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력개발원이 확장현실(XR)로 구현한 '삼성 역사 체험'에는 1938년 대구에서 출범했던 삼성상회의 낡고 작은 사무실이 등장한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이번 달부터 삼성그룹 임직원 대상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연간 2만여 명의 삼성맨들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디지털 세상에서 접하게 된다.
삼성상회 건물은 대구 중교 인교동에 있었으나, 지금은 북구 침산동의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내에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돼 있다. 하지만 9년째 문닫혀 있다. 삼성창조단지내에는 이병철 창업주의 제일모직 집무실도 복원돼 있지만 이곳도 비공개 상태로 있다. 이들 시설물이 잠겨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9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완전 해결됐다. 삼성은 지난 16일 향후 5년간 총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여건과 의지 모두 마련된 것이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초심을 되돌아봐야 한다. 삼성의 초심은 삼성상회 창업 정신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삼성은 대변혁기 때 사업보국을 강조해왔다. 삼성의 주력 업종이 식품과 의류였던 1969년 전자사업에 뛰어들 때, 1983년 반도체 사업 참여를 선언할 때 강조했던 것도 사업보국이었다. 450조원 투자 발표는 삼성의 외형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업종 중심으로 또 한 번 대변혁하겠다는 선언이다. 사업보국의 정신이 깃든 삼성상회의 문을 이번에는 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초심은 대구에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알리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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