 이복남(85·영덕) 해녀를 비롯해 1천500여 명의 해녀가 있다.동해가 '생태 바다'로 복원되면 탄소 흡수의 획기적 자원이 된다. 경북의 동해안은 500㎞가 넘는 해안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 연안 해조류 자원은 연간 1만5천t 이상의 탄소 흡수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생태계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 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다. 아직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 해양 생태계 복원과 함께 탄소 흡수원 인증을 위한 연구개발도 미래의 과제다. 동해가 보고(寶庫)인 이유다. 김남일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공항·항만 투 포트 시대에 대구를 중심으로 한 내륙과 동해를 연계하고, 첨단산업과 해양생태, 해양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구축한다면 새로운 바다시대, 동해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대구경북 투 포트 시대를 앞두고 경북 동해안이 생태바다, 치유관광지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포항 호미곶 해안. 경북도 제공
이희진 영덕군수 `민자유치로 일자리, 경제효과 엄청날 것`
이희진 영덕군수는 민자 유치의 실질적인 목적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군민의 정주 만족도 향상에 두고 있었다. '민자유치→지역경제 활성화→정주 만족도 향상→인구 유입'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민자유치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민간업체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유지하며 정밀하게 설계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존의 산업지형과 MOU 체결로 진행되는 사업이 행정의 연속성 아래 계획된 대로 전개돼야만 업체는 부가가치를 얻고 지역은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덕군은 지난 4년간 5천여억 원의 민자를 유치했다. 이 군수는 이에 대해 "교통망 확충을 통한 접근성, '영덕대게'로 대표되는 경쟁력 있는 특산물, 지역 브랜드 '맑은 공기 특별시'로 높아진 인지도 등이 유기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관광 중심지로서의 투자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MOU 사업을 통해 5천500억 원의 민간투자를 확보했고, 이는 700개 이상의 질 좋은 일자리와 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민간투자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이희진 영덕군수가 지난 4년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일궈낸 민자유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05.29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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