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5] 주왕산관광단지 민예촌과 도예촌 그리고 솔빛정원

  • 류혜숙 작가,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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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2 07:53  |  수정 2023-12-12 11:13  |  발행일 2023-11-22 제16면
다양한 한옥 체험하고 단아한 백자 감상하고…청송의 멋과 미 한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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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관광단지에 위치한 청송한옥 민예촌은 지역의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대감·영감·정승·훈장댁, 주막 등 다양한 형태의 전통 가옥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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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외에도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어 청송백자도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주왕산 가는 길,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 크고 작은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고즈넉한 운치로 펼쳐져 있다. 당장에 창문 앞에서 어른거리는 달빛을 떠올린다.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가만가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소복소복 쌓이는 눈과 대청마루를 어루만지는 바람도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저 집은 송소고택의 안주인이 살던 집이다. 옛날 의병이었던 선비의 정자도 보이고 농부의 집과 도공의 움막도 있다. 커다란 기와집은 청송을 대표하는 백자와 꽃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또 저 큰 기와집은 심수관가의 놀라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토담 길이 집과 집을 잇고, 산자락을 따라 정원과 산책로가 이어지고, 고개를 들면 주왕산이 멀리 보인다. 이곳은 주왕산 관광단지다. 옛집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민예촌이 있고, 작품을 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도예촌이 있고,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솔빛정원이 한 곳에 있다. 봄날이면 붉은 개양귀비가 하늘거리는 곳, 가을날이면 색색의 코스모스가 넘치는 곳, 그곳 맞다.

◆ 청송한옥 민예촌

청송에는 수백 년을 내려온 아름다운 고택이 많다. 한옥의 멋을 놓치지 않으면서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등 현대적인 시설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주왕산관광단지 안에 자리한 청송한옥 민예촌이다. 청송에 산재한 고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8개 동 28여 개의 방에서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다. 디딜방아가 있는 영감댁, 송소고택의 안채를 누려 볼 수 있는 정승댁, 누마루가 멋진 훈장댁, 외양간이 있는 교수댁, 도공의 집, 주막 등 저마다 개성이 우러난다. 방 안에는 머릿장, 반닫이 등 고가구를 배치해 예스러움을 더했다. 취사가 가능한 집도 있고 불가능한 방도 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대감댁은 송소고택이 있는 파천면 덕천마을의 가옥 중 초전댁을 재현한 것으로 상류층 양반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 들어가면 마당이 나오고, 사랑채 문을 통과하면 'ㅁ'자형 안마당에 이른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까지 방이 여러 개 있고 각 채마다 화장실이 있다. 안채 방과 방 사이에는 넓은 대청마루가 있어 요즘 같은 계절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별 보기 좋겠고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낮잠 자기 좋겠다. 부엌에는 부뚜막과 가마솥, 맷돌, 소반, 찬장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다. 영감댁은 'ㄱ'자형 건물로 안방과 사랑방, 자녀 방이 한 건물에 배치돼 있다. 마루로 연결돼 쉽게 오갈 수 있다. 영감댁의 특징은 디딜방아가 있다는 것. 쿵덕쿵덕 방아 찧는 흉내도 내 볼 만하다. 정승댁은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안채를 재현한 것으로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방이 대칭으로 배치됐다. 대청마루에는 문이 달려 방처럼 사용할 수도 있고, 문을 들어 올려 처마에 걸면 탁 트인 마루가 된다. 뒷문까지 열면 바람이 통해 여름철에 시원하게 머물기 좋다. 마당이 넓어 다양한 놀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훈장댁은 진보면에 있는 송만정(松巒亭)을 재현한 집이다. 너른 대청마루와 두 개의 누마루를 가진 정자는 보는 순간 탄성이 터진다. 참봉댁과 생원댁은 농민이나 서민의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집으로 방, 마루, 방, 부엌의 구조다. 교수댁은 청송읍 청운리에 있었던 고수성 가옥을 재현한 주택으로 전형적인 '□'자형 집이다. 그리고 별관이 있다. 청송백자를 빚는 도공들과 막일꾼들이 기거하던 집을 재현했는데 백자를 사러 온 상인들도 도공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집마다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있어 한 집 한 집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기와집인데, 생원댁과 주막 등은 이엉을 정성스레 올린 초가라 정감이 간다. 청송을 대표하는 작가 김주영의 '객주'에 나올 법한 마당 넓은 주막도 있다.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투호 같은 전통 놀이를 하거나, 책을 꺼내 들거나, 동네를 뛰어다닌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토담을 따라 걷는 골목길이 운치 있다.


송소고택 안채·덕천마을 초전댁 등
청송한옥 8개동 현대적 시설로 재현
심수관가 도예 작품·청송백자 전시
일반인 백자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
민예촌 뒷산 '솔빛정원' 주왕산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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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 주를 이루는 심수관도예전시관 내부 모습.

◆ 청송백자 도예촌

민예촌 옆에 자리한 도예촌에는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전통 가마, 도예 공방이 한데 모여 있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임진왜란 때 남원성에서 일본으로 잡혀가 사쓰마 도기로 명성을 얻은 심수관가의 역사와 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도자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보선향로', 아이가 접시를 양손으로 받들며 앉아 있는 '당자상', 연꽃과 나비가 난무하는 큰 접시, 부채 모양의 향합, 사슴의 털까지 표현되어 있는 '부부 단풍 사슴상' 등 인간의 손으로 빚은 섬세한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백자전시관은 조선 후기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 자기였던 청송백자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또한 20세기 초반의 유물과 청송백자 기능보유자인 고만경옹의 재현작품 총 42점이 전시되어있어 청송백자의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청송의 수석과 꽃돌을 전시해 좋은 박물관도 있다. 수석계의 선구자 청강 남정락 선생이 평생을 모아 기증한 수석과 청송 꽃돌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수석의 고요한 아름다움과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의 꽃돌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으로 사기움, 사기굴, 광산사무실과 주막까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이곳에서 백자 체험이 이루어진다. 일반인은 물론 작가들로부터 청송백자를 제작하는 과정을 배우거나 전수 받기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 청송백자전시관 주변에 별도로 지은 체험 시설이다. 청송백자도자체험은 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그늘에 말렸다가 가마에 구워 작품이 나오는 전 단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흙의 숨소리를 듣고 자연과 사람이 한 몸이 되는 체험이다. 특히 움집형태의 원형구조인 사기움은 원료의 분쇄에서 성형, 시유까지의 모든 공정을 완료할 수 있는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은 청송지역만의 독특한 구조로 옛 정송 사기장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청송의 문화유산이다. 주막은 등짐장수들이 청송백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하여 가마 앞에서 숙식을 하면서 기다리던 곳이다. 지금은 청송백자 거주 작가들의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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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솔빛정원은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 청송 솔빛정원

민예촌과 도예촌 뒷산은 청송 솔빛정원이다. 청송의 사계절과 선비정신, 도자문화예술 등 청송 고유의 세계가 깃들어있는 곳으로 청송마당, 예술의 뜰, 두메누리원, 향설원, 꽃마루원, 오월원 등 여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청송마당'은 정원의 시작을 알리는 만남의 장이다. 야외무대가 있는 '예술의 뜰'은 도자예술과 문화프로그램이 있는 정원이다. '예술의 뜰'에서 너른 언덕을 구불구불 오르면 '두메누리원'이다. 청송의 투박함과 자연성을 담은 정원으로 옆에는 작은 연못인 '물향기 마당'이 펼쳐진다. 이곳의 물이 너른 언덕 옆을 흘러 예술의 뜰로 간다. '향설원'은 청송의 너덜돌 등 자연소재와 다양한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꽃마루원'에는 온실이 있고 '소요의 뜰, 오월원'은 선비의 사색과 풍류를 상징한다. 서편 주차장 옆 청송마당을 기점으로 원점회귀해도 좋고, 민예촌 안내센터 쪽에서 오르거나 도예촌 사기굴 옆으로도 오를 수도 있다.

2021년에 조성되어 아직은 조금 휑한가 싶지만 눈 닿는 곳마다 소나무가 늠름하다. 따뜻한 계절에는 해당화와 인동초가 꽃을 피우고 망초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산책하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는 정자도 있고, 고요히 흔들릴 수 있는 그네벤치도 있고, 신나게 점령할 수 있는 원두막도 있다. '청송의진'의 진중일기인 '적원일기'를 소개한 비석도 있다. "오랑캐의 괴수가 감히 천지에 떨치니/ 의리는 해와 달처럼 밝네." 대장 심성지의 시를 읊으면 솔빛정원에 내려앉은 초승달이 뜨겁게 느껴진다. 주왕산관광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주왕산도 조망된다. 민예촌의 어느 방에서 잠든 이른 아침,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어 당신을 깨운다면 곧장 일어나 솔빛정원에 오르는 게 좋겠다. 그러면 저 멀리 운무에 싸인 주왕산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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