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특구 추진…철도교통 도시서 철도산업 도시로 변신 시도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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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8 07:33  |  수정 2023-11-28 08:43  |  발행일 2023-11-28 제9면
['부활하는 김천' 상공업 발전사] 〈2〉 철도교통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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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 시발역으로 활용될 김천역사 신축 조감도. 현재 선상 역사로 건립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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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이 경북의 철도 중심도시에서 전국적인 철도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김천의 철도망은 기존 경부선과 경부고속선(KTX)을 축으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와 중부내륙철도 김천~문경 구간, 대구권 광역철도 2단계(김천~구미) 사업이 확정되는 등 대폭 확충되고 있다. 여기에다 동서횡단철도(김천~전주), 대구경북신공항철도(김천~신공항~의성)가 추진되는 등 전국을 아우르는 철도교통 중심지의 기능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맞춰 김천역사 신축을 서두르고 철도 특구를 추진하는 등 철도산업에 기반한 지역발전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다.

◆남·중부내륙철도 개설에 최선

김천을 시발역으로 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을 거쳐 거제에 이르는 남부내륙철도와 김천에서 상주~문경을 거쳐 수서로 연결되는 중부내륙철도는 경부선, 경부고속선(KTX)과 더불어 김천 중심의 '십자축 철도망'을 구성한다. 이로써 김천은 서울에서 대전~대구~부산을 잇는 경부선과 남해안에서 경남 서부내륙을 관통하며 충청권과 수도권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남·중부내륙철도(가칭 내륙선)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

전국을 아우르는 '철도교통의 중심도시 김천'은 100여 년에 걸친 노력의 성과다.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경북연선발전지(慶北沿線發展誌)에 따르면 1916년, 당시 김천은 경부선 철도를 통한 물자 거래액이 연간 400만 엔에 이르는 등 철도특수를 누렸다. 이는 경부선 선상의 대도시 대구와 대전을 앞지르는 규모로, 남으로는 거창과 진주, 북으로는 상주 등 물산이 풍부한 지역과 연결되는 김천의 입지적인 우월성이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이 경남 서부~경북 북부~수도권을 잇는 내륙철도망 추진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김천발전의 필연적 과제였던 내륙선 철도망 구축은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추진됐으나, 1931년 개통된 경북선(김천~안동)을 제외하곤 여러 시대 상황에 밀려 표류해 왔다.

1916년 김천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철도 운동'은 사철(私鐵, 민간 부설 철도) 형식의 김천~상주 간 경편철도(俓便鐵道) 개설을 목표로 했다. 이들은 조선경편철도주식회사 사장에게 낸 청원서에서 "지방의 경제적 번영은 철도건설에 달려 있다. 김천~상주 간의 운송 수단으로는 여객용 자동차와 마차가 있으나 승객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70~80대의 화물 마차로는 산처럼 쌓인 물자를 수송할 수 없다"며 철도 개설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김천을 중심으로 남으로는 거창~진주~삼천포까지, 북으로는 상주~예천~영주까지의 경편철도 개설을 계획했다. 이후 조선산업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해 노선을 김천~안동으로 변경해 노선 실측에 나섰으나, 경기 침체로 도산할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조선 총독의 중재로 사철 6사와 합병하는 한편 조선철도주식회사로 개명한 가운데 김천~안동 간의 경북선(118.1㎞)을 완공할 수 있었다.

김천 중심 십자축 철도망
경부선과 남·중부내륙철
전국을 아우르는 망 구축

하루 1만5천명 이용 예상
낡은 김천역 새로 짓기로

전동차 생산 + 협력 기업
철도산업 클러스터 조성

동력분산 고속열차 EUM
차량기지 유치 방안 모색


김삼선은 경북선과 함께 추진된 노선이다. 김천전지(金泉全誌)에는 "김천의 발달은 시장에 의한 것이며, 시장의 발달은 상주, 예천, 영주, 안동 등 각지의 물자가 김천으로 집산한데 서 비롯됐다"며 "현재(1920년대) 상업도시로서 첫걸음을 뗀 김천의 발전은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에 달려 있다. (자원의) 보고인 경남 창원과 진주의 평야 개발이 김삼선의 사명"이라고 기록됐다. 1927년에는 해당 노선에 대한 실측이 있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1936년에는 (서울) 왕십리~이천~충주~김천~진주~삼천포를 잇는 경삼철도(京三鐵道) 개설이 논의되는 등 김천 중심의 내륙철도 개설이 끊임없이 추진됐다.

1966년 11월 2일에는 박정희 대통령까지 참석한 '김삼선 기공식'이 김천에서 열렸다. 철도건설계획 7개년 계획에 의한 김삼선은 김천역에서 분기해 거창~합천~함양~산청~진주로 이어지는 노선(160㎞)으로, 동해와 남해안을 연결하는 횡단철도로서 연안 일대의 산업개발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1976년 완공할 계획이었던 김삼선은 국제부흥은행(IBRD)의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 등으로 1968년, 공정률 0.8%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한 세기에 걸쳐 추진된 철도 개설은 근래(남부내륙 2019년 1월, 중부내륙 2022년 11월)에 가시화됐다. 송언석(김천·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중·남부내륙철도는 (자신이) 국회에 등원한 이후 건설이 확정됐다"며 "김천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철도(가칭 중부선)가 완공되면, 김천은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며 "남부내륙철도는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김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국내 철도교통의 새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다양한 사업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송 의원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공약이기도 한 중부내륙철도 김천~문경 구간 개설은 당초 경제성 부족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도 장담할 수 없었으나, 전방위적 노력 끝에 경제성, 정책성, 균형 발전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에서 기준(0.5)보다 높은 점수(0.616)를 받았다"며 "이 노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경북 내륙과 수도권 주요 도시 간의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도, 김천시, 성주군은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따른 지역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등 중·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대비하고 있다.

◆철도산업과 연계해 철도특구 추진

과거 김천발전의 축으로 활용된 경부선 김천역은 남부내륙철도의 시발역으로, 서울(수서)에서 문경까지의 중부내륙철도가 문경~상주~김천 간 전철을 통해 김천역에서 남부내륙철도와 연결되게 하는 등 내륙철도교통의 주요 기능을 담당했다. '김천시 철도기반 구축에 따른 장기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은 현재 1일 5천명 정도인 김천역 이용객은 향후 최대 1만5천명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는 등 1958년 완공된 낡은 김천역사의 현대화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송 의원은 개량사업(증·개축) 대상이었던 김천역사를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를 거쳐 새로 짓기로 했다. 김천 원도심의 중심시설로, 도심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역사를 광역교통망을 아우르는 선상 역사로 바꿔 경부선 철도로 양분된 원도심 접근성을 높여 전성기의 역세권을 회복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계획이다.

김천시는 지역의 철도산업을 규모화하기 위해 '철도 특구'를 추진 중이다. 사통팔달의 철도망과 전동차 생산기업 및 협력업체 등을 기반으로 '철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향후 교체될 무궁화·새마을·ITX-새마을호 등의 대체 차량이 될 EUM(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철도차량기지를 유치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김천에 EUM 철도차량기지가 들어서면 경부·경북·남부내륙·중부내륙·문경·중앙·대구선뿐만 아니라 대구권 광역철도 등 다수의 노선이 이용할 수 있는 등 철도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호남선도 김천의 차량기지에서 열차를 정비하는 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참고문헌= 쓰지 스테조 저 경북연선발전지, 가노 야쓰마사 저 김천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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