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동 경북도 인재평생교육재단 대표 이사가 재단 운영 방향과 경북교육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 인재평생교육재단 제공>
김상동 대표가 지난 10월 26일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K-EDU EXPO' 경북교육청발명체험교육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교육의 비전과 대한민국 교육 혁신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 인재평생교육재단 제공>
김상동 대표가 지난 10월 26일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인 'K-EDU EXPO' 경북교육청발명체험교육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교육의 비전과 대한민국 교육 혁신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 인재평생교육재단 제공>
지난달 25일 경북 경산에 위치한 경북도 인재평생교육재단에서 김상동 초대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경북대 교수에서 장관급인 경북대 총장을 역임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러브콜에 다시 경북도립대 총장까지 지냈다. 이젠 인재평생교육재단 대표로 도민의 평생교육과 지역 대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다. 사실상 경북 교육 전 과정을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최근 유력한 차기 경북도교육감 후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수개월 전부터 많은 분들의 권유가 있었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대학 총장 경험이 초중등 교육에 어떤 장점으로 다가갈지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수없이 성찰했다"며 "지금은 그런 고민과 성찰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소통하며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어 "경북교육청은 정책실행의 투명성과 고도의 정직성이 요구된다"며 "경북 유초중등 교육이 글로벌 선진모델이 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면 도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재평생교육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후 자신이 교육자란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했다. 평생을 문맹인으로 살던 70대 어르신이 평생교육재단 문해교육과정에서 한글 수업을 받은 후 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지금처럼 교육자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모든 순간이 감동이고, 더 많은 분들께 배움의 즐거움을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요즘 경북 평생교육과정을 세계적 수준으로 벨류업(Value Up)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평생교육을 통한 도민 행복 구현, 지역 미래인재 양성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며 "또 지역대학 질적전환을 위한 지원 체제구축, 산학협력, 지역소멸대응 등의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류업의 첫 단계로 올해 도민행복대학 운영 시스템을 세계대학평가기관(WURI)으로부터 평가 받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정규대학이 주로 평가에 참여하지만 도민행복대학도 명예학사, 석·박사 등 교육 과정이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인가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대학 교수와 총장을 역임한 교육 전문가 관점에서 경북 교육의 개선점은 무엇일까. 그는 "대학 입장에서 보면 중등교육은 창의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이 중등부터 유사문제 풀이를 반복하다 보니, 대학에서 고교 기초 교과목을 다시 가르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학, 물리 등이 중요한 공대에서 우수 인재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의 능력 개발과 창의성을 높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 예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을 꼽았다. 그는 "IB교육이 활성화 되려면 국내 대학입시제도 변화와 고교 학점제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며 "특히 학생의 인성교육을 위해 교육계 전체가 고도의 도덕성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질적인 기초학력 부진 현장의 해법도 내놓았다. 그는 "AI를 활용하는 교육법 도입, 교사 처우 개선으로 학생 지도 의욕 제고,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실질적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상담도 더욱 전문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초학력 저하에 대처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지역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교육변화도 시급하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주배경학생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다중문화 능력자"라며 "그들이 글로벌 경북 교육의 촉매제가 되도록 해 스스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로봇은 미래에 다가올 일들이 아닌, 이미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압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AI와 로봇이 부정적 영향이 아닌,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하도록 교육현장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이 학습, 진로선택, 일상생활에서 AI활용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경북은 물론 국가 교육 패러다임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로 사교육을 능가할 수 있는 '공교육 레벨업'"이라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 공교육을 믿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력교육의 중심화'도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교가 지역 사회 공동체 중심축이자 디지털기반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초등학교가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등 교육의 레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는 "지역 커뮤니티 중심 학교, 사교육이 필요없는 학교, 안전한 학교, 내 집 같은 학교, 다문화 학생의 동질화 등 글로벌 초등교육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늘 가고 싶은 내 집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실현되면 인구 유출을 최소화하면서도 다른 시도에서 인구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으론 '인간중심 AI교육 선도화'다. 인성윤리교육강화, AIB(인공지능·실감미디어·빅데이터) 교육도입, 초개인적학습 등을 통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교육 필요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교원행정 복지의 질적전환'이다. 김 대표는 "교사들도 자기 과목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며 "일정 기간 교과목을 담당해온 교사들에게 학문적 깊이와 발전된 교습법을 익힐 수 있도록 연구안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직원의 투명한 승진제도, 교과목 교사가 강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가교육의 패러다임변화 핵심을 '고교학점제에 맞는 입시제도 변화"라고 했다. 그는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인의 장점과 역량을 각 분야에 맞게 키우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 대학의 입시체계도 전공과 분야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학급 담당 담임교사의 교과과목 강의 경감과 능력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사회 진출을 앞당길 수 있는 '학제 단축'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초중등 수업의 벨류업을 위해 퇴직 교수를 초빙하는 제도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수십년 간 최고의 석학을 길러낸 퇴직 교수들의 교습법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전문지식 전달을 넘어, 미래 직업관확립과 학문적 흥미 유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교육의 출발점을 '소통'이라 정의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학교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면 교육현장은 지금과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정책이든 수행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때문에 소통하고, 오차보정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관장부터 모든 구성원이 정직한 자세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면 우리 교육은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배움의 공간에서 성장과 품성을 빚어가는 글로벌교육을 함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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