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를 잘못탄 외국인 승객을 자신의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사연의 주인공 새천년미소 51번 버스 기사 김수찬(65·사진)씨. 김수찬씨 제공

룩셈부르크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녀 승객. 남성은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은 버스기사 김수찬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경주역까지 도착했다. 강호지 경주시 내남면산업팀장 제공
경주시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야간 운행을 마친 뒤, 길을 잃은 외국인 승객을 자신의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새천년미소 소속 51번 버스 기사 김수찬(65·사진)씨다. 지난 1일 밤 경주 시내에서 출발한 버스에 외국인 남녀가 탑승했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KTX 경주역이었지만, 51번 버스 막차 종점은 그보다 앞서 7.8km 떨어진 문화고등학교 앞이었다.
종점 도착을 앞두고 버스 안에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외국인 승객. 룩셈부르크 또는 유럽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이들 중 남성은 시각장애인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동행 여성과 함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전석에서 이를 지켜본 김 씨는 서툴지만 영어로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운행을 마친 버스를 정차시키고 자신의 승용차량으로 두 사람을 직접 역까지 데려다줬다.
이 장면은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강호지 경주시 내남면행정복지센터 산업팀장이 목격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남긴 뒤, 승객의 동의를 얻어 주변에 사연을 전했다. 사진 속 외국인 여성 승객은 "부끄럽다"며 얼굴을 가렸지만, 두 사람 모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김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김수찬 씨는 6일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했을 것"이라며 "경주를 찾은 손님이 불편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특히 김 씨는 "APEC을 앞두고 경주를 찾는 외국인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며 "언어 소통이 어렵더라도 앱이나 손짓으로 최대한 돕고 있다. 작은 배려가 경주를 기억하게 하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2021년에도 승객의 심정지 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해 'TS교통안전 의인상'을 받은 바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사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경주를 찾는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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