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구·군청 홈페이지서 실명 가리자… 악성 민원이 ‘확’ 줄었다

  • 조윤화
  • |
  • 입력 2025-08-06 18:59  |  발행일 2025-08-06

지난해부터 시, 9개 구·군 도입

악성민원 시달린 공무원 극단 선택 계기

시행 2년 만에 성희롱·신분위협·협박 ↓


대구시 및 대구 9개 기초자치단체 악성민원 연도별 현황. 대구시 제공

대구시 및 대구 9개 기초자치단체 악성민원 연도별 현황. 대구시 제공

공무원 실명이 표시되지 않은 대구 남구청 홈페이지 직원업무안내. 부서명, 직위, 업무, 전화번호만 확인할 수 있다. 대구남구청 홈페이지 캡처

공무원 실명이 표시되지 않은 대구 남구청 홈페이지 직원업무안내. 부서명, 직위, 업무, 전화번호만 확인할 수 있다. 대구남구청 홈페이지 캡처

대구시와 일선 구·군들이 악성 민원 방지와 공무원 인권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홈페이지 직원 실명 비공개'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들어 폭언·욕설 등 위법·공무방해 행위가 줄면서 민원 현장 내 안전한 근무 환경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영남일보 취재결과, 올 상반기(1~6월) 대구시와 9개 구·군청이 집계한 악성 민원 건수는 모두 97건이다. 지난해 상반기(156건) 대비 37%나 감소했다. 이 기간 악성 민원 유형 중 성희롱, 신분 위협, 협박, 폭행·폭력, 기물파손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8건이던 폭언·욕설도 올해는 93건으로 27% 줄었다. 폭언·욕설은 악성 민원의 대다수를 차지했었다.


악성민원 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23년 355건에서 2024년 298건으로 16% 감소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는 전년보다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결과는 대구시와 9개 구·군이 홈페이지에 각 소속 직원들의 실명과 직책을 비공개 처리하면서, 악성 민원인들의 이른바 '좌표찍기'에 노출되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홈페이지 직원 비실명화는 지난해 3월 악성 민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시 공무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 전국 지자체들 사이에서 홈페이지 직원 이름과 직책을 비공개하는 조치가 점진적으로 이뤄졌다. 행정안전부도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공무원 신상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대구에선 지난해 4~6월 9개 구·군이 홈페이지 직원 실명 비공개에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다.


현장 공무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익명 처리 이전에는 민원인이 과태료 업무 담당자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없다"며 "전화 응대 과정에서도 이름이 거론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느꼈다. 비공개된 이후에는 감정적인 대응이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박재현 사무처장은 "시행 전 익명 처리가 시민 소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업무 내용과 전화번호는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큰 불편은 없었다"며 "시행 이후 좌표 찍기나 신상 털기 등에 대한 우려가 확연하게 줄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익명 처리가 곧 악성 민원의 완전한 근절로 이어지진 않는다. 노조 차원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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