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경제, 환경 동반 성장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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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3 21:54  |  발행일 2026-03-03
자연보호중앙연맹이 48년 만에 법정단체가 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이 연맹 현판 앞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자연보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자연보호중앙연맹이 48년 만에 법정단체가 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이 연맹 현판 앞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자연보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한민국 대표 환경단체인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지난해 10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다. 단순히 '이름이 알려진 단체'를 넘어, 국가가 법률로 그 존재와 역할을 보장하는 단체가 된 것이다. 1977년 민간 봉사단체로 출발해 반세기 가까운 기간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100만 회원들의 염원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국가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우뚝 선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을 지난 1일 만나 그 의미와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 기후 위기 시대, 국가 정책 파트너


김 회장은 지난달 27일 제49차 정기총회를 통해 21대 회장으로 재선출됐다. 임기는 3년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임과 함께 연맹의 정관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민 정서와 법정단체의 위상에 맞게 기존 '중앙총재' 명칭을 '중앙회장'으로 변경,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했다. 그는 "정상에 오르는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법정단체로서의 제도적 정착과 전국 230여 개 시·군·구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연맹의 가장 큰 변화는 누가 뭐라 해도 법정단체 지정이다. 소감을 묻자, 김 회장은 '책임감'이란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쁨보다 책임감이 앞선다. 산과 강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100만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며 "단순한 지위 변화를 넘어, '자연보호헌장'의 정신을 국가가 공식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연맹은 단순한 시민단체를 넘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책을 논의하는 공적 파트너로서 예산의 투명성과 정책 참여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은 중앙연맹 사무총장 시절인 2016년부터 법정단체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 법정단체 필요성과 당위성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법안까지 만들어졌으나,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0년에 가까운 노력은 22대 국회에 들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시갑)·국민의힘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의원의 대표 발의와 여야 합의를 통해 '자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연계된 전국 단위 조직 중 49년의 역사와 조직력을 갖춘 유일한 법정단체로서 그 위상이 격상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국민 임명식'에 국민대표 8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2일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원과 유학생 100여명은 독도에서 제15회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 활동을 가졌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지난해 8월 22일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원과 유학생 100여명은 독도에서 '제15회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 활동을 가졌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 교육과 조사, 연구까지 폭넓게 사업추진


자연보호중앙연맹은 교육, 체험, 조사·연구, 정책 제안 등 폭넓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대표적 교육 사업으로 '그린시드(Green Seed) 캠프'를 꼽았다. 전국 초등학생 대상 캠프로 숲 체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을 통해 국제적 보전 가치를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는 "매년 유학생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의 생태계 및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한다"며 "특히 울릉·독도 체험 모두들 감탄을 연발한다. 이들은 귀국 후 한국의 자연유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계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직접 연구·조사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회원들이 '시민과학자'로 직접 참여해 방풍림, 방조어부림 등 마을숲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전통마을숲 생태계서비스 평가사업'도 하고 있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전국 자연보호 세미나' 역시 핵심 사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림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기후위기 시대 자연보호의 역할을 논의하고, 전국에서 축적된 성과를 공유하며 이론과 실무를 잇는 정책 공론의 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육상환경 관측 조사 역시 전국 회원들이 시민과학자로 참여해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단풍 시기, 봄철 벚꽃과 개나리 개화 시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정책분석평가사 자격을 취득한 김 회장은 연맹의 미래 역할을 '현장 기반 정책 검증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있다. 정부가 수립한 환경 정책이 실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데이터로 분석해 정부에 환류(Feedback)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우리 연맹은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은행나무의 단풍 시기나 봄꽃 개화 시기를 관측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다"라며 "이런 근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 제안이 법정단체로서 우리가 수행해야 할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연맹 출범 당시와 현재의 환경운동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 회장은 "당시의 운동이 '보이는 오염'을 막는 계몽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은 '구조적 대응'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또 "오늘날의 자연보호는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제 자연은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인간 삶의 기반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복 80주년 국민대표 80명에 선정된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가운데 정장차림)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행사에 참여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지난해 광복 80주년 국민대표 80명에 선정된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장(가운데 정장차림)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행사에 참여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구미에 자연보호연수원 건립 추진


연맹은 국내 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외연을 넓히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울릉도·독도 자연유산 보전운동'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탄자니아 출신 유학생이 '한국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이룬 모델'이란 주제로 논문을 낸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또 미래 세대를 위한 '그린시드 캠프'를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보호의 가치를 몸소 배우게 하고 있다. 그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길의 방향이 중요하다"며, 속도보다 올바른 가치 전수에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의 시선은 이제 미래 세대를 향해 있다. 그는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우리, 청소부터 합시다"라는 한마디로 시작된 금오산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자연보호연수원' 건립 청사진도 내놓았다.


현재 경북 구미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탄소제로 홍보관과 발상지 기념관을 넘어, 체계적인 환경 교육과 실천이 이뤄지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구미 금오산은 대한민국 자연보호운동의 성지"라며, "이곳을 기후위기 시대 자연보호 정신의 발상지이자 교육의 장으로 완성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있다. 기후 변화로 빨라진 식생 주기에 맞춰 식목일을 3월 20일로 앞당기자는 운동이 그것이다. 비록 법안 통과까지는 갈 길이 남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김 회장은 "박경리 선생님은 자연을 '원금'이라 하셨다. 원금에는 손대지 말고 이자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 말씀처럼, 우리 세대는 자연을 온전히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보호중앙연맹은 지난해 10월 16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제47주년 자연보호언장 선포 기념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자연보호중앙연맹은 지난해 10월 16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제47주년 자연보호언장 선포 기념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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