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10·끝> 청도 운문면 정상리 '구룡마을'

  • 정지윤,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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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3 08:02  |  수정 2023-12-08 15:25  |  발행일 2023-11-23 제14면
해발 500m 하늘 아래 첫 동네…1815년 천주교박해 피난 '교우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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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에 위치한 '구룡마을'에서 내려다 본 풍경. <인터넷뉴스부>
경북도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순수 자연을 간직한 마을이다. 마을은 경산과 영천, 청도의 경계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구룡마을에 가기 위해선 청도 운문면 구룡산 쪽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해발 500m가 넘는 산 정상에 위치한 마을은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겨울에는 대구 수성구보다 4℃ 정도 기온이 낮다고 한다. 지난 17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마을을 찾자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가라" "마을에 찾아줘서 고맙다" 등 외지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은 잘 안되지만 삶 만족도 '최상'
남쪽으로는 '영남 알프스'가 한눈에 쫙
경북 동·남부 일원 신앙 선조 마을로
'구룡공소' 2018년 신앙유적지 선포돼


◆하늘 아래 첫 동네

구룡마을은 '하늘 아래 첫 동네'다. 정상리에 속한 마을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마을에 들어서면 하늘과 자연 풍광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설화에 따르면 마을에 샘이 9곳이 있었는데, 9마리 용이 한 우물에 한 마리씩 살았다고 한다. 이 9마리의 용들이 산에 승천했다고 해 구룡마을이라고 불린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10여 가구만 살고 있다. 인터넷도 잘 안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마을 만족도는 '최상'이다. 주민 김영선(여·60)씨는 "아침에는 새가 울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끼고 살아 행복하다"면서 "경제적으로 풍부하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행복 지수만큼은 높은 곳이라 생각한다"라고 자랑했다.

구룡마을의 자랑은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룡산 자락에서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1급 청정지역에도 해당한다. 또 마을에서 남쪽으로 내다보면 '영남 알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왼쪽에는 신불산, 오른쪽에는 가지산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이천호(63) 정상리 이장은 "구룡마을은 시골 마을 중에서도 가장 깨끗한 마을"이라면서 "주민들도 청정 자연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다. 자연천 복원 사업 등 자연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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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의 옛 모습. <인터넷뉴스부>
◆천주교로 형성된 마을

구룡마을은 '천주교 성지'로도 유명하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사건으로 마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1815년 을해박해 때 경북 영천과 경주 지역으로 피난한 신자들이 더 깊은 산속을 찾아서 모인 곳이 구룡마을이다. 새로운 교우촌을 이뤄 자급자족의 신앙공동체를 형성했다. 이후 경북 경산, 영천 등 인근 지역으로 종교를 전파했다. 주민 전화수(70)씨는 "구룡마을은 경북 동·남부 일원의 신앙 선조"라면서 "전국 각지 많은 신자가 순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자원은 '구룡공소'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용성 성당 소속이다. 현재 신자는 10명 정도 있다고 한다. 구룡공소의 특징은 천주교 박해로 인한 '순교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배교자가 나오지 않았고 인근 주민들과의 관계도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룡공소는 2018년 11월17일 조환길 대주교가 축복미사와 함께 신앙유적지로 선포했다.

구룡마을은 순례객들의 방문으로 도로 확장을 추진 중이다.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도로는 1차로여서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설명회를 마치고 집행 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장은 "구룡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상당히 좁아서 방문객들 접근이 어렵다"면서 "도로가 확장되면 외지인들이 마을에 방문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한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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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공소는 2018년 11월17일 조환길 대주교가 신앙유적지로 선포했다. <인터넷뉴스부>

◆'자연생태유산형' 박물관

구룡마을은 '자연생태유산형' 박물관 콘셉트가 적절하다.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로 천혜의 자연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구룡산, 고랭지 채소 및 약초를 '자연생태문화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도시문화와 완전히 결별한 삶 체험 마을'로도 개발할 수 있다. 인터넷 등이 잘되지 않아 문명과 결별한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콘셉트와 구룡공소 등 역사문화자원과 연결하면 마을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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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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