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간단찮은 난제, 가짜뉴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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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0 06:00  |  수정 2025-11-19 17:27  |  발행일 2025-11-19
로마 공화정 유래했다는 說
음모론 가짜뉴스 다른 양태
여당, 징벌적 손배 카드 꺼내
소셜 미디어 매개로 전파
허위정보 伏線 분별해내야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가짜뉴스의 기원을 간명하게 정리하긴 어렵다. 설(說)이 워낙 많아서다. 로마 공화정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옥타비아누스의 탁월한 선전술에서 비롯됐다. 옥타비아누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진 안토니우스를 로마를 버린 인물로, 클레오파트라를 로마의 영웅을 망친 요부로 선전해 로마 시민이 안토니우스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일방적 정보 전파는 로마 패권전쟁을 옥타비아누스에 유리한 구도로 만들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한 후 로마 1인자로 등극한다. 역사는 원로원이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에게 '존엄한 사람'이란 뜻의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올린 것으로 기록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옥타비아누스 스스로 '아우구스투스'로 칭했다.


살육과 전쟁, 권모와 술수가 난무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이 가짜뉴스의 발원지라는 주장도 있다. 속임수를 쓰고 역정보를 흘리는 전략이 자주 나오는 손자병법이 그 방증이라는 논리다.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의 '논어'에도 가짜뉴스를 감계하는 경구가 나온다. 술이부작(述而不作). '있는 그대로 기술할 뿐 지어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대판 가짜뉴스는 AI의 딥페이크와 결합해 완벽을 가장하며 진실을 조롱한다. 철창에 갇힌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이 연출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발을 벗기는 장면이 SNS 공간을 부유(浮遊)했다. 이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합성 결혼사진이 유튜브에 떠도는가 하면, 유명 보수 유튜버는 "이재명이 싱가포르에 1조원대 비자금을 숨겨뒀다"고 주장한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김충식씨의 비밀회동설도 유튜브에서 시발됐다. 내용이 황당해도 허위조작정보는 뭇사람을 혹하게 한다.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하고 거짓은 아름다운 노을처럼 멋지게 보인다"고 한 카뮈의 말에 공감한다.


음모론은 가짜뉴스의 또 다른 양태다. 진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그에 비례해 음모론이 확산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여전히 극우 세계의 신조(信條)다. 지난 3월 전국을 덮친 화마를 두고도 음모론이 돌출했다. 진보 성향 유튜버는 "산불이 김건희 여사 측의 호마의식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마(護摩) 의식은 불을 활용한 밀교(密敎) 의식이다. 반면, 윤석열 지지자들은 북한 또는 중국 간첩의 방화로 의심했다. "북한의 지령"이란 이태원 참사 음모론이 항간을 떠돌았고, 천안함 좌초설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졌을 때도 '보이지 않는 손'의 헌재 조종 음모론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징벌적 손배 카드를 빼들었다. 악의를 갖고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하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무분별하고도 기상천외한 가짜뉴스 확산을 방관할 순 없지만,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디테일을 잘 다듬어야 한다.


법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허위조작정보와 음모론은 대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SNS를 매개로 전파·확산한다. 사실을 왜곡·날조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스크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허위정보에 깔린 정치적 복선(伏線)을 분별해 낼 문해력과 제어장치가 필수다. 미국 정치학자 바버라 F. 월터 UC샌디에이고대 교수의 소셜미디어 통제법을 참고할 만하다. "가짜뉴스 및 분노·증오·공포를 유발하는 정보를 알고리즘이 선호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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